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리니표 배구 V-리그에 이식되나,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이 그리는 새시즌 구상

강예진 기자 / 기사승인 : 2021-07-12 14: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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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용인 마북리 현대건설 배구단 체육관에는 ‘빠르고 강하게’란 기운이 넘쳐난다. 강성형 감독이 이도희 감독 후임으로 부임한 뒤 일어난 변화다. 강 감독은 여자 대표팀 수석코치로 라바리니 감독 옆을 지키다가 현대건설 사령탑으로 영입됐다. 2020-2021시즌을 최하위로 마감한 현대건설은 강성형 감독에게 팀 재건 임무를 맡겼다. 강 감독은 <더스파이크>와 만난 자리에서 “이기기 위해 왔다”면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라고 새 시즌을 향한 각오를 밝혔다. 대화를 나눌수록 강 감독에게 라바리니의 향기가 묻어났다. 그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고 대표팀이 추구하던 배구를 해보겠다고 했다. 강 감독을 만나면서 현대건설이 다음 시즌에 보여줄 색깔이 궁금해졌다.

 

빠르고 강한 배구 하려면? 

체력 뒷받침이 필수

강성형 감독은 여자 국가대표 수석코치의 임무를 모두 마치고 지난 5월 현대건설에 합류했다. 그는 팀에 들어오자마자 선수들에게 스승의 날 깜짝 파티 선물을 받았다. 지금은 선수들에게 한 발짝 다가서기 위해 남모를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Q__감독 부임 후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가요.

아직 선수들과 친해지는 단계예요. 선수들과 면담을 하면서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죠. 훈련 쪽에서는 기존에 해왔던 방식이 있겠지만 지금은 제가 가진 색을 팀에 입히는 초기 단계예요. 볼 운동보다는 체력 쪽에 비중을 두고 있고요. 근래엔 중고대회가 있어 고등학교 팀들과 연습경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선수들을 괴롭히고 있죠(웃음).

 

Q__감독님만의 색깔이라고 한다면요.

대표팀이 하던 배구를 하려 해요. 세터 김다인 선수도 빠른 배구를 하고 있으니까 빠르고 강하게 해보려고요.

 

Q__부임 직후 인터뷰에서도 체력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어떤 방향인가요.

제가 원하는 빠르고 강한 배구를 하기 위해선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해요. 배구할 때 보면 포지션마다 쓰는 근육이 다르잖아요. 세터는 상체 쪽, 리베로는 하체 쪽으로요. 특히 윙스파이커는 공격, 수비 모두를 담당하기에 체력이 가장 중요해요. 선수들이 코어가 약해서 더 강조하고 있고요.

 

Q__감독님만의 확고한 생각이 느껴지는데요. 처음 감독직을 제의받고 결정하기까지 고민했던 부분이 있을까요.

사실 현대건설 선수 구성을 살펴보면 성적이 나지 않을 팀은 아니거든요. 제가 여자배구대표팀에서 라바리니 감독의 배구를 배웠잖아요. 그러다가 제의를 받고 구상해봤는데 현대건설 선수 구성을 보니 제가 하고 싶은 배구 색을 낼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제가 ‘현대’라는 팀에 오래 있었기도 했고, 좀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웃음).

 

Q__라바리니 감독이 따로 해준 말이 있나요.

이탈리아에 머무를 때 메일, 영상을 주고받았는데 축하한다고, 잘됐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라바리니 감독한테 배워왔기에 훈련 방법이나 영상을 통해서 연구하고 공유하자고 요청했어요. 조금 도와달라고도 했고요. 라바리니 감독은 ‘우린 친하니까 그렇게 하자’라고 하던데 정말 친해서 그런 거 맞겠죠?(웃음)


Q__강 감독이 생각해온 훈련과 라바리니 감독 훈련 방식의 차이가 있나요.

라바리니 감독은 공격적이에요. 공격력을 강조하죠. 국내 팀들이 수비 위주의 훈련을 한다면 라바리니 감독은 무조건 서브를 시작으로 강하고, 빠르게 해야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가 체형상 세계 선수들을 따라갈 순 없지만 훈련하고 거기에 적응을 하다 보면 방법이 있고, 따라갈 순 있어요. 파워가 강하진 않지만 능력이 있는 만큼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Q__KB손해보험 감독직 경험이 있긴 했지만, 여자대표팀 코치를 제외하면 여자팀 감독은 처음인데 걱정되진 않았나요.

걱정 많았죠. 일단 성별이 다르잖아요. 훈련 방법도 남자팀과는 좀 더 다른 부분에서 신경 써야 하고, 염려되는 부분도 있었거든요.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지만 제가 코치로 여자팀에서 해왔던 게 있잖아요. 기존 지도자들이 해왔던 걸 따라하기보다는 국제무대를 겪으면서 배웠던 것들을 세밀하게 적용해볼 생각입니다.

 

Q__세밀하게 적용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남자랑은 스피드, 힘에서 차이가 있어요. 제가 눈높이를 우선 여자팀에 맞춰야죠. 힘쓰는 게 다르니까 고려도 해야 하고, 어떻게 가지고 가야 할지 연구도 해야죠. ‘왜 저걸 못하지’라는 생각을 가지기보다는 우선은 제가 여자가 되어야죠(웃음). 

 

Q__전임코치가 됐을 때 성격이 여자배구와 잘 맞을 것 같다고 주변에서 그랬다고 했는데요. 겪어보니 어땠나요(강성형 감독은 2019년 여자대표팀 전임코치로 발탁됐을 당시 인터뷰에서 “‘여자배구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보단 주변에서 말을 많이 해줬어요. 제 성격이 여자배구랑 잘 맞을 것 같다는 식으로요”라고 이야기했다).

성격이 와일드한 편이 아니라서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훈련 방법이 세밀하다 보니 여자팀을 맡으면 잘 맞겠다는 이야기가 들렸던 것도 맞고요. 잘 맞는다기보다는 제가 맞춰가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처음엔 정말 어색했죠. 그래도 대회를 같이 나가면서 친해졌어요. 저도 A형이라 낯가림이 있는데 지금은 많이 편해졌죠. 주위에서 걱정 많이 했는데 괜찮은 것 같아요.

 


Q__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현대건설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특별한 건 없었어요. 제가 바로 팀에 왔던 게 아니잖아요. 중간중간 선수들과 인사도 하고, 알고 지냈던 선수도 몇 명 있었는데 그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웃음). 

 

 

롤러코스터를 탔던 두 시즌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현대건설은 지난 두 시즌 롤러코스터를 탔다. 코로나19로 조기종료 됐던 2019-2020시즌은 정규리그 1위로 시즌을 마쳤으나 2020-2021시즌엔 최하위로 하락했다. 이기고 있다가도 분위기가 뒤집히면서 내준 경기가 많았다. 시즌이 끝날 때쯤 돼서야 뭔가를 해보려는 꿈틀거림이 보였다. 정규리그가 끝을 향해 달려갈 때쯤 양효진은 “뭔가 해보려고 하니 시즌이 빠르게 끝난 기분이다. 더 해보고, 맞추고 싶은 게 있어 다음 시즌이 더욱 기다려진다”라고 했을 정도다.

 

Q__감독으로 2017년 이후 4년 만에 프로에 돌아오셨습니다. 그때와 분위기 자체가 많이 다르죠.

그때도 분위기가 자유롭긴 했어요. 지금 특별한 분위기가 있거나 달라졌다기보다는 자유로움 속에 선수들이 프로 의식을 가지고 있잖아요. 저도 그걸 바라고 강조하고 있고요.

 

Q__국제대회 경험이 많으니 외국인선수를 보는 데도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요.

선택지가 많지 않아 어려웠어요. 지난 시즌과 비교해서 기량이 떨어진 건 사실이고요. 라바리니 감독한테 물어보긴 했는데 2부 리그에 있던 선수들이라 잘은 모르더라고요. 루소와 견주었을 때 괜찮은 선수가 있었는데 마지막에 철회했고요. 우선 국내에선 스피드하고 체력이 강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아 그 기준으로 선발했어요. 8월부터 본격적으로 합류한다고 하는데, 제가 뽑긴 했지만 궁금하긴 하네요.

 

Q__현대건설이 근 2년간 롤러코스터 시즌을 보냈잖아요. 지켜보는 입장에서 어땠는지요.

지난 시즌 미디어 데이인가? 직접 듣진 못했지만 주변에서 현대건설이 우승후보로 거론됐다고 하더라고요. 막상 시즌을 치를 땐 선수들은 특별한 게 없었는데 심리적으로 어려운 게 없지 않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준비과정이 조금은 어긋나지 않았나 싶어요. 좋은 선수들이 있기에 어떻게 보면 지금 저한텐 기회죠. 지난 시즌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걸 선수들도 잘 알기에 훈련할 때 잘 따라와주고 있어요.


Q__지난 시즌 최하위라는 성적 때문에 올해는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도 있을 듯해요.

농담으로는 (지난 시즌에) 6위를 해서 부담 없다고는 하는데…사람 욕심이죠. 선수 4명이 대표팀에 있기에 본격적으로 훈련에 합류했을 땐 어떤 시너지가 나올진 모르겠지만 잘 준비한다면 플레이오프까진 생각해볼 수 있어요. 우승도 좋지만 우선 목표는 봄배구죠.

 

Q__코트 안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뭔가요.

분위기죠. 성적이 안 나오면 전체적으로 가라앉는 건 사실이에요. 선수들과 면담을 하면서 가장 활기 넘쳐야 하는 건 코트 안이 아니겠냐는 걸 강조했어요.


Q__선수들에게 해준 이야기는요.

기술적으로 말하면요, 빠른 배구를 하기 위해선 첫 볼 터치가 중요해요. 전까지는 속공을 쓰려면 시작이 첫 볼을 세터한테 밀어주기만 했어요. 지금은 높게, 여유 있게 줘야 해요. 그렇게 해야만 공격수가 뒤로 빠지면서 빠른 플레이를 할 수 있어요. 첫 볼 터치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플레이가 달라질 거예요. 그리고 공격할 때 조금 더 강하게 때릴 수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잘 그러지 않더라고요. 이만큼 힘을 쓰냐 안 쓰냐에 따라 득점의 여부가 갈리거든요. 아직 힘쓰는 방법을 잘 모르더라고요. 한 번에 힘쓰는 훈련을 강조하고 연습하자고 말해요.

 

 

김다인은 성장형 세터 

VNL 경험 통해 시야 넓혀

현대건설은 6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선수 4명이 국가대표로 차출된 상황이다(인터뷰는 VNL이 끝나기 전 진행됐다). 흔히들 국제대회를 경험하고 오면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를 치른 것 자체만으로도 큰 자산이 된다고 말한다. 강성형 감독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강성형 감독은 국제 대회를 ‘설렘’이라고 빗대면서 더욱 성장해 소속팀으로 복귀할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다.


Q__양효진, 김다인, 정지윤, 이다현 선수가 국제대회에 나가 있어요. 큰 무대를 경험하고 오는 것 자체에 큰 도움이 될 듯한데요. 

훈련할 때도 그랬지만 출국 전 다인이한테 이야기했던 게 있어요. 국내에도 잘하는 세터가 많지만, 국제대회는 또 다르거든요. 더 많이 배워왔으면 한다고 말했어요. 부딪히면 부딪힐수록 느껴지는 게 있거든요. 효진이는 물론 지윤이, 다현이 모두 잘하고 있잖아요. 저도 선수 생활을 해왔지만 국제대회는 또 다른 설렘이거든요. 훈련해서 성장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부딪히고 깨지면서 성장할 수 있는 폭이 더 커요. 복귀했을 때 효과가 있었으면 하네요.



Q__세터로서 김다인 선수에 대한 기대감을 여러 번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세터로서 자질이 있죠. 세터는 영리하고 끼가 있어야 하는데 눈치나 코트 안에서 움직임을 보면 다인이가 갖추고 있더라고요. 신장은 작지만 몸놀림이 빠르기 때문에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생각이에요. 다인이는 성장형 세터예요. 국제대회 경험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Q__정지윤 선수 또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잖아요. 차기 시즌 구상은 어떻게 하고 계시나요.

고민이죠. 지윤이랑 다현이가 겹치지 않게 들어가면 공격, 높이가 좋아지는 건 맞죠. 팀에 오면 우선 윙스파이커 훈련을 해볼 예정입니다. 그동안 리시브를 안 해서 못했던 거지, 시켜보니까 당장은 아니더라도 잘 따라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수더라고요. 본인의 위치를 찾아가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죠. 윙스파이커로서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Q__차기 시즌 현대건설 경기를 보고 난 후 주위에서 꼭 듣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 ‘이 부분에선 정말 달라졌다’라는 말이요.

코트 안 분위기가 활발하다? 적극성 있고, 공격적인 배구를 한다는 말이요. 그리고 선수들이 코트 안에서만큼은 승부욕, 분위기를 자극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지난 시즌엔 역전패가 많더라고요. 승부욕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Q__또 기대되는 선수가 있을까요.

윙스파이커 두 명을 포인트로 잡고 싶어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무사히 치를 수 있어야 해요. 예림이는 아마 내년이 FA라 잘할 거예요(웃음). 민경이는 지난 시즌 부상 때문에 힘들었잖아요. 비시즌 동안 보강 잘해서 버텨주길 바라요.


Q__인터뷰를 마무리할 때가 온 것 같네요. 감독으로서 포부를 듣고 싶은데요

저도 이기기 위해 왔지만 선수들은 더할 거예요. 지난 시즌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해야 하고요. 선수들도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바꿔가려고 분명히 노력 할 겁니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 한 해가 됐으면 해요.


Q__새롭게 만날 현대건설 팬들에게도 한마디 해주세요. 

어느 팀 팬들이나 좋아하는 팀이 잘되는 걸 바라잖아요. 실망 시켜드리지 않아야죠. 안 시켜드릴 자신도 있고요. 경기장에 오실 때 즐거운 마음으로 오실 수 있게 재밌는 경기 보여드리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글. 강예진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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