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리그에서 두 번째 일본인 세터가 코트에 나섰다. 남자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이 아시아쿼터 선수 교체를 단행하면서 일본 국적의 하마다 쇼타(등록명 쇼타)를 데려왔다.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OK저축은행이 새 얼굴 영입으로 후반기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까.
부상 당한 OH 장빙롱 대신
베테랑 세터 쇼타의 손을 잡다
당초 OK저축은행은 2024년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전체 2순위로 중국 국적의 196cm 아웃사이드 히터 장빙롱을 지명했다. 1994년생의 장빙롱은 2024-25시즌 정규리그 17경기 50세트를 치르면서 142점을 기록했다. 팀 내 공격 점유율은 12.58%, 공격 효율은 29.18%였다. 리시브 점유율도 12%, 리시브 효율 29%였다. 아웃사이드 히터로서 상대 목적타 서브 대상이 되면서 막강한 화력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V-리그에서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은 2024년 12월 17일 우리카드전에서 기록한 16점이었다. 더군다나 OK저축은행은 앞서 11월 외국인 선수 교체도 실시했다. 마누엘 루코니 대신 크리스티안 발쟈크(등록명 크리스)를 영입한 바 있다. 팀 완성도를 높이며 전력을 끌어 올리기에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해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장빙롱이 부상까지 당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장빙롱은 12월 28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자리를 비워야만 했다. 이후 OK저축은행은 가용 가능한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을 총동원했다. 장신 차지환이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신예 김건우를 깜짝 카드로 선발 기용하기도 했고, 김웅비를 교체로 투입했다. 계속해서 신장호, 송희채 등을 번갈아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그럼에도 좀처럼 연패를 끊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OK저축은행의 겨울은 혹독했다.
결국 OK저축은행이 다시 승부수를 띄웠다. OK저축은행은 지난 1월 15일 “장빙롱이 2024-25시즌 17경기에 출전해 공수 양면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으나, 오른발 엄지발가락 골절로 인해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했고 이로 인해 교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OK저축은행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세터로 코트 안팎에서 팀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사이타마 아잘레아 팀도 1월 15일 “2024-25시즌 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팀으로서 큰 타격이 예상되지만 하마다 쇼타 선수의 도전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공식 발표를 했다.
쇼타는 1월 16일 한국배구연맹(KOVO) 선수 등록까지 마쳤다. OK저축은행에는 세터 포지션의 선수만 5명이 됐다. 이민규, 박태성, 강정민, 정진혁에 이어 쇼타까지 선의의 경쟁을 예고했다.
쇼타가 한국행을 택한 이유?
“오기노 감독의 믿음에 도전을 결정했다”
OK저축은행의 새 세터 쇼타는 24번을 달고 V-리그 무대에 오른다. 쇼타는 1990년생의 182cm 세터다. 일본 리그에서만 뛰던 쇼타는 2022년 첫 해외 진출을 택한 바 있다. 2021-22시즌 일본 2부리그 보레아스 홋카이도 소속으로 뛰면서 팀의 1부 리그 승격에 힘을 보탠 뒤 독일로 떠났다. 당시 쇼타는 독일 2부리그인 슈토르프 팀에 입단해 한 시즌을 뛰었다. 이후 2024년 다시 일본 리그로 복귀했다. 2024-25시즌 일본 2부리그 사이타마 아잘레아 팀의 플레잉 코치로 합류한 것. 이번 시즌 일본에서 10경기 4세트 출전 기록을 남겼다. 이후 일본 국적의 오기노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의 새 아시아쿼터 선수가 됐다.
쇼타는 <더스파이크>와 인터뷰를 통해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감사한 마음이 컸다. 동시에 일본 소속팀과의 관계도 생각해야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그래서 바로 OK저축은행에 합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오기노 감독을 비롯해 V-리그에도 일본 국적의 선수 2명이 있다. 한국전력에서 아시아쿼터 선수로 선발된 세터 야마토 나카노(등록명 야마토), 지난 시즌 한국전력 멤버였지만 올해 1월 대한항공의 새 아시아쿼터 선수로 다시 V-리그로 돌아온 리베로 료헤이 이가(등록명 료헤이)도 있다.
쇼타는 먼저 오기노 감독에 대해 “이전에 감독님과 직접적인 인연이 있지는 않다. 감독님에 대해 더 알아가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이후의 미팅에서도 감독님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있었다. 감독님이 하고 싶은 배구에 공감할 수 있었고, 이와 관련된 이미지가 머리 속에 그려졌다. 이를 실행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결과도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힘줘 말했다.
쇼타가 한국행을 결정한 이유도 오기노 감독이 쇼타를 택했기 때문이다. 쇼타는 “감독님이 불러주셔서 도전하기로 결정을 했다. 비록 준비 기간은 짧지만 승리를 해나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다만 야마토와 료헤이에 대해서는 “아쉽게도 두 선수와 친분은 없다. 하지만 리그에서 만났을 때 이야기를 조금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 V-리그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까. 쇼타는 “큰 선수가 많아서 역동적인 배구를 한다고 생각을 했다”면서 “또 모든 경기가 TV 중계가 된다는 것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쇼타의 두 번째 해외 진출이다. 일본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활발하다. 먼저 이탈리아에서 리그 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 중인 이시카와 유키가 선두 주자라고 볼 수 있다. 이후에도 선수들이 꾸준히 해외에서 경험을 쌓았고, 이는 그대로 일본 남자배구대표팀의 국제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2024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도 은메달을 거머쥘 정도로 일본 남자배구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독일에 이어 한국 진출을 택한 쇼타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본 대표팀이 강해진 이유 그리고 국가대표 선수가 톱리그에서 활약하는 등 일본인도 세계적인 수준에서 통한다는 것을 증명해줬기 때문에 일본 선수들이 해외로 많이 나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쇼타는 미들블로커 이외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왔다. 고교 시절에는 리베로로 코트에 나서기도 했다. 그만큼 시야가 넓다는 뜻이다. 아울러 세터로서 점프 토스가 돋보이고, 블로킹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선수다. 쇼타는 “공격적으로 그리고 임기응변적으로 플레이를 풀어나가는 것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과감하게 공격을 끌어나가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다만 OK저축은행은 리그 최하위다. 새 아시아쿼터 선수로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쇼타는 “꼴찌팀이지만 1승을 못한 것도 아니고, 승리도 했고 세트도 따고 있다. 아주 약간 어긋나있는 것이 맞물리면 결과도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담감은 없다”며 낙관론을 펼쳤다.
‘일본 더비’ 쇼타 vs 야마토
이제 이탈리아 리그에만 ‘일본 더비’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V-리그에서도 ‘일본 더비’가 성사됐다. 그것도 세터 맞대결이다. 2024-25시즌 한국전력의 아시아쿼터 선수인 야마토와 시즌 도중 OK저축은행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쇼타의 대결에 관심이 모아진다.
2024년 5월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 당시 제주도에 입성한 23명의 지원자 중 세터 자원은 2명이었다. 세터 출신인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은 아시아쿼터를 통해 세터 보강을 택했고, 야마토와 히로키 이토 중 야마토를 지명했다. 당시 야마토는 지명 직후 “나고야 울프독스에서 나는 제2세터였다. 나의 플레이를 더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 이번 트라이아웃에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쇼타도 코트 위에서 선수로서 플레이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쇼타도 일본인 세터 맞대결에 대해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일본 선수와 맞붙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누구보다 일본 세터들을 잘 아는 오기노 감독이다. 오기노 감독은 “팀의 세터 포지션이 불안정하다 보니 쇼타를 데려오게 됐다. 내가 원하는 배구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어떤 스타일의 공격수든 맞춰줄 수 있는 세터다. 일본 세터의 특징이다. 공격수들이 원하는 토스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세터들의 주전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오기노 감독은 “쇼타가 얼마나 빠르게 녹아들지가 관건이다. 처음에는 이민규를 기용하면서 쇼타에게도 차츰 기회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OK저축은행이 원하는 배구를 위해 데려온 세터다. 출전 기회가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쇼타가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어줬으면 한다”며 바람을 전했다.
쇼타도 “팀이 최하위에 있지만 아직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이를 목표로 하고 싶다. OK저축은행 팬들과도 많은 승리를 함께 나누고 싶다”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글. 이보미 기자
사진. KOVO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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