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V리그 새 외국인 선수의 어디에서도 듣지 못할 얘기

김종건 / 기사승인 : 2022-10-13 09: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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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대걸레를 들고, 앉은 자리에서 회전 초밥 70접시를 먹은 외국인 선수


926~30일 충청북도 단양에서 남자부 6개 구단이 참가한 프리시즌 매치가 열렸다.

2개월 전에 순천에서 KOVO컵을 치른 뒤 다시 남자부 여러 팀이 모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시즌을 코앞에 두고 5일 동안 각 팀이 4~5차례의 연습경기를 했던 가장 큰 목적. 바로 외국인 선수와 함께했을 때 각 팀의 전력을 확인해보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모든 팀은 경기마다 외국인 선수를 최소 2세트 이상 출전 시키기로 약속까지 했다.

 

그런 면에서 유난히 관심을 끈 대상은 새 외국인 선수였다. 이미 V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선수들은 어느 정도 기량을 파악했고, 토종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예측할 수 있지만 새로운 외국인 선수는 전혀 데이터가 없었다. 특히 전체 1순위 외국인 선수 이크바이리(삼성화재), 케이타가 떠나간 자리를 메워야 할 니콜라(KB손해보험)는 모두가 궁금해 했다.

 


7년 만에 V리그로 돌아올 오레올(현대캐피탈)은 몸 상태가 60% 정도여서 아직은 판단 보류 상태였다. 4년 만에 컴백한 타이스(한국전력)는 약점이던 서브를 고쳐 모두를 놀라게 했다. 권영민 감독은 타이스가 6개월 동안 서브를 교정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공을 위로 올리는 토스 동작이 특히 좋아졌다. 이전까지는 한 경기에 12번의 서브를 넣으면 10번의 범실을 했지만, 이제는 2개로 줄었다. 공격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며 달라진 타이스의 활약을 기대했다.

 

선수와 접촉이 많은 구단의 사무 국장에게 새 외국인 선수의 인성을 물었다. 아무리 가량이 좋아도 인성이 별로면 V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중도 퇴출하는 사례가 많았기에 던진 질문이었다.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 모두 인성은 걱정하지 않는다. 이전까지 봐온 선수 가운데 최고라고 대답했다. 물론 이 말을 100% 믿지 않는다. 시즌을 앞두고 자기 팀 선수의 인성을 솔직하게 말할 순진한 프런트는 없다. 시즌을 치러가면서 검증할 시간은 충분하다.

 

연습경기 때 먼저 대걸레를 들고 코트로 뛰어 들어온 이크바이리

외국인 선수 전체 1순위는 이크바이리다.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이 행운의 구슬을 잡았다. 다른 팀의 감독들도 영상을 보고 탐을 냈다. 기량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는 쾌활한 성격으로 동료들과 잘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었다. 김상우 감독도 친화력만큼은 좋다라고 인정했다. 자국 리비아의 내전으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그였다. 코로나19에 감염돼 팀과 훈련할 시간은 예상보다 적었다.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몸무게는 75kg이었다. 신장(2m)을 고려하면 왜소한 몸이다. 감독은 공격의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증량을 요구했다. 열심히 노력한 끝에 81kg까지 불렸다. 김상우 감독은 “5kg 정도만 더 불리면 훨씬 힘이 붙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삐쩍 마른 몸이었지만 체형을 바꿔 성공했던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삼성화재에 2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안기는 등 역대급 외국인 선수로 전설을 쌓았던 레오다. 김상우 감독은 이크바이리가 레오만큼 해주기를 기대한다. 점프 스피드나 체공력은 닮았다.

 


이크바이리는 일단 동료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계기가 있었다. 그가 출전하지 않은 연습경기 때였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경기를 지켜보다가 대걸레를 들고 코트 안으로 들어갔다. 연습경기 도중 흘린 땀을 닦기 위해서였다. 이를 지켜본 삼성화재 동료들은 말없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솔선수범해서 대걸레를 들 정도의 외국인 선수라면 인성은 합격점이다.

좋은 인성을 증명하는 사례는 또 있다. 구단과 처음 면담할 때였다. 그는 먼저 구단과 코치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것이, 선수 생활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눈치라면 사회생활도 만랩으로 봐야 한다. 이제 실력만 보여주면 앞날은 탄탄대로다.

 

다만 김상우 감독이 걱정하는 부분은 있다. 이크바이리와 주전 세터 노재욱의 호흡이다. 잘 세팅된 공을 때리는 데는 문제 없지만, 오른쪽으로 향하는 패스의 볼 끝이 죽었을 때 해결하는 능력이 아직은 떨어진다. 이 부분은 이호건과의 호흡이 더 좋다. 그래서 고민이다. 이크바이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호건을 써야 하는데 다른 토종 선수와의 호흡, 전위의 블로킹을 고려하면 노재욱이 필요한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김상우 감독의 해법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영화배우를 꿈꿨던 미스터 뽀빠이, 느닷없이 수염을 깎다

KB손해보험의 니콜라(전체 지명 3순위)는 엄청난 장발과 수염, 역삼각형의 탄탄한 상체로 우선 눈길을 끌었다. 어지간한 보디빌더도 갖기 힘든 몸으로 입국해 화제가 됐다.

세르비아 출신으로 올해 24, 신장은 201cm. 어릴 때 영화배우를 꿈꿨던 잘생긴 청년이었다. 긴 수염과 장발에 가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SNS에서 찾아낸 그의 예전 사진을 보면 순진한 외모다. 7년 전부터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는데 약하게 보이는 외모를 가리려고 일부러 수염을 길렀을 수도 있다.

 

그는 V리그에 입단하기 전부터 유명해졌다. 이중 계약으로 한동안 많은 뉴스가 쏟아졌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전 소속 팀에서 장난을 친 것이다. 니콜라도 할 말이 많았지만 15세 때부터 자신을 발탁해 프로배구 선수로 키워준 팀이기에 최대한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다. 이중 계약이 문제가 되자 먼저 KB손해보험에 연락해 시간을 주면 내가 깔끔하게 정리하겠다고 요청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연봉에서 위약금을 지불하고 교통 정리를 마쳤다.

 

 

우여곡절 끝에 KB손해보험에 입단한 그는 구단과의 첫 면담에서 자신의 수염과 머리를 얘기했다. 혹시 팀에 장발과 수염을 잘라야 하는 내규가 있는지부터 물었다. 구단은 배구만 잘하면 무엇을 해도 좋다. 이참에 우승하고 나서 세리머니로 자르자고 화답했다. 놀랍게도 니콜라는 팀의 프로필 사진 촬영 다음 날 수염을 깎고 나타났다. 아직 그가 마음을 바꾼 이유는 모른다. 관리가 불편했을 수도 있고 자신의 외모를 더 보여주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다만 팬들이 그의 멋진 수염 세리머니를 볼 기회를 놓쳐서 아쉽다.

 

니콜라는 정말로 웨이트 트레이닝에 진심인 남자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항상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를 끼고 산다. 엄청난 무게의 기구를 사용한다. 그런 노력 덕분에 뽀빠이를 연상시키는 상체 근육을 갖게 됐다. 그 몸을 이용해 제대로 때리는 공은 동료 선수들도 깜짝 놀랄 정도다. 다만 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가 짧아 공을 다루는 기술이나 센스는 떨어진다. 다소 투박한 배구를 하는 이유다. 대신 발전 가능성은 크다. 공 때리는 파워와 장신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이용해 성공 신화를 썼던 사례가 가빈(전 삼성화재)이다.

 



 일단 니콜라는 전 시즌까지 뛰었던 케이타와 자주 비교될 것이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변수다. 그도 케이타처럼 배구를 잘해서 조국 세르비아를 널리 알리길 원한다. 구단은 의정부 명예시민이 됐던 케이타를 상기시키며 너도 할 수 있다고 응원하고 있다. V리그 적응의 관건인 식성은 까다롭지 않은 모양이다. 니콜라는 유난히 초밥을 좋아한다. 최근 회전초밥집에 갔을 때 자신이 먼저 대식가라고 고백하며 많이 먹더라도 놀리지 말라고 했다. 그는 먹부심이 있는 듯 인스타그램에 35개의 접시를 쌓아둔 사진을 올렸다. 반전은 사진에 드러난 접시 외에 한 줄이 더 뒤에 있었다는 것. 통역을 포함한 4명이 무려 70접시를 먹었다.

 

 사진 삼성화재, KB손해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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