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부상은 누군가에게 기회가 됐다. 지은우도 그렇게 기회를 잡았다.
18일 의정부 경민대학교 체육관에서 치러진 KB손해보험과 대한항공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팀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알린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바로 지은우다. 지은우는 2세트 후반 서베로로 등장해 깔끔한 연속 서브로 대한항공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지은우는 대한항공전 이전에도 두 경기에 출전했고, 총 3경기‧8세트에 출전해 서브 10회‧범실 0회의 기록을 남겼다. 대단한 기록은 아니지만, 그가 정식 선수가 아닌 수련선수로 팀에 합류한 선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선수 개인에게는 큰 의미로 남을 기록이다.
수련선수 지명은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정식 선수 지명 라운드가 모두 종료된 뒤 별도로 진행된다. 수련선수로 선발된 선수는 팀과 동행하고 훈련에도 참가하지만, 정식선수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등록선수로 전환돼 선수 명단에 오르기 전까지는 경기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뛸 수도 없다.
그런데 지은우는 시즌 중에 등록선수로 전환된 이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시즌 대체선수 제도의 존재 때문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선수등록규정 제18조는 일시교체 선수 또는 시즌대체 선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구단은 선수가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인해 선수활동을 할 수 없을 때 일시교체 또는 시즌대체 선수를 연맹에 신청할 수 있다. 연맹 커미션닥터의 진단서를 기준으로 부상 기간이 4주 이내면 일시교체, 5주 이상이면 시즌대체 선수를 신청하게 된다.
여기에 수련선수에 관련된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일시교체 선수의 경우는 오직 해당 구단 수련선수만, 시즌 대체 선수의 경우 해당 구단 수련선수 또는 자유신분 선수‧국내임대 선수가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지은우의 경우 드래프트 동기 선홍웅의 시즌대체 선수로 선택됐다. 등록선수 전환이 시즌 후반부까지 이뤄지지 않으면서 V-리그 데뷔가 불투명했던 지은우로서는 천금 같은 기회였고, 그는 그 기회를 잘 살리며 V-리그의 코트를 밟을 수 있었던 것이다. 연봉 역시 2,400만원이었던 수련선수 시절에 비해 600만원이 인상된 3,000만원으로 등록됐다. KOVO의 제도가 선수 한 명의 꿈을 이뤄준 셈이다.
한편 지은우에게 자리를 내준 선홍웅은 어깨 부상을 당해 현재 재활 중이라고 알려졌다. 지은우가 부상자의 부상 기간이 5주 이상일 때 신청 가능한 시즌대체 선수로 선정된 것을 봤을 때, 선홍웅의 어깨 부상은 그리 가볍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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