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스바니가 승리 후 인터뷰에서 화끈하게 욕설을 뱉었다. 다름 아닌 비예나 때문이었다.
V-리그의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경기 전후에 서로를 만날 때마다 친근하게 인사를 나눈다. 먼 나라에서 함께 궂은 일을 해낸다는 것에 대한 동질감도 있고, 언어가 통하는 경우에는 오랜만에 말이 자유롭게 통하는 친구를 만난 것에 대한 반가움도 느끼기 때문이다.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와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는 그 중에서도 소문난 V-리그의 절친이다. 인터뷰에서도 서로를 가장 친한 친구라고 꼽을 정도다.
10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경기는 두 절친의 시즌 다섯 번째 맞대결이었다. 이번 대결에서 웃은 쪽은 요스바니였다. 61.02%의 공격 성공률로 40점을 퍼부으며 팀의 세트스코어 3-2(25-19, 18-25, 19-25, 25-23, 15-11) 승리를 견인했다. 비예나도 53.85%의 공격 성공률로 32점을 올렸지만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요스바니는 “경기 도중에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무너지면 다른 동료들도 다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를 계속 다독였다”고 힘든 경기에 임했던 자신의 마음가짐을 먼저 전했다. 5세트에 들어갈 때의 마음을 묻는 질문에는 “5세트는 들어가기 전에 무조건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먹는다. 그 때부터는 어떤 공이든 올라오면 다 강하게 때리려고 한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이날 요스바니는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을 오갔다. 경기가 시작될 때는 아웃사이드 히터였지만 끝날 때는 아포짓이었다. 포지션을 옮기는 것이 어렵지는 않은지 묻는 질문에 요스바니는 “개인적으로는 아웃사이드 히터 쪽에서 때리는 공격이 더 좋다. 하지만 감독님이 원하고 팀이 필요하다면 어디든 상관없다”는 씩씩한 대답을 내놨다.
남자부 서브 1위를 달리고 있는 요스바니지만, 이날은 서브가 뜻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범실을 하지 않기 위한 플로터 서브도, 원래대로 때리는 강서브도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서브 무득점에 그쳤다. “최근 경기들에서 서브가 뜻대로 들어가지 않아서, 자신감을 좀 잃은 상태였다”고 밝힌 요스바니는 이후 훈련에서도 서브 연습을 더 하려고 한다”며 계속 문제점을 찾고 고칠 것임을 밝혔다.
이날 인터뷰의 하이라이트는 친구 비예나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 요스바니에게 비예나와 만나는 경기에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냐고 묻자 그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거침없이 답변을 내놨다.
그러자 김성준 통역이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요스바니의 입에서 욕설이 나왔기 때문이다. 요스바니의 멘트는 다름 아닌 “우리는 서로 만날 때마다 ‘이 OO는 내가 꼭 잡는다’는 마음으로 경기한다. 경기 도중에 네트를 사이에 두고 만나도 그런 이야기를 나눈다”는 내용이었다.
친구 이야기를 할 때는 욕설까지 내뱉던 요스바니는 끝으로 팬들에게 명절 인사를 부탁하자 곧바로 프로페셔널하고 담백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Happy new year everybody! 다들 가족들과 좋은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다”는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삼성화재의 에이스 요스바니가 비예나와의 다섯 번째 절친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두며 위기의 팀을 구했다. 과연 다음 절친 맞대결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두 선수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은 29일 대전에서 펼쳐진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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