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아,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어” 받는이 김연경, 보내는이 흥국생명

송현일 기자 / 기사승인 : 2025-05-04 16: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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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MVP를 휩쓸며 흥국생명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신인’ 김연경이 2024-25시즌 19년 전과 같은 레퍼토리를 연주하고 ‘전설’ 김연경이 돼 떠났다. 누구보다 아름다웠던 배구 여제의 마지막을 ‘김연경 키즈’, 그리고 그의 둘도 없는 벗 김수지가 진심을 담아 배웅했다.


전설의 마지막을 함께 하다
2024-25시즌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에서 만난 흥국생명과 정관장은 한 편의 드라마를 썼다. 김연경은 이로써 역대 가장 치열했던 챔프전에서 역사에 남을 우승 반지를 꼈고, 개인 통산 4번째 챔프전 MVP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남녀부를 통틀어 4개의 챔프전 MVP 트로피를 보유한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오직 김연경만이 할 수 있는 화려한 마무리였다.

그토록 기다린 통합 우승이다.
김수지
(김)연경이의 마지막이 화려하게 마무리된 것 같아 친구로서 너무 기뻤고, 그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어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연경이의 우승을 간절히 바라 왔을 거예요. 챔피언십 포인트가 나고 주변을 잠깐 봤는데 모두가 연경이에게 달려가고 있더라고요. 그만큼 이번 우승은 저희 모두에게 의미가 더 큰 것 같아요.
최은지 지난해 흥국생명이라는 팀에 처음 왔는데, 비시즌부터 시즌 내내 모두가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런 만큼 통합 우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어 정말 뜻깊네요. 무엇보다 연경 언니의 ‘라스트 댄스’를 함께했다는 게 무척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제 인생 최고의 시즌으로 남을 것 같아요.
이고은 이번이 연경 언니의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의미 있었어요. 무엇보다 모두가 웃으면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 언니의 마지막을 함께 웃으며 보낼 수 있어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문지윤 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흥국생명에 오게 됐는데, 이렇게 바로 우승까지 하게 돼 정말 행복해요. 돌이켜보면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하고 감사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김다은 저희가 정말 힘들게 우승을 얻어내서…. 사실 마지막 순간에도 ‘우리가 우승한 게 맞나?’ 싶을 만큼 실감이 잘 안 났어요. 그런데 경기 끝나고 많은 분이 축하해 주시는 걸 보면서 그제야 조금씩 실감이 나더라고요. ‘아, 우리가 정말 우승했구나’ 하고요.
박혜진 신인 때부터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이번엔 저희가 그 목표를 이뤘네요. 통합 우승으로 시즌을 마치게 돼 너무 행복하고 기쁜 것 같아요.
박수연 신인으로 팀에 왔을 때부터 몇 번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저희가 목표했던 걸 이룰 수 있어 정말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그야말로 역대급 챔프전이었는데.
김수지
특정 장면보다는 매 순간, 매 세트, 매 점수 모두가 다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챔피언십 포인트가 났을 때 심정은) ‘아, 끝났다’ 하는 감정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고비를 넘긴 느낌이었죠. 정말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던 챔프전이잖아요.
이고은 정말 매 순간이 다 인상 깊은 챔프전이었어요. 서로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계속 치열하게 맞붙었잖아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마지막 순간인 것 같아요. 특히 연경 언니가 파이프 공격을 시원하게 성공시킬 때마다 ‘역시 김연경’이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참 많았어요.
최은지 1차전부터 5차전까지 모든 경기가 다 치열해서 하나하나 전부 기억에 남아요. 그래도 머리에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장면은 5차전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딱 그 순간이요. 그때 느꼈던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예요.문지윤 모든 장면이 다 너무 좋았지만…. 마지막 점수가 딱 들어가고 나서 다 같이 뛰어들어 기뻐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김다은 기회가 올 때까지 계속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5차전이 돼서 딱 투입이 된 거예요. 오랫동안 간절히 기다린 만큼 제 역할을 보여줄 수 있어 행복했어요.
박혜진 이번 5차전 5세트는 정말 평생 기억날 것 같아요. 1·2차전을 저희가 이겼는데 정관장이 다시 3·4차전을 가져갔고, 마지막 5차전 때도 저희가 다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도 끝까지 해서 결국 5세트까지 갔잖아요. 접전에 접전을 거듭한 끝에 저희가 힘들게 이겨서 더 보람 있었던 것 같아요.
박수연 이번 챔프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뜨거웠지만 딱 하나만 꼽자면 5차전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저희가 이겼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상대가 끝까지 물고 늘어져 긴장감이 정말 대단했거든요. 그런 상황 속에서도 결국 저희가 이겨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고 강하게 기억에 남아요. (챔프전 매 경기 원포인트 서버로 투입돼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냈는데) 저는 보통 20점 이후 중요한 상황에만 들어가잖아요. 그래서 항상 ‘실수만 하지 말자’ 하는 마음으로 들어가는데 그런 상황에서 서브 득점을 내면 정말 기분이 남다른 것 같아요.



아듀, 김연경
김연경을 가까이서 지켜본 흥국생명 선수들은 하나같이 그가 “같은 선수로서도 존경스럽지만, 사람으로서도 많이 본받고 싶은 존재”라고 했다. 누군가는 아직 그의 은퇴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인터뷰 중 눈물을 보였고, 또 어떤 이는 그가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선수”라며 “같이 뛰었다는 사실 자체가 내겐 큰 행운이고 하나의 업적”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한국 여자배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연경이 동료들의 진심 어린 축하와 함께 코트를 떠났다.

선수 김연경을 추억한다면.
김수지
연경이는 코트에선 리더십이 강하고 어려운 일을 자처하는 친구지만 정말 존경스러운 선수예요. 하지만 코트 밖에서는 또 누구보다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위트 있는 사람이고요. 친구가 돼 영광이었습니다, 연경 씨(웃음).
최은지 사실 어릴 때부터 연경 언니를 보면서 배구 선수의 꿈을 키워왔거든요. 그만큼 언니는 제게 특별한 존재예요. 짧다면 짧은 1년이지만 그 시간 동안 언니 옆에서 정말 많은 걸 배웠고, 언니의 선수로서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건 저에게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정말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기회였다고 생각하고요. 같은 선수로서도 존경스럽지만, 사람으로서도 많이 본받고 싶은 존재예요.
이고은 진심으로 멋있는 선배였어요. 같이 뛰면서도 느꼈지만, 언니는 그 자체로 팀을 이끄는 리더였고 선수로서도 정말 본받고 싶은 모습이 많았어요. 경기 안에서 보여주는 모습뿐 아니라 팀을 하나로 끌어주는 힘과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리더십이 정말 인상 깊었고, ‘나도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드는 분이었어요. 배구적으로도 이런 선수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존경스러웠고, 언니와 함께 뛸 수 있어 큰 영광이었습니다.
문지윤 저는 배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연경 언니를 보면서 자랐고, 항상 언니의 플레이를 보며 배우고 동경해 왔어요. 연경 언니는 해외 리그에서도 멋지게 활약하던 ‘월드 클래스’였는데, 사실 그런 언니와 한 팀에서 뛸 수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국내에서 함께 뛰게 되고 또 언니의 마지막 은퇴 경기까지 함께할 수 있어 너무 감사했어요. 마음속으로는 ‘한 시즌만 더 하면 안 될까?’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제는 정말 언니를 위해 보내드릴 때가 온 거겠죠. 슬프지만 잘 보내드리려고 해요.
김다은 언니는 정말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선수예요. 제게는 앞으로도 계속 ‘닮고 싶은 선수’로 남을 것 같아요. 함께하는 동안 정말 많은 걸 보고 배웠어요. 언니와 같이 뛰었다는 사실 자체가 제겐 큰 행운이고 하나의 업적인 것 같아요.
박혜진 모두가 연경 언니를 우상으로 생각할 정도로, 연경 언니를 보며 배구를 시작한 사람이 많잖아요. 그런 언니와 한 팀에서 같이 코트에서 뛰어보고 생활한 게 너무 꿈 같은 시간이었어요. 언니는 영원히 제 마음속 우상으로 남을 거예요. 선수가 아니라 사람으로도요.
박수연 연경 언니…. 아 진짜 말하다 눈물 날 것 같아요. 잠시만요. 저는 사실 언니의 오랜 팬이기도 한데 그런 언니와 같은 팀에서 뛸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어요. 어딜 가도 저희 연경 언니 같은 선수는 다시 없을 거예요.



한국 여자배구의 전설이 이제 정말 코트를 떠난다.
김수지
이번 챔프전도 정말 힘들었고 내심 또 우승 못 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연경이가 그 무게를 늘 혼자 짊어지는 게 안타까웠고 도와주지 못했던 게 계속 마음에 남았어요. 그래도 늘 혼자 씩씩하게 팀원들 몫까지 헤쳐나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고, 이제는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연경아, 너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어 정말 기쁘고 행복했어. 제2의 인생도 가까이서 늘 응원할게. 너라면 분명히 뭐든 잘할 거야.
최은지 언니,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팀이 어려울 때마다 늘 중심에서 후배들을 이끌어 주시고 선수들에게 큰 힘이 돼주셨어요. 그런 언니의 리더십을 보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고 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언니가 앞으로도 늘 행복하고 꽃길만 걷길 바라요. 정말 감사하고 사랑해요.
이고은 언니, 긴 선수 생활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마지막까지 멋지게 마무리하셔서 제가 다 기쁘고 행복하네요. 너무 축하드리고 이제 제2의 인생을 시작하실 텐데 그 길 또한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언니,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문지윤 연경 언니, 이제 제2의 인생을 시작하시잖아요. 새로운 길도 언제나 그랬듯 언니답게 힘차게 걸어가시길 바라며 저도 늘 응원하겠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김다은 연경 언니,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언니가 있는 동안 많은 걸 배웠고 그 경험이 제게 큰 자산이 될 것 같아요. 선수로는 은퇴하셨더라도 앞으로 또 멋지게 새로운 길을 걸어갈 언니를 응원할게요.
박혜진 더 이상 같이 뛸 수 있다는 게 섭섭하지만 그래도 언니의 가는 길을 웃으며 보내줄 수 있어 다행인 것 같아요. 등장만큼 멋있게 떠나는 언니의 또 다른 인생을 항상 응원할게요.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박수연 제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연경 언니, 선수 생활은 비록 마무리하시더라도 앞으로의 삶에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셨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글. 송현일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DB(문복주, 박상혁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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