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女배구 '영웅' 에고누, 인종차별에 '고개 푹'

송현일 기자 / 기사승인 : 2024-08-14 11: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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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여자배구 국가대표 파올라 에고누가 또 한 번 인종차별의 타깃이 됐다.

이탈리아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1에서 열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결승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미국을 3-0으로 완파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탈리아가 이 대회 4강 이상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첫 올림픽 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인 것.

이날 에고누는 혼자 22점을 맹폭하며 미국을 돌려세웠다. 승리를 '견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활약으로 대회 MVP·베스트 아포짓에 동시 선정되는 기쁨까지 누렸다.

그렇게 에고누는 자국에 역사적인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기며 국가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국내외 언론이 그가 인종차별을 딛고 일어난 이야기에 주목했다. 이탈리아 베네토 태생의 에고누는 지난 2022년 검은 피부색을 이유로 '가짜 이탈리아인'이라는 원색적 비난에 시달리다 대표팀 잠정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다 지난해 초 복귀했는데, 같은해 8월 로베르토 반나치 이탈리아 육군 소장이 자신의 에세이 '거꾸로 뒤집힌 세상'에서 "그녀(에고누)의 신체적 특징은 이탈리아인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말해 다시 한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를 모두 이겨내고 올림픽 챔피언이 된 에고누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에고누는 또다시 고개를 떨궈야 했다. 파리올림픽 폐막 후 '라이카'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탈리아 예술가가 에고누의 활약을 기리는 벽화를 그렸는데, 하루 만에 누군가 백인을 뜻하는 '핑크색'으로 재도색한 것. 심지어 벽화에 'Racism Stop'(인종차별 반대)이라는 문구가 써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에 현지 언론·정치계도 발칵 뒤집혔다. 지난 13일 이탈리아 ANSA통신은 "라이카의 벽화는 이탈리아 챔피언 피부 위에 뿌려진 분홍색 물감으로 더럽혀졌다"며 "이탈리안니스(Italian-ness)라고 불리는 이 벽화는 파리올림픽에서 이탈리아 여자배구 대표팀이 획득한 금메달을 축하할 뿐만 아니라, 인종차별과 싸움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같은날 안토니오 타자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도 "이 저속한 인종차별에 대한 완전한 경멸을 표한다"고 분노했다.

한편 이탈리아 체육계는 선수들을 향한 자국민들의 인종차별로 계속 골머리를 앓고 있다. 10년 전 이탈리아 남자 축구 국가대표 출신 마리오 발로텔리가 경기 중 인종차별적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이러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처음 대두됐는데, 아직 해결될 기미가 없다.

사진_ANSA통신 사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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