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화성/이정원 기자] "흥국생명만 만나면 주눅이 드는 것 같다." 경기 후 IBK기업은행 김우재 감독이 남긴 말이다.
IBK기업은행은 27일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13-25, 16-25, 23-25)으로 패했다. 시즌 2연패에 빠졌다.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에도 흥국생명에 0-3 완패했다. 김우재 감독은 "선수들이 흥국생명만 만나면 선수들이 주눅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실 IBK기업은행은 리시브 불안과 범실이 고질병인 팀이다. IBK기업은행은 이날 경기 전까지 리시브 효율 28.46%에 머물고 있었다. 범실 역시 160개를 기록 중이었다. 리시브 효율은 꼴찌고 범실 역시 4위에 머물렀다.
그렇다 보니 매 경기 김우재 감독은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리시브가 흔들리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최강 흥국생명을 상대로 리시브 불안과 범실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날 경기 전 김우재 감독이 선수들에게 더 강력히 주문한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주눅 들지 않는 플레이'를 바랐다.
IBK기업은행은 1라운드 흥국생명전에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0-3으로 완패했다. 당시 IBK기업은행은 1세트 초반 리드를 잡았지만, 한 번 주도권을 빼앗긴 이후 크게 흔들렸다. 1세트 초반 이후 단 한 번의 주도권도 잡지 못하고 패했다.
이날 경기 전 김우재 감독은 "선수들이 편하게 하길 바란다. 마음 편하게 하라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연습 때 서브와 블로킹에 신경을 많이 썼다. 1라운드 때는 우리의 경기력이 못 나왔다. 선수들이 잘 하려고 하는 욕심이 너무 강했다. 편하게만 한다면 좋은 경기력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편하게 한다면 리시브나 범실에서 조금의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선수들은 여전히 많은 부담감을 털어내지 못한 듯 보였다. 어깨에 큰 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한 듯 보였다. 그러다 보니 1세트부터 범실이 쏟아졌다. 라자레바와 김주향이 각각 3개씩 범실을 범했다. 공격 성공률도 상대에 밀렸고(26%-50%), 리시브 효율 역시 22%에 머물렀다. 김우재 감독은 표승주를 대신해 육서영을 넣었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반면, 흥국생명은 착실하게 리시브를 하고, 범실도 줄여가며 경기를 임했다. 김연경, 이재영, 루시아가 1세트에만 13점을 합작했다.
2세트는 1세트의 도돌이표였다. 똑같은 흐름이었다. 중요한 순간마다 리시브는 흔들리고, 범실은 계속 나왔다. 2세트에도 6개의 범실을 기록했다. 상대에게는 세 개의 서브에이스를 내줬다. 공격에서 힘을 내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 득점이 나질 않았다. 라자레바도 부진했다. 결국 라자레바를 빼고 신인 최정민을 넣었지만 역전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3세트는 앞선 두 세트와 다른 모습이었다. 강력한 서브로 상대를 흔들었다. 8-5로 앞서갔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무언가 쫓기는 듯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격에서 힘이 없었다. 결국 8-5가 11-12 상대 역전으로 이어졌다. 이후 나온 범실도 범실이지만 선수들 스스로 무너졌다. 막판 다시 힘을 내며 경기 처음으로 승부를 20점 이후까지 끌고 갔지만 역전은 무리였다. 김연경의 강공에 무너졌다. 결국 1라운드에 이어 또 한 번 완패를 한 IBK기업은행이다.
흥국생명은 김연경 21점, 이재영 15점, 루시아 11점을 기록하며 47점을 합작했다. 반면, IBK기업은행은 라자레바가 12점을 올렸을 뿐,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없었다. 라자레바가 흥국생명만 만나면 평소의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1라운드에는 15점, 이날은 12점에 그쳤다. 12점은 V-리그 입성 후 자신이 기록한 한 경기 개인 최저 득점이다.
사실 이날 IBK기업은행이 흥국생명보다 리시브 효율이 높았다(IBK기업은행 25%, 흥국생명 19%). 범실도 세 개 더 많았을 뿐이다(IBK기업은행 19개, 흥국생명 16개).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타이트한 경기를 하다 보면 긴장감이 덜한데 오늘은 서브 공략이 잘 돼서 초반 점수 차가 많이 났다. 그러다 보니 경기 후반 선수들이 조금 흔들렸다"라고 말할 정도로 흥국생명은 경기 후반 흔들렸다.
하지만 IBK기업은행 리시브가 더 흔들리고, 선수들이 어딘가 불안해 보였던 이유는 '상대가 강하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부담감이 중요한 순간 나오면서 범실로 이어지거나 혹은 리시브 불안으로 나온 게 화근이었다. 결국 편하게 하지 못했다.
김우재 감독은 경기 종료 후 "흥국생명만 만나면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선수들에게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했는데 아쉽다. 한 번 흔들리면 계속 흔들린다. 옆에서 편하게 하라고 해도 한 번 흔들렸던 리시브가 잡히지 않으니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에도 흔들리는 수비 라인과 함께 5위라는 저조한 성적을 맞봤다. 물론 올 시즌에는 흥국생명, GS칼텍스에 이어 3위에 자리하며 순항하고 있지만 배구는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종목이다. 현재 IBK기업은행(승점 15점 5승 4패)이 한 경기를 더 치른 상황에서 KGC인삼공사(승점 11점 3승 5패)와 승점 차는 단 4점 차다. 한 두 경기면 다시 잡힌다.
IBK기업은행이 반등의 실마리를 잡으려면 선수들의 부담감을 덜어내고, 수비에서 안정감을 찾아야 한다. 또한 김우재 감독의 말처럼 '편하게 플레이'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는 흥국생명만이 아닌 모든 팀을 상대로 마찬가지다.
IBK기업은행의 다음 경기는 내달 1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한국도로공사전이다. 김우재 감독은 "다른 팀 만났을 때는 부담감이 덜 나오는 편이다. 흥국생명은 흥국생명이다. 빨리 잊고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라고 다짐했다.
다음 경기에서는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_화성/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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