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용의 마지막 바람 “우승은 꼭 해보고 싶어요”

박혜성 / 기사승인 : 2022-10-05 09: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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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가 출범하던 해 3라운드 1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던 싱싱한 청년은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됐다. 그보다 앞서 지명을 받았던 동기들은 모두 유니폼을 벗었지만 그는 아직 현역으로 살아남았다.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자신의 3번째 프로팀에서 새로운 시즌 출발을 앞둔 하현용이다. V-리그의 리빙 레전드답게 온라인 플랫폼에서 그에 관한 많은 정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현용이 직접 그 정보들을 읽고 ‘팩트체크’를 했다. 

 

2005년 V-리그 출범과 동시에 프로에 입단한 하현용은 V-리그 1호 신인왕이다. 이후 특유의 꾸준함과 노력으로 2011-2012시즌, 2016-2017시즌을 제외하고 매 시즌 20경기 이상 출전하고 있다.
앞만 보고 달린 결과, 어느덧 19번째 시즌이 눈 앞이다. 입단 동기들 모두가 이미 코트를 떠났고 몇몇은 코치다. 실업배구 시절인 2000년 입단해 플레잉코치로 뛰고 있는 현대캐피탈 여오현을 제외하고는 남자부 현역선수 가운데 최고령이다.(여자부는 만 41세 정대영이 있다.)


길었던 선수 생활에 비해 상은 많지 않았다. 2005년 신인왕을 받았고 2020-2021시즌에야 BEST7 미들블로커로 선정됐다. 하지만 입단 이후 15년이 지나고도 개인상을 받을만큼 그는 세월을 거슬러가는 연어가 됐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량이 떨어지지 않고 더 좋아지는 선수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하현용은 꾸준함과 성실함의 대명사로 V-리그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삼성화재 미들블로커 하현용이라고 합니다.

컵대회 끝나고 어떻게 지냈나요.
시즌 앞두고 훈련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평소 포털사이트에서 기사 검색을 자주 하는 편인가요.
가끔 합니다. 기사가 올라갈 때마다 봅니다. 지금 기억에 남는 기사는 지난 시즌 블로킹 1위 하고 있을 때 인터뷰했던 기사가 생각나요. 하지만 아쉽게 2위로 마무리했죠(웃음).

V-리그 첫 신인왕의 겸손함
“운이 좋았죠”


2005년 3라운드 1순위로 LG화재(현 KB손해보험)에 입단했습니다. 당시 기억이 나는지.
네 기억나죠. 당시 쟁쟁한 선수들이 많았어요. 아쉽게 같이 프로에 오지 못한 선수들도 많았고요. LG화재로 간 게 좋았어요. 왜냐하면 다른 팀들보다는 LG화재로 가면 처음부터 경기를 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프로에서 보낸 첫 시즌을 돌아보면 어땠나요.
그때는 가장 후배니까 무작정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다행히 경기를 자주 뛰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많은 경기를 뛰는 게 쉽지 않잖아요. 나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고 의미 있는 시즌이었습니다.

3라운드 지명이었지만 신인왕을 차지했어요.
당시 많은 경기를 뛰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운도 따랐고요.

앞 순위가 아닌 후 순위로 지명된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지명 순위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봐요. 라운드도 중요하긴 하지만 어느 팀에서 기회를 얼마나 받는지가 더 중요해요. 앞 순위로 뽑히면 좋겠지만 본인이 경기를 많이 뛸 수 있는 팀에서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경기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해요. 

 

그가 가는 길이 역사다
V-리그 리빙 레전드 하현용


날카로운 플로터 서브로도 유명한데.
서브는 정말 중요해요. 미들블로커로서 경기에서 속공하는 것보다 서브 시도 횟수가 더 많을 때도 있어요. 그리고 공격의 시작이잖아요. 서브를 어떻게 넣는지에 따라 우리 팀의 플레이가 결정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훈련을 많이 했는데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블로킹 얘기도 빼놓을 수 없죠. 987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역대 최다 블로킹 3위입니다.
이것 역시 처음부터 많은 기회를 받았기 때문에 생긴 기록이죠. 그리고 국가대표를 하면서 많은 외국 선수들과 경기도 해보고 여러 경험을 쌓다 보니까 높은 순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내가 경험한 것을 팀 후배들에게 알려주려고 하고 있어요.

평소 같은 포지션의 후배들에게 많이 알려주는 편인가요.
삼성화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블로킹이에요. 그래서 블로킹 폼이나 위치에 대해서 많이 얘기해 주려고 합니다.

2020-2021시즌 선수 생활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죠.
사실 챔피언결정전이 준우승으로 끝나고 크게 아쉬움을 느끼지는 않았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이미 지나간 일이고 앞으로 기회가 또 올 거니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했어요. 또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웃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으로 아쉬웠겠지만 BEST7에 뽑혔죠.
당시에는 몰랐는데 돌아보면 그 시즌은 정말 배구를 즐겁게 했어요. 물론 많은 경기를 승리해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배구를 즐겁게 했다고 생각해요. 수상은 내가 했지만 옆에 같이 있던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길고 꾸준했던 선수 생활이지만 개인상은 딱 두 개입니다. 아쉽지는 않은지.
개인적으로 상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근데 다르게 생각하면 신인상과 BEST7은 그 시즌에 잘했으니까 받는 상이잖아요. 그만큼 팀에 도움이 됐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더 많은 상을 받고 싶어요.

LIG손해보험 시절 은사였던 김상우 감독과 다시 만났습니다.
감독님께서 'LIG손해보험 시절 이루지 못했던 우승을 삼성화재에서 해보자'라고 하셨어요. V-리그를 대표하는 삼성화재지만 지난 몇 시즌 동안 아쉬운 시간을 보냈어요. 이번 시즌에는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고 투지 넘치는 삼성화재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감독님께서도 그런 걸 원하시고요.

하현용의 인생을 바꾼
중학교 쉬는 시간


어느새 헤어밴드가 하현용 선수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습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부상을 당했는데 재활 기간이 길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미용실을 못 가고 머리가 많이 길었죠. 긴 머리카락이 운동할 때 눈을 찌르는 거예요. 그래서 헤어밴드를 하게 됐어요. 막상 하니까 아이들도 좋아하고 미용실도 안 가도 돼서 편했어요.

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화장실에 가다가 걸려서라고 하는데.
중학교 1학년 때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가는데 어떤 선생님께서 갑자기 부르시더니 '잠깐 와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더니 키가 몇인지 물어보시고 손목, 발목을 잡아보시더니 갑자기 '배구할 생각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바로 한다고 했나요.
아니요. 처음에는 '생각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근데 4번 정도 연락이 왔어요. 그 사이에 나도 배구에 관해 조사도 해봤고요. 결국 하겠다고 마음먹었죠. 근데 알고 보니 다른 학교 배구부 코치님이셨어요. 우리 학교에 아는 선생님을 만나러 오셨던 거예요. 그래서 배구를 하러 전학을 갔어요.

딸만 세 명 있는 딸부자입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웃음). 사실 처음에는 첫째가 외로울 것 같아서 동생을 낳아주려고 노력했는데 유산을 많이 해서 아내가 힘들어했어요. 그래서 포기하고 한 명만 잘 키우자고 했는데 쌍둥이가 생긴 거예요. 그 소식을 듣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다행히 건강하게 태어나서 아주 좋았어요.

딸들이 운동을 좋아하나요.
쌍둥이는 지금 5살이에요. 운동신경이 있어요. 조금 지켜봐야겠지만 쌍둥이는 운동을 하면 좋겠어요. 꼭 배구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운동이 생기면 시켜보고 싶어요. 첫째는 중학교 1학년인데 운동을 안 좋아해요(웃음). 공부에 더 관심이 있더라고요. 초등학교 때부터 전교 회장도 하고 중학교에서는 반장도 하고 있어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영어권으로 유학을 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어렸을 때 가면 걱정이 되니까 나중에 보낼 생각입니다.

 

40세 하현용
“은퇴요? 배구 생각하기 바빠요”


어느덧 남자부 ‘현역 선수’ 중 최고령입니다.(여오현 플레잉코치는 제외)
요새 들어서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몇 년만 젊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하고요. 그래도 나이를 생각 하기보다는 많은 경험을 한 만큼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몸이 생각대로 따라오지 않을 때 은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버틸만해요. 팀에 누가 되지 않는다면 더 해야죠.

젊었을 때와 지금 현재를 비교한다면 배구를 향한 생각이 달라졌을까요.
아니요. 아직도 배워야 될 게 많다고 봐요. 배운 걸 코트 위에서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하기 때문에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은퇴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은퇴 전 목표가 있을까요.
항상 우승하는 게 목표입니다. 선수 생활을 해오면서 우승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우승은 꼭 해보고 싶습니다.

은퇴 이후 계획이 있다면.
생각은 정말 많이 해봤어요. 먼저 은퇴하신 선배들께서도 ‘은퇴하기 전에 준비를 많이 해야 된다’라고 많이 말씀해 주셨어요. 근데 아직은 선수 생활에 집중하기 바빠요. 그래서 아직 정한 건 없습니다. 오직 다음 시즌 준비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인터뷰을 했는데 소감이 있다면.
인터뷰하면서 배구를 오래 하긴 했다는 마음이 드네요. 그래도 아직 많이 부족하고 해야 될 게 많아요. 은퇴 전까지 이루고 싶은 것도 있고요. 그래서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글. 박혜성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0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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