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떠난 배구여제…뜨거웠던 정관장의 배웅

송현일 기자 / 기사승인 : 2025-04-09 13: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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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21년 사상 가장 뜨거웠던 한 시즌이 저물었다.

배구 황제 김연경(흥국생명)은 끝내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했고, 이제 그 어떤 미련도 없이 코트를 떠날 수 있게 됐다.

8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챔프전·5전3선승제) 최종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김연경은 "우승컵을 들고 은퇴하는 게 내가 상상했던 은퇴 모습이었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흥국생명은 풀 세트 혈투 끝에 정관장에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은 김연경에게 우승 티셔츠를 건넸다.

김연경 자신도 개인 통산 4번째 챔프전 MVP를 차지하며 팀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았다.

역대 V리그 남녀부를 통틀어 챔프전 MVP에 4차례 선정된 선수는 김연경이 유일하다.

등장만큼 화려한 퇴장이었다.

2005년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연경은 데뷔 시즌(2005~2006) 신인왕뿐 아니라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까지 모두 독식하며 일약 국내 최고의 공격수로 떠올랐다.

전성기 시절 일본, 튀르키예, 중국 무대 등에서 활약한 김연경은 한때 세계 랭킹 1위에 뽑힐 만큼 국내외로 명성을 얻었지만, 2020년 돌연 국내 복귀하며 친정팀 흥국생명으로 돌아왔다.

2020~2021시즌부터 4시즌간 우승의 문을 두드린 김연경은 마침내 이날(8일) 팬들 앞에서 트로피를 번쩍 들어 보이며 아름다운 이별을 고했다.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는 그 서사마저 완벽했다.

흥국생명은 이번 챔프전에서 1·2차전을 잇달아 이기며 스윕 가능성을 키웠다.

흥국생명이 그대로 우승 샴페인을 터뜨리는 듯했지만, '악역'을 자처한 정관장의 반격은 끈질기다 못해 감동적이었다.

세터 염혜선, 리베로 노란, 미들블로커 박은진, 외국인 공격수 반야 부키리치 등 주전 절반 이상이 부상으로 신음하는 가운데서도 스스로 출전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고, 투지로 무장한 정관장은 다시 3차전과 4차전을 가져오며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이날 펼쳐진 최종전에서도 정관장은 흥국생명을 절벽 끝까지 밀어붙였다. 1·2세트를 먼저 내준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갔다.

그러나 우승을 향한 갈망만큼은 김연경도 이들 못지않았다.

정관장은 5세트 13-14로 한 점 차 밀리던 때 부키리치의 후위 공격이 상대 코트 안쪽으로 향하며 듀스 상황을 만드는 듯했다.

하지만 이때 흥국생명 선수 중 누군가 나타나 동물적인 디그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고, 이 공은 결국 이고은의 토스와 투트쿠 부르주의 퀵오픈 공격으로 이어지며 챔피언십 포인트로 연결됐다.

간절함이 빚은 디그,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연경이었다.

김연경의 이 같은 모습에 적장 고희진 정관장 감독도 "마지막에 김연경 선수의 몸을 던지는 수비 하나가 우승을 만들어냈다. 그만큼 우승이 간절했다. 그 디그가 아니었으면 경기는 몰랐다"며 박수를 보냈다.

김연경은 이로써 역사에 남을 역대 가장 치열했던 챔프전을 뒤로하고 후련하게 현역에서 물러날 수 있게 됐다.

직접 맹활약해 쟁취한 승리라 그 의미는 더 크다.

김연경과 정관장의 뜨거운 투혼이 손뼉을 세게 마주쳤고, 이날 삼산에선 한국 배구 사상 가장 아름다운 은퇴 스토리가 울려 퍼졌다.

글. 송현일 기자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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