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지 않아 더 빛나는 ‘불혹의 미들블로커’ 우리카드 하현용

이정원 기자 / 기사승인 : 2021-07-02 01: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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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2005시즌, 3라운드 출신의 한 선수가 신인왕을 받았다. 그 선수는 지금도 V-리그와 함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후배들에게 모범적인 선수로 칭찬이 자자하다. 바로 우리카드 하현용이다. 불혹의 나이에도 하현용은 매사 솔선수범하는 선수다. 2020-2021시즌 후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BEST7 수상 영광도 안았다. <더스파이크>는 지난 5월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 ‘더블유스타일’에서 하현용을 만났다. 본지와 첫 대면 인터뷰를 가진 하현용은 이번 기회에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풀었다. 우리카드 주장 하현용의 배구 인생 속으로 들어가 보자.
 


챔프전 5차전까지 명승부
아쉽게 놓친 첫 우승 반지


Q__ 프로 데뷔한 지 16년이 다 되어가는 하현용 선수인데, <더스파이크>와 대면 인터뷰는 처음이라는 게 놀랍습니다.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인터뷰를 해야 할지 더 기대가 돼요. 인터뷰 전에 사진 찍는데 아내와 결혼 전 웨딩 사진 찍었던 순간이 기억나더라고요. 그때는 표정이 많이 어색했는데, 이번에는 사진 기자님이 잘해주셔서 표정도 잘 나온 것 같아요.

Q__하현용 선수에게 지난 시즌은 뜻깊은 시즌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한 시즌을 한 번 되돌아본다면요.
우리카드의 시즌 초반은 좋지 않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죠. 2019-2020시즌 1위 팀이었지만 팀에 변화가 많다 보니 선수들이 처음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죠. 그러다 나경복 선수의 부상 이후 몇몇 포지션에 변화를 줬고, 거기에 하승우 선수가 자신감을 얻었죠. 시즌 초반이 많이 아쉬웠어요.

Q__2020-2021시즌 후반 올라온 페이스가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졌고, 이는 구단의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까지 이어졌습니다. 하현용 선수에게도 이번 챔프전은 데뷔 첫 경험이었는데, 어땠나요.
저는 챔프전을 처음 경험해봤어요. 중요한 경기지만 그냥 정규리그의 한 경기, 한 경기라고 생각을 하면 편하지 않겠나 싶었죠. 플레이오프도 패배가 없었고, 챔프전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굉장히 잘 해줬어요. 아쉬웠던 점은 업&다운이 심했다는 점이에요. 잘될 때는 세트별 점수 차도 크고 모든 게 다 잘됐어요. 그런데 안 풀릴 때는 한 번에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우리가 고비를 넘었을 때는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했는데, 고비를 못 넘겼을 때는 확 무너지다 보니 아쉬움이 컸죠.

Q__우승을 놓친 아쉬움은 지금도 클듯합니다.
챔프전을 처음 경험했다고 하지만 우승 욕심이 안 날 수가 없어요. 겉으로는 욕심 버리고 충분히 잘 했다고 생각을 하고 싶지만 솔직히 말하면 욕심을 많이 가졌던 게 아쉬움인 것 같아요. 선수들에게도 ‘우리 충분히 잘 해왔다. 우리카드 역사를 쓰고 있는 만큼 열심히 해보자’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정말 우승을 하고 싶었어요. 욕심이 있다 보니 생각대로 플레이가 안 나왔던 것 같아요.

Q__우리카드가 챔프전에서 대한항공에 밀린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다고 생각하나요.
감독님도 말씀하셨어요. ‘상대도 우리만큼 범실이 많고 하지만 중요한 순간이나 세세한 볼 다루기, 그리고 정확성에서만큼은 우리보다 나았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챔프전이 끝나니 후련하더라고요. 타이트하게 일정이 잡히다 보니 심리적으로 지친 부분이 있었죠. 후련하지만 우승 놓친 부분은 아쉬웠죠.


프로 출범부터 한 시즌도 쉬지 않은 철인
“나이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Q__시즌 끝나고 우리카드와 FA 재계약을 체결했어요. 어쩌면 우리카드에서 우승을 이루고 싶은 게 하현용 선수의 마지막 꿈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우리카드는 충분히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이고, 팬들에게도 우리카드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감독님께서도 베테랑 선수들에게만큼은 몸 관리 측면이나 여러 부분에 많이 신경을 써주세요. 전 항상 이런 생각을 해요. ‘만약 내가 다른 팀에 있었다면 이번 시즌만큼 활약을 펼쳤을까’라고요. 우리카드가 대우도 잘 해주고, 저를 잘 이해해 주는 만큼 이 팀에 남게 됐죠.

Q__하현용 선수는 프로 출범 후 단 한 시즌도 거르지 않고 프로 무대를 밟고 있습니다. V-리그 산증인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한데요.
신인 시절 신영철 감독님이 저를 뽑아주셔서 감사하죠. 출범 시즌에 신인왕도 받았고 지금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어 감사해요. 사실 젊었을 때나, 최근 몇 년간은 손가락 부상 등 작고 큰 부상이 많아 속상한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전 2020-2021시즌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요. 한 경기도 빠짐없이 소화했잖아요. 지난 시즌에는 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빠진 경기가 많았거든요. 이번 시즌, 부상 없이 한 시즌 잘 치러줘 스스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하현용이 리그 전 경기를 소화한 건 2017-2018시즌 이후 처음이며, 2019-2020시즌에는 22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Q__현대캐피탈 여오현 플레잉코치를 제외하면 하현용 선수보다 나이 많은 남자 선수가 없어요.
사실이죠(웃음). 그간 저를 가르쳐주셨던 은사님을 만나면 항상 ‘몇 살까지 할 거냐’, ‘45살까지 해라’, ‘모범이 되는 만큼 잘 해라’라고 말씀하세요. 요 근래 그런 말을 더 많이 들었어요. 제가 나이가 많다는 건 저도 알죠. 하지만 나이에 대해 큰 생각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나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닌데 제 스스로 나이를 생각하기보다는 앞으로 미래, 다음 시즌 준비만 생각하려고 해요.



Q__하현용 선수가 생각했을 때 프로 출범 초창기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제가 어렸을 때는 무조건 열심히 해야 했고, 형들 눈치도 봐야 했어요. 그리고 신인이다 보니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죠. 위축되는 경향도 있었고요. 하지만 요즘 신인들이나 젊은 선수들을 보면 자기 실력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보여요. 물론 개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형한테 먼저 와서 어울리려 하고, 운동할 때는 또 열심히 하고요. 사실 우리 때는 형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죠.

Q__시설 등 여러 부분에 있어 프로 초창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프로 출범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V-리그 시설은 정말 좋아요. 한국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도 ‘한국 선수들은 좋은 시설에서 운동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하고요. 제가 외국에서 생활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일본으로 전지훈련 가본 적이 있어요. 거기는 아직도 마룻바닥에서 운동을 해요. 물론 저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때는 시설이 허름했죠. 그래도 저 졸업한 후에는 체육관도 새로 지어지고, 학교도 이전하며 신축 건물로 싹 바뀌었고요.

Q__프로 초창기 하현용 선수는 어떤 선수였나요.
요즘에 예전 생각을 많이 해요. ‘지금의 마음가짐이나 몸 관리 등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라고요. 이제 배구를 할 날이 했던 날보다는 적잖아요. 지금의 배구 이해도를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생활을 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잘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Q__그래서인지 시즌 종료 후 받은 리그 BEST7이 더 소중할 듯합니다. 데뷔 후 처음 받았잖아요.
베테랑 선수에게 좋은 상을 줘 감사하죠. 제가 잘했다는 건 팀에 보탬이 됐다는 거잖아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처지고, 그럴수록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제가 이 나이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니 좋죠.

Q__하현용 선수가 프로에 있으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중요한 순간을 기억하자면 신영철 감독님과 함께 했던 LG화재(現 KB손해보험) 시절보다는, 2020-2021시즌이 기억에 남아요. 챔프전 4차전에서 알렉스가 복통을 호소해 못 뛰었지만, 부상으로 못 뛴 게 아쉬운 게 아니에요. 4차전에 나왔던 한 번의 고비를 넘기지 못했어요. 우리가 디테일한 면을 조금 더 살렸더라면 우승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4차전 분위기가 5차전까지 이어지니 아쉬웠죠. 힘든 순간은 연승을 하거나 팀이 경기에서 이기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좋아요. 하지만 연패를 하거나, 아쉽게 지거나,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하면 정말 아쉬움이 커요. 다음 날 배구하기가 정말 싫고 힘들어요. 모든 선수가 그럴 거예요.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털고 준비하기가 쉽지만은 않아요.


MBC 청룡 좋아했던 야구 팬
배구를 하게 된 사연은?


Q__하현용 선수하면 떠오르는 단어 하면 아무래도 많은 팬들이 ‘헌신’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하현용 선수는 ‘헌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가 지금까지 꾸준히 했고, 포지션 특성상 매 경기 헌신해야 팀이 더 잘 될 수 있어요. 특별히 ‘헌신’에 대해 생각하지는 않아요. 포지션 특성을 잘 살려 팀에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만 할 뿐이에요. 항상 열심히 경기를 소화하려고 노력하는데, 팬들이 그렇게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Q__하현용 선수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많이 기사화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어떻게 배구공을 잡았는지도 궁금해요.
비하인드가 있어요. 원래는 야구를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야구를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인가, 사회 선생님이 다른 학교에서 오셨는데 우리 학교 오기 전 학교에 배구부가 있었나 봐요. 그 학교 배구부 코치님에게 ‘한 번 와서 봐라’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회 선생님이 추천한 사람이 저는 아니고 저보다 키 큰 친구였죠. 그 친구가 170cm가 넘었을 거예요. 그러다 수업 끝나고 화장실 가는 데 코치님에게 걸렸죠. ‘배구할 생각 없나’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때까지만 해도 TV에 배구 경기만 나오면 돌렸거든요. 처음에는 ‘배구는 잘 모르고, 안 하겠다’라고 했어요. 그런데 한 네 번을 계속 오시더라고요. 조금씩 관심이 생겼죠.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더니 ’운동 힘드니까 잘 생각해 봐‘라고 하시더라고요. 워낙 운동을 좋아했기 때문에 바로 전학 수속을 밟고 넘어갔죠.

Q__배구를 안 했다면 지금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생각은 해본 적 있어요. 상상은 자유인데, 다른 운동했으려나 하기도 하고요. 딱히 떠오르는 건 없더라고요.

Q__야구 좋아한다고 했는데 어떤 팀 좋아하셨나요.
MBC청룡이요. 지금은 LG트윈스로 바뀌었죠. 아버지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돌아가셨는데, 그전까지는 경기도 자주 보러 가고 회원카드도 만들었고요. KB손해보험에 있을 때에는 첫째 데리고 LG 경기 있을 때마다 수원 KT위즈파크로 가서 보곤 했죠(KB손해보험의 숙소는 수원 KT위즈파크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박용택, 이상훈 선수 등을 좋아한 올드팬이에요.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세 딸
그는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자 남편


Q__쉬는 날에는 주로 뭘 하는지도 궁금해요.
다른 시즌과는 다르게 이번 시즌은 유독 길었어요. 플레이오프, 챔프전을 거쳐 그런 느낌이 들었을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었더라도 시즌이 이렇게 길었던 적은 처음이에요. 젊은 선수들도 마찬가지지만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거예요. 비시즌에는 체력 보충이 우선이에요. 그리고 요즘에는 쌍둥이 딸들 어린이집 등·하원도 같이 하고 있고요. 첫째는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데 코로나19다 보니 줌(ZOOM) 수업을 해요. 



Q__코로나19가 풀리면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요.
요즘 강원도랑 제주도를 많이 가더라고요. 이미 많이 다니고 있고요(웃음). 조금 늦은 게 아닌가 싶어요. 렌트도 하려고 알아봤는데 렌트비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Q__FA 계약으로 고민이 많을 때, 아내분은 어떤 이야기 해줬나요.
아내하고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아내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잘 생각해서 계약 잘 하라’라고 하더라고요.

Q__운동선수의 아내는 힘든 자리라고 하잖아요. 아내 자랑 좀 해주세요.
아내가 무용을 했어요. 기본 체력은 돼요. 예전에 연애할 때는 술도 저보다 잘 먹을 만큼 체력도 좋았죠. 사실 운동선수 아내여서 고생하는 것보다 첫째 가진 이후에 유산을 여러 번 했어요. 유산은 아이를 한 번 낳은 거랑 똑같다고 해요. 특별히 몸이 안 좋거나 그런 거는 아니었는데 말이죠. 첫째 혼자 크면 외로울까 봐 둘째를 가지려고 했던 건데 잘 안되다 보니 ‘첫째라도 잘 키우자’라고 생각하며 포기하고 있었죠.
그러다 한 번 첫째랑 아내랑 놀이동산을 간 적이 있어요. 다녀와서 아내가 갑자기 몸이 이상하다 해서 병원을 갔는데 임신했다고 하더라고요. 속으로는 사실 걱정이 많이 됐죠. 유산 경험이 많았잖아요. 유산을 하면서 아내 몸이 많이 안 좋아졌거든요. 아내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위험한 순간도 있었고요. 그래도 쌍둥이 딸들이 무사히 나와 다행이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고맙게 생각해요. 쌍둥이 키우는 게 쉽지는 않아요. 백배는 힘들어요(웃음). 진짜 힘들어요. 힘들어도 내색 안 하고 딸들 잘 챙기는 아내, 이제 제가 잘 챙겨줘야죠.

Q__눈에 넣어도 안 아플 딸들 자랑도 부탁드려요.
저는 안 그랬는데 첫째(하사랑, 13살)는 하고 싶은 게 많나 봐요. 반장도 하고 싶고, 전교회장도 하고 싶어 하고요. 스스로가 무언가를 앞장서서 하려고 해요. 쌍둥이 딸(하미소-미래, 4살)들 키우느라 힘들 텐데도 아내가 첫째를 많이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첫째는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있죠. 쌍둥이는 또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어요. 다들 다섯 살인 줄 알아요. 쌍둥이들은 활동적이고 운동에 소질이 있는 것 같아요. 운동을 시켜야 하나 생각도 해요.

Q__딸들이 운동한다고 하면 시킬 의향이 있나요.
첫째는 운동보다는 예술 쪽과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쌍둥이는 보면 활동적이고 운동에 소질이 있으니 하고 싶다고 하면 시킬 의향이 있죠.

Q__배구 선수 하현용이 아닌 평범한 가장 하현용은 어떤 사람인가요.
전 언제나 딸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거든요. 그때는 사춘기이기도 했고, 숙소 생활을 하다 보니 어렸을 때처럼 아버지랑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게 아쉽더라고요. 우리 딸들에게는 좋은 아빠, 존경하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딸들하고 많이 친해져야죠.


하현용에게 배구란
“내 인생의 한 부분”


Q__2021-2022시즌 준비도 이제 들어갑니다.
부정하고 싶지 않지만, 요즘 확실히 느껴요. 예전에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쪘어요. 좋았죠. 힘들어도 몸이 금방 회복됐고요. 그런데 요즘은 먹으면 먹는 대로 살이 찌고, 컨디션이 올라오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려요. 작년 비시즌에도 몸을 만드는 게 힘들었어요. 그래도 그 힘듦을 버텼기 때문에 2020-2021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비시즌도 저에게는 정말 중요해요. 팀에 복귀할 때는 훈련에 문제없을 정도의 몸 상태가 되었으면 해요. 비시즌을 어떻게 준비하냐에 따라 팀의 한 시즌을 만들기 때문에, 비시즌 잘 해야죠.

Q__이제 배구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그럴수록 한 시즌, 한 시즌이 더욱 소중할 듯합니다.
이제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죠. 요새 들어 느끼는 게 뭐나면요. 선수, 코칭스태프들이 항상 ‘이번 경기 즐겨보자’, ‘마음껏 해라. 신나게 해라’라고 하잖아요. 중요한 것은 경기에 들어가서 웃고 한다고 신나게 하는 게 아니에요. 경기를 잘하고, 이기고 있어야 즐길 수 있어요. 우리 팀 동료들과 제가 잘해야 즐길 수 있어요. 그게 중요해요. 많이 신경을 쓰고, 항상 고민하고 다음 경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항상 생각해요.

Q__은퇴 나이는 어느 정도로 생각 중이신가요.
이제 제가 한국 나이로 딱 40살이에요. 길게는 힘들겠죠. 이젠 시즌이 끝나면 끝날수록 쉽지 않다는 걸 느껴요. 지금 나이를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실력이 안 되겠다. 몸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는 그만둬야죠. 그래도 한 1~2년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Q__신인왕, BEST7까지 받았으니 이제 남은 건 우승뿐이겠죠.
배구를 시작하고, 프로에 온 후부터 목표는 하나였어요. 대표팀도 해봤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우승을 해야죠. 그런데 이번에 느꼈던 거는 욕심만으로는 우승을 차지할 수 없다는 거예요. 욕심을 줄이고 한 단계, 한 단계 다시 올라가야죠. 다음 시즌에 꼭 우승을 했으면 좋겠어요. 만약 안 되면 또 노력해야죠.

Q__기존 전력도 그대로 유지가 됐고, 오는 11월이면 송희채 선수도 합류를 합니다. 이번이 우승 적기라는 말이 많은데, 하현용 선수가 뽑은 우리카드 키플레이어는 누구인가요.
다 잘하면 좋겠지만, 잘해줬으면 하는 선수는 일단 알렉스랑 나경복이죠. 세터도 있고 다 있지만 에이스가 잘해야 해요. 컨디션의 업&다운 없이 2021-2022시즌도 잘 해줬으면 좋겠고요. 또한 하승우 선수가 주전으로 뛰면서 경험을 많이 쌓았어요. 챔피언결정전까지 갔기 때문에 자신감도 쌓였을 거예요. 아마 2021-2022시즌 초반부터는 자신감을 가지고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카드가 미들블로커진이 약해요. 최석기 선수나 장준호 선수나 저나 조금 더 잘해야죠. 다른 팀도 전력 보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 다 잘해야죠.

Q__하현용 선수에게 배구란 무엇인가요.
의미를 갖고 딱 정의를 내릴 수 없을 것 같아요. 배구는 저의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 온 일부분이에요. 그래서 은퇴했을 때가 걱정이 돼요. 은퇴하면 뭘 해야 할까 항상 걱정해요(웃음). 함께 해온 일부분인데 ‘더 이상 배구를 못 하고 다른 걸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죠. 배구는 제 인생의 일부분이에요.

Q__배구를 그만두면 후회가 남을까요.
우승하고 은퇴하면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

Q__은퇴 후에는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남고 싶으신가요.
저는 두드러지는 포지션에서 뛰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각인이 될 만한 선수도 아니에요. ‘어떻게 기억에 남고 싶다’ 이런 것보다는 제 스스로 배구 인생을 잘 마무리해야 팬들 기억 속에도 많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우리카드 우승에 일조했던 선수, 우리카드가 첫 우승할 때 많은 도움이 됐던 선수로 남고 싶어요.

Q__어느덧 <더스파이크>와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땠나요.

인터뷰하면서 저의 배구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이야기한 것 같아요. 저의 배구 인생을 차근차근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Q__하현용 선수를 응원하는 팬 여러분이 많아요. <더스파이크> 비롯해 배구 팬들에게 한 마디 남기면 어떨까요.
<더스파이크> 팬 여러분, 이번에 인터뷰하면서 제 자신을 처음부터 돌아본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코로나19 때문에 경기장에 못 오는 상황이지만, 언제나 우리 선수들 기다리고 있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꼭 경기장에서 봤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카드 첫 우승을 위해 다가오는 시즌에도 달려가겠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가족들이 많이 힘들 거예요. 우리 첫째, 학교 일도 열심히 하고 동생도 잘 돌봐줘 고마워. 지금처럼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쌍둥이들은 지금처럼 활동적이고 건강하게 컸으면 좋겠어. 사랑하는 아내, 할 말이 너무 많은데…항상 미안해. 이제는 본인 몸 관리도 하고 앞으로도 서로 사랑하며 지내자.”

우리카드 주장이 동생들에게 전한다
“지난 시즌 챔프전까지 하느라 많이 힘들었을 거야.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밌던 시즌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아쉬움도 남어. 그래도 우리 선수들 너무 잘 해줬다. 챔프전 마지막 경기 모습처럼 비시즌도 잘 준비한다면 다가오는 시즌에도 좋은 성적이 나올 거라 믿어. 휴가 끝나고 더 빡세게 운동해보자.“


글. 이정원 기자
사진. 박상혁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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