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영건들을 발견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이번 시즌. 그 중심에는 새로운 야전사령관 김주영이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5일 오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우리카드와의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3-2 승리. 풀세트 접전 끝에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이날 한국전력의 분위기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그 중심에는 김주영이 있었다. 김주영은 1세트와 2세트 좋은 토스와 날카로운 공격으로 흐름을 가져왔지만 3세트 후반부 중요한 순간 토스 과정에서 범실을 범했다. 이에 한국전력은 김주영이 흔들린 3세트와 4세트를 모두 우리카드에 내줬다. 결국 김주영은 잠시 이원중과 자리를 바꿔 코트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그러나 5세트 다시 돌아온 김주영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에 결국 한국전력은 마지막 세트를 잡고 우리카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권영민 감독 역시 자신의 세터 제자인 김주영을 애정으로 가르치고 있다. 이날 경기 전에도 권 감독은 김주영을 향해 “힘들겠지만 이 과정을 거쳐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믿고 넣는 것 아니겠나. 잘 따라와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뒤 만난 권 감독은 “(김)주영이가 처음부터 세터를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우리 팀에서 여러 가지를 처음으로 배우고 있는데 그래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경험이 쌓이고 세터의 중요성을 더 느끼다 보면 다음 시즌엔 더 발전하고 주전으로 뛸 수 있을 것”이라며 김주영의 가능성을 인정했다.
경기 후 만난 김주영에게 과거 세터를 해본 경험에 대해 물었다. “초등학생 때 잠깐 하다 중학생 때는 다른 포지션을 했다. 그러다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세터를 했고 고등학생 때도 선수가 없어서 미들 블로커나 아웃사이드 히터까지 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또 한 번 세터를 했었다”는 김주영은 “세터가 가장 어렵긴 하지만 공을 제일 많이 만질 수 있고 한 번씩 어려운 공을 잘 올리면 잘 때려줘서 쾌감이 느껴진다”며 웃었다.
이어 이날 경기에 대한 총평을 묻자 김주영은 “3세트에 블로킹을 잡고 나서 이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두 번의 토스가 범실이 됐다. 이후 계속 중요한 순간마다 토스 미스가 나서 회복이 잘 안돼 어려운 경기를 한 것 같다”며 차분히 경기를 돌아봤다.
이날 김주영은 서브 에이스 2개와 블로킹 3개를 포함해 총 9득점을 올렸다. 이는 종전 본인의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인 8득점을 넘은 수치다. 김주영은 이에 대해 듣자 웃으며 “토스가 안 되고 긴장이 풀리지 않으면 공격으로 풀어보려고 한다. 경기 시작 전에 형들에게 장난삼아 세터 최초 트리플크라운을 해보겠다고 했는데 아쉽다”고 장난스럽게 답했다. 이어 권 감독이 늘 강조하듯 “토스를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후 권 감독이 경기 후 전한 “비디오 보는 시간을 30분 추가하겠다”는 말을 전해 들은 김주영은 웃으며 “30분 더 해도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감독님이 그래도 자신 있게 찌르라는 말도 많이 해주신다. 그래서 틈이 보이면 바로 찔러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함께 인터뷰실에 들어왔던 서재덕은 “그런 게 다 (김)주영이에겐 자산이다. 많이 혼나봤으면 좋겠다”고 말을 얹기도 했다.
김주영은 “감독님과 면담을 할 땐 들어가서 비디오를 보면서 어떤 플레이가 편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효율적인지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며 “달게 듣고 있다”고 힘줘 말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은 김주영에게 풀 타임으로 뛰는 첫 시즌이다. 김주영은 “밖에서 볼 땐 몰랐는데 안에서 뛸 땐 자꾸 중요한 상황에 실수를 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며 “감독님이 매번 지금이 좋은 기회고 잡는 건 선수의 몫이라고 말씀하신다. 말씀대로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범실을 줄여보려 한다”는 각오를 남긴 채 인터뷰실을 떠났다.
젊은 선수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한국전력. 그 중심에는 팀을 이끄는 어린 야전사령관 김주영이 있다. 김주영의 성장은 어느덧 많은 이들이 한국전력의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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