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왕의 실력은 전혀 녹슬지 않았다.
삼성화재 시절, V-리그를 제패했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는 지난 시즌부터 OK금융그룹과 함께하고 있다. 녹슬지 않은 실력에 경험치까지 더해진 레오는 이번 시즌, 그야말로 돌아온 전성기를 보는 듯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두 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레오는 1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한국전력 경기에서도 왕관을 썼다.
1세트 만에 블로킹 3개, 서브 3개, 후위 공격 7개를 성공시켰다. 역대 4번째 세 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 두 번째 1세트 만에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후에도 레오의 활약은 계속됐고, 양 팀 최다 득점인 39점, 성공률 67.44%를 자랑하며 코트를 지배했다. OK금융그룹은 이날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2, 13-25, 25-18, 25-22)로 이기며 단숨에 3위로 올라갔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레오는 “3연속 트리플크라운보다 승점이 더 중요했기에 팀이 이겨서 기뻤다. 서로에게 중요한 경기였던 만큼 우리도 준비를 많이 했다”라고 돌아봤다.
최근 레오의 서브 감각은 굉장하다. 세트당 1개의 서브에이스를 기록하고 있고, 서브에이스가 터지면 연속 서브 득점을 올리며 분위기를 주도한다.
레오는 “시즌 들어오기 전부터 연습을 많이 했다. 특히 엔드라인을 밟는 범실을 줄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나의 서브로 연속 득점을 가지고 오는 게 팀에 중요하다. 서브 토스가 잘되면 결과도 좋다. 이 부분에 중점을 둬서 연습을 많이 했고, 부담 없이 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최근 레오는 서브에이스를 올리거나 중요한 상황에서 본인의 득점을 올린 이후 본인의 팔을 두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세레머니를 선보였다.
이에 “‘쿠바의 피가 흐른다’라는 뜻의 세레머니다. 처음 서브 득점을 했을 때하고 안 하려고 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같이 흥이 나고 분위기가 올라가는 게 느껴져서 계속하고 있다. 경기를 더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레오는 이번 경기 1세트에서 2013-2014시즌 삼성화재 당시 본인이 세운 한 세트 최다 20점에 단 1점 못 미치는 19점을 올렸다. 레오 역시 “1세트 때 득점을 한 걸 보고 삼성화재 시절 때처럼 경기를 한 것 같았다”라고 전했다.
10년이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실력은 여전했다. 더불어 여유까지 넘쳤다. 레오를 오래전부터 지켜본 석진욱 감독을 비롯해 리버맨 아가메즈(등록명 아가메즈)까지 모두가 “여유와 책임감이 더 커졌다”라고 입 모아 말했다.
본인도 “나 스스로도 여유랑 책임감이 생긴 게 느껴진다”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삼성화재 때는 어렸다. 지금은 가족이 있다. 가족이 제일 중요한데, 와이프가 한국에 같이 있으면서 많이 도와주고 있기에 안정되고 성숙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오는 16일 KB손해보험 경기를 가지는 레오는 V-리그 최초 4경기 연속 트리플크라운에 도전한다. 하지만 레오에게 개인의 기록보다는 팀의 승리가 더 중요했다.
“경기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다. 나의 실력을 다 보여주면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 트리플크라운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성적이라고 본다. 최대한 열심히 할 것이고, 트리플크라운을 하지 못하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나의 역할을 하겠다.”
사진_안산/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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