시작은 쉽지 않았지만, 결국 결과를 만들어냈다. 한국도로공사가 페퍼저축은행을 19연패로 몰아넣었다.
한국도로공사가 3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에 세트스코어 3-1(26-24, 25-19, 17-25, 25-17) 승리를 거뒀다. 1세트는 패색이 짙었다. MJ 필립스(등록명 필립스)와 박정아의 맹활약에 휘둘리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배유나와 문정원이 굳건히 제몫을 했고,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도 화력을 끌어올리며 듀스 접전 끝에 1세트를 따냈다. 이후 3세트에도 급격히 경기력이 떨어지며 부침을 겪었지만, 4세트에 이를 깔끔하게 극복하며 5라운드 첫 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페퍼저축은행은 결국 19연패에 빠졌다. 이제 다음 경기를 패하면 V-리그 여자부 역대 최다 연패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의 부진이 뼈아팠다. 공격력이 평소 같지 않았을 뿐 아니라 2단 연결 등의 기본기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아쉬운 폼을 보였다. 박정아와 필립스가 분전했지만 팀을 연패 탈출로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월 2일 4라운드 GS칼텍스전 이후 한 달여 만에 선발로 출전한 오지영 역시 아직은 경기 감각이 떨어져보였다. 결국 엄청난 부담감 속에 다음 경기를 준비하게 된 페퍼저축은행이다.
1세트 페퍼저축은행 24 : 26 한국도로공사 – 페퍼저축은행의 고질병이 또
[주요 기록]
페퍼저축은행 필립스: 블로킹 1개‧서브 득점 1개 포함 5점, 공격 성공률 60%
페퍼저축은행 야스민: 24-24에서 오픈 공격 2회, 득점 실패(피블로킹-범실)
페퍼저축은행이 산뜻한 1세트 출발을 알렸다. 박정아의 퀵오픈과 부키리치의 공격 범실, 야스민의 반격 득점과 블로킹으로 시작하자마자 4연속 득점을 올렸다. 한국도로공사는 배유나를 앞세워 흔들리던 흐름을 다잡았다. 중앙에서 노련한 공격으로 분위기를 바꾼 배유나는 5-7에서 서브 득점까지 터뜨리며 추격을 진두지휘했다. 그러자 페퍼저축은행이 또 한 번 한국도로공사를 따돌렸다. 필립스가 좋은 서브로 박정아의 반격을 이끌더니 아예 서브 득점까지 터뜨리며 다시 12-8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문정원의 서브 범실이 나오며 16-14로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선착한 페퍼저축은행은 필립스가 다이렉트 공격과 속공으로 중앙을 장악하며 근소한 우위를 지켰다. 한국도로공사가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의 공격력을 앞세워 18-18 동점을 만들면서 역전 기회를 노릴 때도 필립스가 속공으로 흐름을 끊었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 역시 좋은 서브와 리시브를 앞세워 계속 대등한 승부를 벌였고, 결국 1세트는 듀스를 향했다. 그리고 페퍼저축은행의 고질병인 접전 상황에서의 불안 증세가 또 도졌다. 24-24에서 야스민의 두 차례 공격이 한 번은 배유나의 블로킹에 걸리고, 한 번은 라인 밖으로 나가며 한국도로공사가 1세트를 따냈다.
[주요 기록]
범실: 페퍼저축은행 8개 – 한국도로공사 5개
페퍼저축은행 야스민: 공격 효율 12.5%, 범실 3개
1세트 신승을 거둔 한국도로공사는 2세트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문정원의 서브 득점과 배유나의 노련한 공격이 이어졌다. 반면 페퍼저축은행은 5-6에서 이고은과 이한비의 연속 범실이 나오며 초반부터 고비를 맞았다. 13-13에서도 오지영이 박정아의 좋은 디그로 살아난 공을 부정확한 3단 처리로 허무하게 날려버렸고, 이후 배유나의 서브 득점과 타나차의 퀵오픈이 터지며 한국도로공사가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먼저 진입했다.
테크니컬 타임아웃 이후에도 페퍼저축은행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야스민의 직선 공격은 범실이 됐고 김세빈에게는 A속공 반격을 쉽게 허용했다. 그러자 조 트린지 감독은 야스민과 이고은을 빼고 박경현과 박사랑을 투입했다. 그러나 박경현의 공격도 김세빈의 블로킹에 걸리면서 점수 차는 13-19 6점 차까지 벌어졌다. 한국도로공사는 별다른 위기 없이 세트 후반을 무난하게 풀어갔고, 24-19에서 이한비의 공격 범실이 나오며 2세트도 승리를 거뒀다.
3세트 페퍼저축은행 25 : 17 한국도로공사 – 이번에도 엘리미네이션 세트에서 버텼다
[주요 기록]
페퍼저축은행 필립스: 5점, 공격 성공률 100%
블로킹: 페퍼저축은행 3개 – 한국도로공사 0개
벼랑 끝에 몰린 페퍼저축은행은 19연패 탈출을 위해 초반부터 힘을 냈다. 3-3에서 야스민의 퀵오픈과 필립스의 다이렉트 공격이 터졌고, 여기에 배유나와 부키리치의 연속 범실까지 겹치며 7-3으로 치고 나갔다. 박정아는 날카롭게 직선 코스를 공략했고, 필립스와 이고은은 혼전 상황에서도 깔끔하게 호흡을 맞췄다. 여기에 탄탄한 수비의 결실을 맺는 이고은의 블로킹까지 터진 페퍼저축은행은 14-6으로 앞서가며 이번 경기를 통틀어 가장 좋은 흐름을 맞이했다.
완전히 기세가 살아난 페퍼저축은행은 거침없이 한국도로공사를 밀어붙였다. 14-7에서 하혜진의 속공과 오지영의 디그 이후 이한비의 반격이 이어지며 무려 9점 차 리드를 지닌 채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진입했다. 반면 한국도로공사는 흐름을 바꾸기 위해 투입된 고의정이 서브 범실을 저지르는 등 전혀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그러자 김종민 감독은 부키리치까지 이예림으로 교체하면서 사실상 4세트를 준비했다. 박경현의 퀵오픈으로 20점 고지를 밟은 페퍼저축은행은 24-17에서 이한비의 득점이 터지며 반격에 성공했다.
4세트 페퍼저축은행 17 : 25 한국도로공사 – It’s 유나 타임
[주요 기록]
한국도로공사 배유나: 블로킹 1개‧서브 득점 1개 포함 6점, 공격 성공률 50%
4세트는 초반부터 팽팽한 승부가 벌어졌다. 한국도로공사에서는 부키리치가 많은 득점을 올렸고, 페퍼저축은행은 상대의 실수를 침착하게 이용하며 받아쳤다. 그러나 부키리치의 좋은 결정력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8-6에서 공격 범실이 나오자 김종민 감독은 부키리치를 빼고 전새얀을 투입했다. 초중반에 먼저 유의미한 리드를 잡은 쪽은 한국도로공사였다. 10-8에서 배유나의 오픈 공격과 문정원의 서브 득점이 터지며 4점 차로 앞서갔다.
이후 배유나가 완벽하게 흐름을 장악했다. 13-9에서 박정아의 오픈 공격을 깔끔한 타이밍의 블로킹으로 차단했고, 15-9에서는 문정원의 좋은 수비를 노련한 반격으로 연결시켰다. 17-11에서는 이날의 네 번째 서브 득점까지 터뜨렸다. 배유나의 맹활약 속에 점수 차는 순식간에 벌어졌고, 배유나가 후위로 내려갔을 때는 김세빈이 제몫을 하며 승부의 추는 한국도로공사 쪽으로 기울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원 포인트 서버 박연화의 서브 차례에 연속 득점을 올리며 최후의 저항을 시도했지만, 17-24에서 전새얀의 공격을 막지 못하며 결국 19연패에 빠졌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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