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별명이었던 ‘이태리호’, 현실로 만들어야죠!” 포르투갈에서 이태호가 전해온 당찬 편지

김희수 / 기사승인 : 2024-12-24 16: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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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에 나선 이태호가 포르투갈에서의 근황을 전해왔다.

한국전력에서 활약했던 아포짓 이태호가 포르투갈 리그에 진출했다. 이태호는 지난 10월 8일 개인 SNS를 통해 “좋은 기회로 포르투갈 리그 VC 비아나 팀으로 이적하게 됐다. 갈 수 있게 도와주신 감독님, 코치님, 구단 관계자 분들, 도움주신 모든 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좋은 경험하고 돌아오겠다”며 이적 소식을 직접 알렸다.

이후 이태호는 포르투갈 리그에서 주전 아포짓으로 맹활약하며 그토록 원했던 코트 위에서의 시간을 만끽하는 중이다. 최근 <더스파이크>와의 유선 인터뷰에 응한 이태호는 “경기는 처음 왔을 때부터 꾸준히 주전으로 뛰고 있다. 지금의 경기력에 완전히 만족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득점 랭킹 TOP 10 안쪽에 꾸준히 들고 있다. 이제 리그가 반환점을 돌았는데, 후반기에는 전반기보다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TOP 5 진입을 노려보려고 한다”며 성공적인 리그 적응 상황을 알렸다.

이태호에게는 포르투갈 리그가 생소할 한국 배구 팬들을 위한 소개를 가장 먼저 부탁했다. 그는 “팀은 총 11팀이 있고, 주 1경기를 치른다. 총 2라운드 22경기로 시즌이 구성돼 있다. 3월쯤 정규리그가 끝나고, 1~8위 팀이 토너먼트 형식으로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방식이다. 리그 수준은 한국보다는 조금 낮은 것 같다. 이곳의 1~2위 팀이 V-리그 중상위권 정도라고 보시면 된다”고 리그의 전반적인 구조와 수준을 먼저 소개했다.

이태호는 자신의 소속팀인 비아나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비아나는 7~9위권 정도의 전력을 갖춘 팀이다. 프로 팀의 색채보다는 로컬 배구 팀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벤피카나 스포르팅 같은 강팀의 느낌은 없지만, 구성원들 사이에 가족 같은 끈끈함이 있는 팀”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훈련은 팀마다 좀 다른 것 같은데, 비아나 같은 경우 투 잡을 뛰는 선수들도 있어서 훈련 자체를 늦게 시작한다. 저녁 8시 정도에 본격적인 볼 운동을 시작한다. 오전 운동은 수-금요일만 있고 나머지는 자율 훈련”이라며 팀의 훈련 방식도 소개했다. 


비아나의 훈련 방식에서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듯, 포르투갈 리그는 그 구조나 수준 말고도 분위기의 측면에서도 한국과 다른 점들이 굉장히 많다. 이태호는 “한국의 프로페셔널한 리그에 있다가 이곳으로 오니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했다. 한국에서는 훈련부터 경기까지 압박감도 있고 시스템도 정교한데, 이곳은 몸을 풀 때 축구로 몸을 푸는 팀도 있을 정도”라며 조금은 가볍고 부담이 덜한 리그의 분위기를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이게 이들의 문화고 성향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나는 나름대로 프로페셔널하게 경기를 준비하면서도 즐기는 순간은 함께 즐길 수 있게 됐다”는 말도 덧붙인 이태호였다.

스폰서십에서도 포르투갈 리그는 한국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태호는 “이곳의 경우 대학과 프로 팀의 스폰서십이 맺어져 있다. 점심과 저녁을 대학 학식으로 먹을 수 있고, 필요한 공간을 대학이 대여해주기도 한다. 유니폼을 맞춰주기도 한다”며 대학과 프로 팀의 연계가 이뤄지고 있는 비아나의 독특한 스폰서십에 대해 밝혔다.

이처럼 포르투갈 리그가 한국만큼의 프로페셔널함이 돋보이는 리그는 아니지만, 배구선수 이태호의 성장만큼은 프로페셔널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태호는 “확실히 경기를 많이 뛰다보니 성장하는 것이 느껴진다. 여기서는 내가 외국인 선수기 때문에 팀에서 관리도 잘해주신다. 그렇다보니 몸 관리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또 한국에서는 하지 못했던,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는 것도 좋다”며 좋은 기회를 발판삼아 성장하고 있는 근황도 전했다.

한편 포르투갈로 떠나기 전부터 “해외 생활에는 전혀 걱정이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던 이태호는 역시나 남다른 적응력으로 포르투갈 생활에 완벽히 적응했다. 그는 “생활에서의 적응이 힘든 건 하나도 없다. 오히려 너무 좋다. 영어를 꾸준히 공부했었기 때문에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다. 이제는 포르투갈어도 조금씩 공부하고 있다. 주말에는 동료들이랑 같이 포르투에 놀러가기도 한다. 음식도 다 맛있는데, 제공되는 학식은 그렇게 맛있진 않아서 내가 재료를 사서 요리를 해먹는다. 물가도 싸고 재료도 좋아서 식사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향수병 같은 것도 아직은 전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태호지만, 한국에 있는 보고픈 사람들과의 연락은 꾸준히 이어가는 중이다. 그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의 연락은 거의 매일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친구랑 영상통화하는 게 루틴이 됐다. 부모님과도 일정한 시간마다 전화로 대화를 나눈다. 오히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전화를 자주 해서 좋다고 하시더라(웃음). 한국전력 동료들과도 주 2~3일 정도는 연락한다. 한국전력 경기도 다 챙겨보는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후 이태호와 향후 계획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그는 “일단 시즌 종료 후의 일정은 아직 이것저것 알아보는 단계다. 동남아 쪽 리그가 4~8월 정도에 열리는데, 거기서도 한 번 뛰어보고 싶긴 하다. 그리고 그 다음 동계시즌에는 유럽 쪽의 상위 리그에서 뛰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단기 계획을 먼저 밝혔다.

이태호는 그 너머의 장기적인 계획과 목표도 함께 전했다. 그는 “지금은 최소 3년 정도는 해외 리그를 경험하는 쪽으로 구상하고 있다. 특히 최종 목표는 최상위 리그인 이탈리안 슈퍼리가에서 뛰어보는 것이다. 스텝 바이 스텝으로 상위 리그를 경험하면서, 마지막에는 이탈리아에 가보고 싶다. 예전부터 맨날 농담으로 형들이 ‘이태리호’라고 불렀는데. 이게 현실이 되게 만들고 싶다. 또 계속 열심히 해서 대표팀에도 뽑히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이태호는 “저를 포르투갈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한국전력의 모든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또 도전의 기회를 함께 찾아주신 김현도 대표님께도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먼 곳에 있는 저를 늘 응원해주시고 지켜봐주시는 팬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저를 잊지 않고 응원해주신다면, 저도 더 열심히 해서 더 큰 선수로 거듭나겠다”고 감사를 전하고픈 이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과감한 도전에 나선 이태호는 이 도전이 있기까지 발판을 마련해준 이들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않은 채 계속 달려가는 중이다. 언젠간 그가 진정한 ‘이태리호’로 거듭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사진_이태호 선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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