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흥국생명, 순위표 최상단에 균열을 일으키다 [5R 리뷰 ①]

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2-24 10:00:2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시즌이 시작한 이후 지금껏 별다른 움직임이 없던 순위표의 최상단에 조금씩 균열이 일고 있다. 계속해서 1위를 쫓던 2위 팀들의 약진이 매섭다.

도드람 2022-2023 V-리그 5라운드 일정이 23일 삼성화재-KB손해보험전과 흥국생명-한국도로공사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정규리그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순위표 최상단의 변화가 흥미롭다. 지난 4라운드까지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대한항공과 현대건설이 흔들리는 사이 추격자 현대캐피탈과 흥국생명이 무섭게 간격을 좁혔고, 급기야 1위 자리를 뺏기도 했다.

5라운드가 종료된 지금 현대캐피탈은 1위와 승점 1점 차로 2위, 흥국생명은 2위와 승점 7점 차로 1위다. 나란히 5라운드를 5승 1패로 마감하며 리그 후반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두 팀. 과연 어떤 점이 두 팀의 5라운드 반등을 이끌었을까.
 

어디서든 잘해준 허수봉 + 마침내 극복한 상성 관계
현대캐피탈의 5라운드 핵심 선수는 허수봉이었다. 최태웅 감독은 4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허수봉을 미들블로커로 활용하는 변칙 전술을 가동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5라운드에도 허수봉은 다양한 위치에서 경기를 소화했다. OK금융그룹과 한국전력을 상대로는 미들블로커로, 나머지 네 경기에서는 아포짓으로 나섰다.

허수봉은 어디서든 고른 활약을 펼쳤다. 5라운드에만 113점을 올리며 이번 시즌 치른 라운드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57.96%)과 블로킹(12개) 역시 5라운드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많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시기에도 오히려 더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허수봉을 중심으로 한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무서운 기세는 마침내 상성의 극복으로 이어졌다. 시즌 내내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1위 대한항공을 꺾었다. 오레올 까메호(등록명 오레올), 전광인, 허수봉 삼각편대가 61점을 합작하며 대한항공 격파에 앞장섰다. 이후에도 순항을 이어간 현대캐피탈은 하루뿐이었지만 대한항공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에게 5라운드는 ‘우리도 대한항공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라운드가 됐다.

적응을 마친 이원정 + ‘승점 6점’ 매치 승리
현대캐피탈에서 허수봉이 돋보였다면, 흥국생명에서는 이원정이 돋보였다. GS칼텍스에서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뒤 조금씩 코트를 밟는 시간을 늘려가던 이원정은 5라운드 전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팀 전체가 흔들리며 5라운드의 유일한 패배를 기록했던 IBK기업은행전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에서 세트 당 11개 이상의 세트 성공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었다.

선두 경쟁 상대인 현대건설과의 맞대결에서는 날 선 블로킹 감각을 발산하기도 했다. 5개의 유효 블로킹과 4개의 블로킹 득점을 기록하며 현대건설의 ‘통곡의 벽’이 됐다. 그런가하면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는 매치 포인트에서 베테랑 미들블로커 한수지를 완벽하게 따돌리는 패스로 김다은의 득점을 만들었다. 공격수가 아닌 세터임에도 팬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들을 자주 만든 이원정이다.

현대캐피탈이 5라운드에 드디어 대한항공을 꺾었듯, 흥국생명 역시 5라운드의 빅 매치였던 현대건설과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김연경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 쌍포가 각각 22점, 20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리시브 역시 54.39%의 팀 리시브 효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이후 현대건설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사이 흥국생명은 1위를 뺏은 것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승점을 쌓으며 승점 차를 7점까지 벌리는 데 성공했다.

오레올과 아본단자, 6라운드의 열쇠를 쥔 두 외인
순조로운 5라운드를 보낸 현대캐피탈과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최종 순위는 과연 몇 위일까. 두 팀의 6라운드 성적은 각 팀의 외인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에 달려 있다. 다만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가, 흥국생명은 외국인 ‘감독’이 6라운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차이다.

오레올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현대캐피탈에 지명되던 때부터 나이에 대한 우려가 컸다. 1986년생의 오레올이 빡빡한 V-리그의 일정을 끝까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오레올은 아직까지는 큰 문제없이 현대캐피탈의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과연 정규리그의 마지막 라운드이자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두 경쟁이 예상되는 6라운드에도 지금의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흥국생명의 경우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V-리그에 얼마나 빨리 적응할지, 또 자신의 배구를 어느 시점부터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본단자 감독은 데뷔전이었던 한국도로공사와의 5라운드 최종전에서 가볍게 셧아웃 승리를 챙기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1위를 넘어 통합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아본단자 감독이 적응기를 짧게 거칠수록, 또 자신의 배구를 빠르게 안착시킬수록 흥국생명의 목표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사진_더스파이크DB(문복주, 유용우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