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NL의 중요성, 그리고 세대교체 성공한 일본 여자배구대표팀

스파이크 기자 / 기사승인 : 2022-05-12 16: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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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이후 김연경을 비롯해 대표팀 주전 선수들이 은퇴 의사를 밝혔다. 이로 인해 세대교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넘겨받은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어떻게 선수를 구성할지 주목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또 절실한 순간이다.

세대교체가 불가피한 세자르호
VNL부터 중요하다

어느덧 2024 파리올림픽을 준비할 시기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으로선 위기이자 기회다.

화려한 이력을 남긴 윙스파이커 김연경은 2020 도쿄올림픽 이후 은퇴를 선언했다. 김연경과 나란히 오랜시간 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춘 미들블로커 김수지(IBK기업은행), 양효진(현대건설)까지 태극마크 반납 의사를 남겼다.

당장 윙스파이커 한 자리를 채워야 한다. 기존 멤버 아포짓 김희진(IBK기업은행), 윙스파이커 박정아(도로공사)와 함께 삼각편대를 형성할 ‘뉴페이스’가 필요하다. 미들블로커에서 윙스파이커로 변신한 정지윤(현대건설) 역시 공격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들블로커도 마찬가지다. V-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박은진(KGC인삼공사), 이다현(현대건설), 이주아(흥국생명), 정호영(KGC인삼공사) 등의 선의의 경쟁이 시작됐다.

당장 높이도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아시아 팀들만 봐도 장신 선수들을 대거 보유한 중국 다음으로 한국의 높이가 좋았다. 경쟁팀인 일본, 태국과 상대했을 때도 높이로 밀리지 않았다. 이제는 높이를 극복할 만한 한국만의 무기가 필요하다.

2022년 국제배구연맹(FIVB)의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는 어느 때보다도 한국 대표팀에 중요하고 필요한 대회다.

물론 이 대회 뿐만 아니라 모든 대회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 대회를 통해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해 보고,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를 선발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적합한 선수들을 꾸준히 훈련시키면서 경험치를 끌어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렇게 대표팀의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조합이 탄생한다.

아울러 올해 대표팀은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의 경험치를 끌어 올려야 한다. 승리하는 경기보다는 패하는 경기에서 선수들은 많은 것을 얻고 배운다. 기억에 남는 경기 역시 이긴 경기 보다는 진 경기가 많다. 선수들은 패하는 경기에서의 후회와 아쉬움이 크다. 경기를 복기하면서 느낀 것들이나 직접 경험한 것들이 곧 경험치가 된다. 

 


작년 VNL을 돌아보자. 한국 대표팀은 2021년 VNL에서 3승1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후 2020 도쿄올림픽에서 4위라는 성적을 올렸다. 이는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활약해줬기 때문이다.

이렇듯 또 다른 베테랑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래가 밝은
일본 여자배구대표팀

한국의 올해 VNL 첫 상대는 일본이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2년 전부터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일본팀은 주축을 이루는 주전선수들의 대부분이 올림픽을 처음으로 경험하는 선수들이었다. 다른 대회에서는 뛰어난 기량을 보여 주던 선수들이 오히려 올림픽에서는 자신들의 경기력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했다.

작년 VNL에서 일본은 12승 3패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유스 대표팀에서도 맹활약했던 어린 선수들이 대거 출격해 탄탄한 전력을 드러냈다. 일본은 수비력을 바탕으로 한 빠르고 정확한 공격력을 앞세워 상대팀을 압박했다. 한국과의 맞대결에서도 공격력에서 크게 앞섰다. 공격득점을 제외한 블로킹(6-7), 서브(3-4), 디그(15-10), 리시브(70-58), 범실(14-14) 등은 거의 대등했다. 공격득점에서는 38-52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일본의 경기를 보면 신장은 작지만 기본기를 바탕으로 받고 올리고 때리는 상황이 무척 정확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리시브 이후의 공격까지 단시간에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시카와 마유와 코가 사리나, 쿠로고 아이 3명의 공격수들이 삼각편대를 이루고 좌우에서 공격을 주도한다. 이 3명의 공격수들은 VNL에서도 공격득점 랭킹 10위 안에 들었다.


코가는 5위에 이름을 올렸고, 일본 남자배구대표팀의 주장 이시카와 유키의 친동생인 이시카와는 8위를 차지했다. 이어 쿠로고는 9위에 위치했다.

 


일본 역시 자국리그에서 아포짓에는 외국인 선수를 기용하는 편이다. 쿠로고는 윙스파이커 출신이지만 대표팀에서는 아포짓으로 기용됐다. 사실상 3명의 윙스파이커를 코트에 세운 셈이다.

또한 모미 아키 세터는 VNL에서 세트 성공률 25.02%, 경기당 평균 24.75개의 세트로 세터 부분 1위를 차치하며 일본팀의 미래를 밝게 했다.

비록 일본은 VNL 3-4위전에서 터키에 패해 최종적으로 4위를 차지했지만 전체 경기력이 좋았기 때문에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안방에서 열린 도쿄올림픽에서는 본선 탈락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물론 주포 코가가 대회 도중 발목을 다치면서 목발을 짚고 다니기도 했다. 제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 한국과의 경기에 나서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의 무게는 선수들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모미 세터를 비롯해 이시카와, 코가, 쿠로고 등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이 대부분 올림픽은 처음이었다. 큰 대회에서의 부담감과 자국에서 펼쳐지는 경기에서의 무게가 그들의 경기력을 무디게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선수들에게는 경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일본배구협회 역시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대회 준비를 했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길게 내다봤다. 후보 선수들만 5, 60명 가까이 살펴보고, 점검하며 퍼즐 맞추기를 한 것이다.

물론 올림픽 부진으로 인한 감독의 전격 교체가 이뤄졌다. 나카다 구미 감독에서 마나베 마사요시 감독이 다시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마나베 감독은 2012년과 2016년 두 번의 올림픽을 경험한 감독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3위,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5위의 성적을 올린 감독이기도 하다.

일본배구협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마나베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5년 만에 복귀하게 돼 긴장이 된다. 파리올림픽까지 2년 반이 남았다. 올림픽 예선까지는 약 1년 반이다. 짧은 시간안에 팀 전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나카다 감독과 경기 성향은 다를 수 있겠지만 일본팀의 특성상 기본기와 수비력을 충분히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도쿄올림픽에서 경기를 치른 선수들의 대부분이 어린 선수들이 작년 아픔이 약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 선수들을 중심으로 다음 올림픽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캡틴으로는 코가가 낙점됐다. 등번호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마나베 감독은 “주장으로는 코가밖에 없다”면서 “예전 에이스로 활약한 기무라 사오리의 등번호인 3번을 쓸 것을 제안했다. 지금까지 코가의 등번호는 2번이었다. 파리올림픽을 향해 일본의 에이스이자 캡틴으로서 노력해줬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마나베 감독은 지난 3월 31일 첫 훈련에 돌입할 39명의 선수들을 공개했고, 4월부터 담금질에 나섰다. 5월 6일까지 훈련을 진행하고 이 가운데 VNL 무대에 오를 2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VNL이 끝난 뒤에는 세계선수권 대비에 나선다. 올해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과 네덜란드 및 폴란드에서 개최되는 세계선수권 일정이 겹친다. 대표팀은 2개 팀으로 분리 운영할 계획이다.

글. 이도희 칼럼니스트
사진. FIVB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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