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빈아, 도공에 뼈를 묻자!” “네, 언니랑 같이요!”, 서로를 믿고 아끼는 배유나X김세빈

광주/김희수 / 기사승인 : 2024-02-04 06: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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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유나는 김세빈을 진심으로 아낀다. 김세빈은 그런 배유나를 닮아가려고 노력한다.

1989년생 배유나와 2005년생 김세빈은 한국도로공사의 중앙을 단단하게 지키고 있다. 팀이 날개 조합을 완성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두 선수가 지키는 중앙만큼은 큰 걱정이 없다.

3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 한국도로공사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도 두 선수는 동반 맹활약을 펼쳤다. 배유나는 블로킹 2개‧서브 득점 4개 포함 17점을 터뜨렸고, 김세빈은 블로킹 4개 포함 11점을 올렸다. 유효 블록도 11개를 합작한 두 선수는 팀의 세트스코어 3-1(26-24, 25-19, 17-25, 25-17) 승리에 기여했다.

경기 후 두 미들블로커는 함께 인터뷰실을 찾았다. 먼저 배유나는 “항상 페퍼저축은행전은 부담스럽다. 그래서 선수들끼리 초반부터 경기를 잘 풀어나가자고 이야기를 나눴고, 다행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후 곧바로 김세빈도 “정말 이기고 싶은 경기였는데 이겨서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 두 선수는 서로 “(김)세빈이가 잘해서 이겼다”, “(배)유나 언니 덕분에 이겼다”며 인터뷰의 시작부터 서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배유나의 서브 감각은 상당히 날카로웠다. 절묘한 코스 선정과 큰 낙차를 통해 페퍼저축은행의 리시브를 손쉽게 흔들었고 4개의 서브 득점을 터뜨렸다. 배유나는 “몇 경기 전부터 계속 서브 감각이 좋았다. 올스타 브레이크 때도 서브가 잘 맞아나가는 느낌이었다. 서브를 때릴 때마다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며 긍정적인 최근의 느낌을 전했다.

서브와 블로킹에 워낙 일가견이 있는 배유나지만, 포지션 특성상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기는 어렵다.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후위에 설 일이 없기 때문. 트리플 크라운 이야기에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은 배유나는 “(이)윤정이한테 백어택 패스를 한 번 달라고 할까 싶다(웃음). 한 번 준비해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배유나의 유쾌한 이야기는 계속됐다. 이날 경기 중에는 배유나가 이고은의 오버네트를 의심하며 김종민 감독에게 비디오 판독을 써볼 것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하는 장면이 나왔다. 당시에 대해 묻자 배유나는 “사실 그 오버네트 이야기를 하기 전에도, 백C 공격이 아웃된 것에 대해 감독님께 인/아웃 비디오 판독을 부탁드렸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오버네트 때도 마찬가지로 절레절레하셨다. ‘아, 왜 안 써주시지’ 싶어서 서운했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어서 김세빈과도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무엇인지 묻자 “블로킹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고 밝힌 김세빈은 “레프트 쪽으로 빠르게 세팅되는 볼을 잘 못 잡은 부분은 아쉽다. 그래도 2단 공격이랑 라이트 쪽 공격을 막을 때는 타이밍을 잘 잡은 것 같아서 좋다”며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그런 김세빈을 지켜보던 배유나는 “잘한 부분을 이야기할 때는 아주 디테일하게 이야기한다”며 후배를 귀엽게 바라봤다.

김세빈은 지난 흥국생명전 이후 아버지 김철수 한국전력 단장과 나눈 메시지에 대한 훈훈한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아빠랑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아빠가 ‘점수를 내고 나서 왜 이렇게 파이팅을 작게 하냐’고 뭐라고 하셨다. 사실 워낙 안 풀렸던 경기라 이미 속상해 있었기 때문에, 그냥 알겠다고만 대답했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에 아빠가 ‘그렇게 말해서 미안하다’고 장문의 사과 문자를 남겨주셨다. 다 잘 되라고 하신 말씀인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잘 풀었다”며 또 한 번 해맑게 웃어보였다.

두 선수는 올스타전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선수로 출전한 김세빈은 “어릴 때부터 정말 신기해하면서 보던 자리에 직접 가보니 너무 재밌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런 김세빈의 활약을 중계했던 해설위원 배유나는 “세빈이가 하필 (이)다현이 옆에서 춤을 추는 바람에 너무 묻힌 게 아쉬웠다”며 김세빈을 놀렸다. 그러자 김세빈은 “전날에 다현 언니랑 서로 미리 춤을 보여줬는데, 이미 안 되겠다 싶었다(웃음). 언니는 그루브부터가 다르다”며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끝으로 두 선수는 서로에게 격려의 한 마디를 건넸다. 먼저 배유나는 김세빈에게 “세빈이를 보면서 내가 배우는 것도 있다. 또 세빈이가 나에게 뭔가를 물어볼 때 그걸 답해주면서 또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 지금도 너무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부담 갖지 말고, 신인답게 패기 넘치고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동생을 한껏 격려했다.


그러자 김세빈도 진심으로 화답했다. 그는 “언니가 많은 걸 알려주시고 또 도와주셔서 큰 도움이 된다. 언니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걸 다 잘하는 언니를 본받겠다”고 말한 뒤 “언니 사랑해요!”라며 발랄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배유나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세빈이는 한국도로공사에 뼈를 묻을 거다. 이미 내가 그렇게 말했다”며 김세빈의 한국도로공사 종신을 선언했다. 그러자 김세빈은 “언니랑 같이 묻는 걸로 하겠다”며 배유나의 동반 종신을 알렸다. 한국도로공사의 소중한 두 대들보가 오랫동안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사진_광주/김희수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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