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로로서 점수? 50점”... 그러나 여전히 서재덕의 배구는 재밌다

수원/김예진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6 16:00:4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서재덕의 배구는 여전히 재밌다.


최근 한국전력의 코트 위에서는 진기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바로 리베로 유니폼을 입은 서재덕이다. 서재덕은 지난 28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부터 리베로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허리 부상 후 계속해서 통증을 느낀 탓에 공격이 원활하지 않아 보였다는 것이 권영민 감독의 설명이다.

서재덕은 2011-12시즌 1라운드 2순위로 KEPCO에 입단했다. 당시 서재덕의 포지션은 아포짓 스파이커. 데뷔 시즌 25경기에 나서 303득점을 올렸던 그는 KEPCO에서 한국전력으로 팀명이 바뀌며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옮겼다. 그러나 여전히 아포짓 스파이커로 경기에 나서기도 하며 왼쪽과 오른쪽을 가리지 않고 한국전력의 코트 위 든든한 기댈 곳으로 자리했다.

그런 그에게도 리베로 유니폼은 익숙하지 않다. 데뷔 후 이번 시즌까지 12년간 리베로로 경기에 나선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재덕의 통산 리시브 효율은 51.285%. V-리그 남자부 역대통산 리시브정확 순위에서도 여오현과 곽승석의 뒤를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수비 부문에서도 6위라는 높은 순위에 위치해 있다. 아웃사이드 히터 중에는 ‘배구 도사’라 불리는 곽승석 다음이다.

실제로 이번 시즌 곽승석 역시 잠시 리베로 유니폼을 입었던 바 있다. 당시 곽승석은 아웃사이드 히터로 경기에 나서는 것과 리베로로 나서는 것은 리시브를 받는 느낌부터가 다르다고 설명했던 바 있다. 그러나 지난 5일 경기 후 만난 서재덕은 자신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동선이 반대라서 시작하기 전엔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경기장에서 뛰다 보니 공격만 안 때리는 느낌이다. 워낙 이번 시즌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리시브 부문에서 신경을 많이 썼는데 거기에서 공격과 서브를 빼니 오히려 수월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낸 서재덕은 “생각보다 잘 되고 있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실제로 서재덕은 점점 리베로에 적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리베로로 나선 첫 경기인 KB손해보험과의 맞대결에서는 리시브 효율이 25.93%에 그쳤지만 지난 5일 경기에서는 41.18%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한 것. 또 중요한 순간 몸을 던진 디그로 랠리를 길어지게 하기도 했다.

서재덕은 “배구가 재밌다. 새로운 걸 하다 보니 그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경기에 나오지 못할 땐 팀에 손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자책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감독님이 내게 이런 모습을 원하시는 만큼 코트에 들어가서 언제든 최선을 다하려 한다. 최대한 승리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실에 함께 들어온 세터 김주영에게 리베로 서재덕과 공격수 서재덕이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김주영은 곧바로 “먼저 리시브가 너무 좋으시다. 리베로로 나오시면 계속 나이스 캐치가 이어지고 잘 받아주신 다음에도 또 어떻게 주면 좋겠냐고 물어봐 주셔서 너무 편하다. 공격수로 나오셨을 땐 어려운 볼을 너무 잘 처리해 주신다. 계속 좋게 주려고 하지 말고 대충 던져버리라고 해주시는데 덕분에 공을 편하게 올릴 수 있었다”며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서재덕은 “공격수로 안 나가는 건 헌신이나 양보같은 게 아니라 실력에서 밀린 것”이라며 오히려 공격수로서의 자신을 높이지 않았다. 그는 “가끔 경기가 안 풀릴 땐 내가 가서 때리고 싶단 생각을 하긴 하지만 아쉬움은 없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이어 서재덕에게 리베로로서 자신에게 점수를 매겨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스스로에게 매긴 점수는 50점. 서재덕 “이번 경기에서 너무 놓친 게 많다. 혼날 게 많았는데 혼이 안 난 건 감독님이 배려해 주신 덕분 아닌가 싶다”며 “더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재덕은 “앞으로 선수로서 한 게임이라도 더 들어와서 뛰고 싶다.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리베로를 시켜주면 마흔 다섯까지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 정도 실력은 안되지 않나.(웃음) 그래도 한 팀의 선수로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느 자리에서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인터뷰 내내 반짝이던 서재덕의 눈은 배구를 향한 흥미와 애정을 오롯이 담고 있었다. 서재덕의 배구를 향한 열정과 애정은 여전히 식을 줄을 모른다. 그에게는 여전히 배구가 너무나도 재밌다.

사진_KOVO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