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큰 2023-24시즌 V-리그다. <더스파이크> 기자들을 비롯해 해설위원, 전력분석관, 심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예측하는 V-리그는 어떤 모습일까. 남자배구 윤봉우 KBSN 해설위원과 여자배구 장소연 SBS스포츠 해설위원, 김정아&윤여진 전력분석관, 성해연 심판이 시즌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Q.올해 첫 도입된 아시아쿼터가 V-리그에 끼치는 영향은?
이보미: 이제 외국인 선수가 공격수 뿐만 아니라 세터, 미들블로커, 리베로 포지션의 선수들까지 있다. 각 팀들은 취약한 포지션을 보강한 셈이다. 일본도 아시아쿼터를 통해 미들블로커로 활용하며 높이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코트 위에 2명의 외국인 선수가 오르는 것이 아직 낯설다. 특히 여자부에서는 아시아쿼터로 인해 시즌 내내 순위 싸움이 흥미진진한 예측불허의 시즌이 예상된다.
김하림: 처음이라는 자체가 주는 신선함은 분명이 있을 것 같다. 처음 도입된 제도인 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거지만, 분명히 V-리그에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장소연: 대부분의 해설위원들이 아시아쿼터를 2023-24시즌 V-리그 최대 변수로 생각하고 있다. 각 팀마다 각 포지션에 필요한 선수들을 뽑았다. 코트 안에 외국인 선수 2명이 들어갔을 때 어떠한 경기력이 발휘될지 궁금하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아시아쿼터 제도로 인해 국내 선수들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국내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다. 또 팬들이 리그를 보는 데 있어 또 다른 볼거리다. 아시아쿼터로 뛰는 선수들의 팬들도 V-리그를 지켜볼 것이다. 여자당구에서는 스롱 피아비라는 선수가 ‘캄보디아 영웅’으로 불린다. 이처럼 배구 인기가 높은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에서도 V-리그를 주목하면서 나비효과가 일어나지 않을까 본다.
윤봉우: 아시아쿼터 앞순위로 선발한 선수들은 확실히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전력, OK금융그룹, 삼성화재 등에서 뽑은 선수들이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성해연: 다소 정체돼 있던 경기 내용과 국내 선수들의 플레이에 새로운 긴장감이 부여되면서 신선한 변화가 올 것 같다. 선의의 경쟁을 유발하는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희수: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릴 것 같다.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국내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면서 기량 향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지나치게 거품이 꼈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선수들의 연봉 조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친다면 오히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저해하고 국내 선수들의 연봉 문제에도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Q.외국인 선수 2명이 뛰는 V-리그는 어떤 모습일까?
이보미: 공격수가 2명인 팀을 만날 때는 주포가 1명이 늘어난 셈이고, 외국인 선수가 세터인 팀은 팀 변화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박진감 넘치는 V-리그가 될 것이다.
윤봉우: 전반적으로 V-리그 경기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본다. 물론 국내 선수들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지만 시도를 해보고 지켜봐야할 것 같다.
성해연: 아무래도 이전보다 다양한 전술과 포지션의 변화가 나타날 것 같다.
김정아: 볼 분배가 다양하게 이뤄질 것 같다. 아시아쿼터에서 폰푼을 지명한 IBK기업은행은 해당사항이 없지만, 날개 공격수를 지명한 선수들은 한쪽만 바라보던 공격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변경된 V-리그 사용구, 미카사 공도 변수가 될 듯한데?
윤봉우: 이제 그 적응기는 끝났다고 본다. 구질이 다르긴 하다. 컵대회에서도 봤듯이 플로터 서브가 많아졌다. 미카사 공의 반발력이 떨어져서 많이 튀지 않는다. 스타 공이었으면 수비할 때도 엔드라인 3, 4m 뒤로 빠져있곤 했는데 이런 부분이 줄었다. 이 때문에 각 팀의 서브 전술이나 수비 전술이 바뀔 것이다.
김정아: 미사카는 근력이랑 파워가 없으면 컨트롤이 어렵다. 근력과 파워가 부족한 팀은 라운드 초반에 고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GS칼텍스와 페퍼저축은행이 서브와 수비에서 유리해보인다. 공격에서는 정관장이 득을 볼 것 같다.
김희수: 미카사에 대한 체감은 선수들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선수는 리시브가 더 튀는 것 같다고 하고, 다른 어떤 선수는 리시브가 덜 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서브와 공격에서의 체감 역시 마찬가지로 다 다르다. 따라서 특정한 유형의 선수나 팀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윤여진: 디그에서 더 멋진 활약상이 나올 수 있다. 리베로와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리시브 효율도 오히려 좋아질 것이다.
Q.14개 팀 중 외국인 감독이 4명이다. 이를 어떻게 보나?
이보미: 그야말로 외국인 감독 전성시대다. 역대 V-리그 최다 외국인 사령탑이 2023-24시즌 출격을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에서의 외국인 감독 성공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그 기대감이 크다. 반대로 각 구단에서 새 감독 후보 리스트 작성시 검증된 국내 지도자의 수가 현저히 적은 것도 고민이다.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 코치 등 지도자 인적 자원까지 부족한 것이 한국 배구의 현실이다.
윤봉우: 처음에 1, 2명이 있었을 때 신선하면서 호기심을 끌었다면 이제는 남자부 2명, 여자부 2명이다. 외국인 사령탑 대결에 관심이 쏠릴 것 같다. 특히 남자부에서는 OK금융그룹 오기노 마사지 감독과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서로가 서로를 잘 안다. 이 때문에 어떻게 준비할지 기대가 된다. 여자부도 이탈리아에서 온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 미국에서 온 조 트린지 감독이 만난다. 스타일이 다를 수도 있다. 어떻게 선수를 구성할지도 궁금하다. 확실히 여자부는 외국인 감독 부임 이후 중앙 후위공격 비중이 늘었다.
김하림: 외국인 감독이 해외에서 쌓은 배구 시스템을 V-리그에 어떻게 접목시킬지 기대된다. 대한항공을 예로 들자면 산틸리 감독 때 보여준 배구와 현재 틸리카이넨 감독이 선보이는 배구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각각 다른 나라에서 경험을 쌓은 외국인 감독의 시스템과 더불어 해외 시스템을 우리나라 선수들이 얼마만큼 흡수하고 코트 위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도 눈여겨 보면 한 층 더 V-리그를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Q.최근 들어 대부분의 팀들이 반격 상황 득점(브레이크 포인트)을 챙기는 것을 중시한다. 반격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윤봉우: 예전에는 좋은 외국인 선수가 있으면 바로 득점이 나왔다. 이제는 경기를 풀어가는 데 있어 선수들 이해도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 물론 블로킹 라인이 갖춰져야 반격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 반격 상황에서 변칙 플레이를 하거나 더 빠른 팀들도 있다. 결국 공을 높게 올려서 한 명에게 기대하는 것보다 팀플레이로 반격 포인트를 가져가야 한다.
장소연: 결국은 반격이라는 것 또한 점수를 챙겨나가는 거다. 또 반격을 해서 수비가 됐을 때 공격 득점까지 나오면 분위기도 다르다. 사이드아웃이 점수를 연속해서 안 주는 것이고, 디그 이후의 반격은 점수 배구다. 앞서나가고 주도해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 반격 배구다.
김하림: 점수 차를 벌릴 수 있기에 중요하다. 또 상대의 플레이를 정확하게 파악했기에 나올 수 있는 것이 반격이다. 경기 전 충분한 분석을 하지만 코트 안에는 언제나 변수가 가득하다. 팀과 약속된 플레이, 상황 대처 능력과 함께 점수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 반격이라고 생각한다.
김희수: 브레이크 포인트의 중요성은 결국 연속 득점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브레이크 포인트를 올린다는 것은 곧 연속 득점에 성공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속 득점은 우리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상대 팀의 분위기를 다운시키기 때문에 중요하다. 특히 상대가 사이드 아웃을 만들기 어려운 로테이션(예를 들어 주포가 후위에 빠져 있고 전위에 블록 높이가 낮은 선수가 포진할 때)일 때, 반격 플레이를 잘 만드는 팀이라면 단숨에 승기를 잡을 수도 있다.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다.
이보미: 결국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등 전력 차가 크지 않은 팀들이 맞대결을 펼칠 때 브레이크 포인트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유효블로킹과 수비, 연결과 공격까지 철저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반격이 펼쳐진다. 팀 완성도를 평가받을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반격이라고 생각한다.
Q.점점 미들블로커의 역할도 더 중요해보이는데?
김정아: 국제 경기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여자 대표팀을 보면 중앙에서 정호영과 박은진이 높기 때문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남자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인도에게 진 이유는 미들블로커 차이였다. 인도는 리시브만 되면 50%가 넘는 속공 점유율을 가져갔다. 여기에 속공에도 차이가 있다면, 속공에 힘이 있고 중앙 뿐만 아니라 사이드에서도 속공을 때렸다. 신장 차이도 있지만, 여자 올림픽 예선부터 남자 아시안게임까지 중앙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달랐다. 또한 해외 팀들은 미들블로커도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한다. V-리그는 외국인 선수 공격 비중이 높지만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다. 미들블로커가 강한 팀이 플레이에서의 장점을 가져갈 수 있다. 우리나라는 미들블로커의 공격보다 블로킹에 힘을 싣는 게 다소 아쉽다.
윤여진: 국제대회에서 한국 중앙의 높이가 현저하게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키가 크지만 민첩한 외국 선수들이 많은 반면 국내 선수들은 키가 큰 선수는 움직임이 느리고, 키가 작은 선수들은 움직임이 빠르지만 높이가 떨어진다. 신장이 좋은 선수들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트레이닝하는 것이 필요하다.
Q.최근 남녀배구대표팀 모두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다. 리그에 끼치는 영향도 있을 것이라 보나?
윤봉우: 대표팀 성적은 리그에 계속해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배구협회나 연맹 등에서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제시를 해야 한국배구가 바뀐다. 사실 걱정도 많이 된다.
장소연: 당장 체감상 크게 느껴지진 않지만 배구가 좋아서 보는 팬의 입장에선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을것이고 그런 것들이 인기에 반영이 된다고 본다. 우리 여자배구가 인기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여러 이유 중에 하나가 국제무대의 성적이다. 특히 도쿄올림픽 4강 신화는 그야말로 온국민에게 감동을 주면서 인기를 더 끌어 올렸다. 그 이유 중 하나인 국제대회 성적이 떨어진다면 여자배구 인기에도 조금씩 반영될 것이다. 태국 여자배구를 봐도 알 수 있다. 태국이 최근 몇 년 동안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결국은 태국이 국제무대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결과물이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가서 보다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도록 모두 다같이 고민을 해야 한다.
Q.남녀부 봄배구에 진출할 팀 그리고 우승 후보는?
윤봉우: 남자부는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의 전력이 좋다. 3위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OK금융그룹, 삼성화재, 현대캐피탈까지 가담할 것 같다. 삼성화재는 공격력이 채워지면서 작년처럼 무너지는 모습은 없을 것이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도 있다. 에디가 미들블로커로 가게 되면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하는 선수만 5명이 된다. 서브가 터지는 날에는 대한항공도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다.
장소연: 선수 구성원을 봤을 때 여자부는 흥국생명이 좋다. 옐레나와 김연경 모두 그대로다. 중앙에서 노련함이 필요했던 팀인데 김수지 FA 영입으로 보완이 됐다. 이전보다 전력이 상승했다. 그 외 6개 팀은 비슷한 것 같다. 이 가운데 현대건설, GS칼텍스, IBK기업은행이 다소 우위에 있지 않나 싶다. 정관장은 궁금한 팀이다. 외국인 선수가 아웃사이드 히터다. 외국인 선수는 결정적인 한 방이 중요한데 얼마만큼 그 역할을 해줄지가 궁금하고, 시즌 초반 이소영 없이 리그에 임할텐데 잘 버텨야 한다. 정관장은 시즌 초반 라운드가 중요하다.
다크호스로 꼽히는 팀은 페퍼저축은행이다. 확실하게 선수 영입을 했고, 야스민도 검증된 선수다. 물론 야스민의 허리 부상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비시즌 연습경기에서도 잘한다고 하더라. 팀에서도 철저하게 관리를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야스민이 리그를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리스크는 안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세터 폰푼이 들어와서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가 중요하겠다. 아베크롬비도 세팅된 플레이는 빠르게 잘한다고 했다. 선수가 빠른 플레이를 좋아한다고 하더라. 하이볼 결정력이 관건이다.
글. 편집부
사진. KOVO, AVC
(더 자세한 이야기는 <더스파이크> 10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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