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다른 두 선수가 ‘우승’이라는 같은 꿈을 꾸고 있다.
현대캐피탈이 1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4라운드 홈경기에서 우리카드를 상대로 3-0(25-17, 25-15, 25-18) 승리를 거뒀다. 선두 현대캐피탈이 우리카드를 상대로 승리하며 연승 행진 숫자를 ‘11’로 이어가게 됐다.
13득점으로 양 팀 최다득점을 올린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가 현대캐피탈의 공격을 이끌었다. 레오는 강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흔든 후 자신의 공격으로 마무리했다.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방법으로 승리를 쟁취했다.
최민호도 서브 득점 2개를 포함한 7득점을 올리며 팀이 필요할 때마다 등장했다. 서브의 강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렇게 현대캐피탈은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방법으로 쉽게 승리를 쟁취했다.
경기 종료 후 만난 레오는 “훈련했던 것들이 경기에 잘 반영되어 기분이 좋다. 개인적으로 훈련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많은데 그 점들을 토대로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레오는 “많은 시즌을 뛰다보니 어떤 상황에 어떻게 점수를 내야할지에 대한 경험치가 쌓였다. 순간 순간에 판단해서 경기를 한다”면서 최근 공격 비결을 밝혔다. 그러면서 “공격 부분 보다는 수비 부분을 집중해서 많이 훈련한다.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최대한 실전 경기 상황과 비슷하게 만들어주신다”고 말했다.
최민호는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일곱명 모든 선수가 다 자기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선수들이 제 몫을 했기 때문에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것 같다”며 앞으로 더 좋아질 현대캐피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까지 최민호는 적으로 레오를 상대했다. 레오는 현대캐피탈 합류 전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 소속으로 6년 간 V리그에서 활약했다. 리그를 호령한 레오다. 같은 팀으로 만나 함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최민호의 기분은 어떨까.
최민호는 “(레오는) 정말 위협적인 선수였다. 그렇다보니 레오를 잡는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며 서로 상대팀이었던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그래서 상대의 마음을 아는 것 같다. ‘잡기 어렵겠다’라는 생각을 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레오가 만 35세인데 퍼포먼스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 기량을 유지해서 같이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레오에게 엄지를 치켜 세웠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까지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을 마주해야했다. 상위권을 유지하던 과거와 다른 모습이었다. 예년에는 4위(18승 18패, 승점 55점)에 그쳤다.
올해는 다르다. 이날의 승리로 후반기 두 번째 경기만에 지난 시즌의 승수(18승)에 도달했다. 확실히 달라졌다.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11-12시즌에 데뷔한 최민호는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13번째 시즌을 맞는다.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다. 현대캐피탈에 1라운드 4순위로 입단해 지금까지 팀의 중앙을 지키고 있는 원클럽맨이다. 말 그대로 현대캐피탈의 산증인이다.
이번 시즌 승승장구인 팀을 보며 최민호도 기분이 남다를 터. 최민호는 “현대캐피탈에 14년 정도 있었다. 아까 (문)성민이 형이랑 (현대캐피탈이) 18연승 했을 때 (선수가) 나랑 형이랑 두 명 밖에 안남았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그런 생각을 하니 정말 마음이 좀 뭉클했다고 해야되나?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팀 성적이 안좋을 때는) 스스로 자책도 많이하고 선배로서 많이 부끄럽고 욕심을 많이 냈다. 지금은 전체적으로 자기 몫을 다 하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내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호는 선배가 된 자신을 마주할 때마다 선배 문성민의 모습을 떠올린다. “어릴 때부터 (문)성민이 형을 보고 배웠기 때문에 형의 모습들이 아직도 나한테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말을 전했다.
최민호도 팀에서 문성민과 함께 최고참 라인이다. “후배들을 기분 좋게 풀어줄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쓴소리도 해야한다. 그런 역할을 내가 잘 해야될 것 같다. (허)수봉이가 주장으로서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에 뒤에서 도와주며 잘 이끌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현대캐피탈의 성적과 비례해 배구의 도시 천안의 열기가 뜨겁다. 수많은 팬들이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선수들도 팬들의 진심을 여실히 느끼고 있다.
최민호는 “팬분들이 응원해주시면 선수 입장에서 행복하다. 감사한 마음이 크다”며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이어 “원정을 가도 홈 못지 않게 응원을 해주신다. 이러한 현대캐피탈의 선수라는 것이 정말 뿌듯하고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팬분들을 위해서라도 우승을 선물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힘주어 말했다.
베테랑 최민호와 괴물 레오가 현대캐피탈의 별을 바라본다. 우승. 다른 곳에서 태어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두 선수가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11연승 고지에 올랐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들이 꿈꾸는 현실의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사진_천안/이예원 기자, KOVO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