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를 발판 삼아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한다' 단국대학교 여자배구부

김하림 기자 / 기사승인 : 2021-11-26 13: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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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도 여자 엘리트 배구 선수가 있다는 걸 과연 얼마나 알까. 세상의 무관심 속에 여기 20년 세월이 넘도록 여자배구부를 운영해 온 곳이 있다. U-리그와 연맹 대회에서 매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여대부 강호로 평가받는 단국대학교 배구부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프로 배구 선수’만이 인생의 마침표가 아니라는 걸 몸소 깨닫고 있다.

 


20년 전통 깊은 배구부 역사 속
중도 탈락자 ‘0명’
단국대 배구부는 1999년, 전국체전 충남 대표로 출전하기 위해 창설됐다. 처음에는 동아리 클럽 형태로 일반 학생들로 꾸려졌다. 그러다 2007년에 이르러 현재의 정상옥 감독이 부임하면서 엘리트 선수들로 모인 배구부로 거듭났다.

‘공부하는 운동선수’. 요즘 아마추어 선수 육성에 있어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이다. 학교 스포츠의 정상화와 함께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국대 배구부는 이를 일찌감치 모토로 삼고 실현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다른 학교에 비해 일반 학생과의 교류가 활발하다. 공부량도 많다. 그럼에도 창단 이후 지금까지 중도 탈락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졸업 후 진로도 다양하다.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선수들은 실업팀에 들어가거나, 공부에 뜻이 더 있으면 대학원에 진학하는 선수도 있다. 스포츠가 아닌 다양한 분야로 사회에 나서는 선수들이 훨씬 많다. 일반 회사에 사무직이나 마케팅 등 선수 본인이 어떻게 준비했느냐에 따라 다양한 길을 만들어 사회로 나간다.


함께 공부하고 운동하며 즐겁게 지내자

자유로움 속에 공존하는 ‘자율과 책임’
함께 공부하고 운동하면서 가족처럼 즐겁게 지내는 팀 분위기가 만들어지기까지 자율과 책임이 동반된 ‘자유로움’이 큰 몫을 했다. 오후 3시까지는 학생 신분으로 수업을 충실히 들은 다음, 그 이후부터 팀 훈련에 들어간다. 동계 방학에 집중 훈련이 이뤄지는 다른 팀에 비해 단국대는 3개월간 개인 운동을 한다. 감독이 선수들 개개인과 함께 짠 일정으로 겨울 방학을 보낸다. 일주일에 한 번씩 확인 통화 말곤 감독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운동이 없다. 온전히 선수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로 비시즌을 보낸다.

함께 공부하고 운동하면서 가족처럼 즐겁게 지내는 팀 분위기를 만들기까지 어려움도 있었다. 초창기에는 은퇴 선수들로만 모여 배구를 하기 싫어해 원활한 훈련 진행에 차질이 있었다. 선수들과 감독간의 마찰도 자주 발생했고 재정난으로 팀의 존폐 위기도 있었다. 어려움을 극복하기까지 지금의 감독직을 맡고 있는 정상옥 감독의 남모를 고충도 많았다. 훈련비 확보를 위해 이곳저곳 직접 발로 뛰어다니고 개인 사비를 쓰면서 팀을 운영했다.

그의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매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고 있는 단국대다. 올해 열린 2개 대회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2021 KUSF 대학배구 U-리그에서 2년 연속 우승, 2021 전국대학배구 고성대회에서 준우승을 달성했다.

최근 경일대에서 대구·경북지역 유일 여자배구부를 창단하며 여대부 발전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단국대, 목포과학대, 우석대, 호남대에 이은 다섯 번째 여자대학부다. 하지만 15개가 등록된 남자대학부와 비교한다면 현저히 적은 수다.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여자 배구의 인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아마추어 선수들의 저변 확대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즐기면서 운동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상옥 감독

Q__감독님 소개와 단국대 배구부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려요.
2007년부터 단국대 감독을 맡고 있는 정상옥입니다. 우리 배구부는 서로 공부하고 운동하는 가족처럼 즐겁게 지내는 팀입니다. 특별한 특징이 없는 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엘리트 선수들의 원활한 사회적 전환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미리 시작한 팀이라고 볼 수 있어요.

Q__10년 넘게 감독직을 맡으면서 애로사항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초창기에는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은퇴 선수들로 구성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선수들과 마찰도 많았죠. 지금은 잘 이겨내면서 따라주고 있어요. 이전에는 다 시켜야 했는데 지금은 본인들이 알아서 운동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정착되었습니다.

Q__선수들 칭찬도 한번 부탁드려요.
공부하면서 운동한다는 게 힘들어요. 그럼에도 불평불만 없이 잘 따라와 줘서 고맙죠. 운동할 때 자기 의견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니까 지도하는 데 있어서 바로 피드백을 해줄 수 있어요. 또 모든 선수들이 밝은 성격에 자유롭게 운동하는 분위기를 잘 만들면서 해요.

그중에서도 주장 (이)소현이한테 정말 고마워요. 1학년 때 무릎 수술을 하면서 1년 반 동안 운동을 못했어요. 그러다 올해 다시 기초부터 시작했어요. 그런 와중에 주장도 맡으면서 모든 대회에 주전으로 나서고 팀 중심 잡아준 게 많이 고맙죠. 또 (신)정원이도 빼놓을 수 없는데 윙스파이커랑 리베로 포지션을 번갈아 소화해야 했어요. 팀이 필요한 순간마다 불평불만 없이 본인의 역할을 다해줘서 고마웠죠.

Q__여자대학부에 오래 몸담고 있는 분으로 여자 대학 배구가 나아가야할 방향성이 있을까요.
프로 배구에선 여자배구가 관심이 많지만 아마추어는 남자 위주로 흘러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대부분 행정이 남자 쪽으로 흘러가죠. 그리고 팀도 너무 적어요. 여자팀 창단이 더 이뤄졌으면 좋겠고 국제 교류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젠 실업팀이랑 격차도 많이 줄어들어든 만큼 신경을 더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__넓게 바라봐서 아마추어 배구의 방향성은요.
어렸을 때부터 승부보단 즐기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현재 피라미드 형태를 계속 유지하기보단 만만한 경사를 가지고 있는 폭넓은 피라미드로 시장을 더 넓혔으면 좋겠어요. 지금 고등학교팀을 보면 선수가 너무 적은 상황이거든요. 이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조금 더 좋은 시설에서 운동할 수 있게 시설적인 보완을 위한 사업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__엘리트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도 있을까요.
프로라는 세계가 어떻게 보면 사회생활이잖아요. 사회라는 곳이 굉장히 냉정하고 본인의 책임이 따르는 곳이잖아요. 프로를 꿈꾼다면 본인의 책임감이랑 열정을 잃지 않고 준비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배구를 통한 직업이 프로 선수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배구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직업이 상상 이상으로 많아요. 당장 프로에 못 간다고 하면 실패한 삶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10~20년 뒤의 삶을 누가 더 행복하게 사는지는 미래에 가봐야 아는 거예요. 프로에 못 간다고 해서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항상 새로운 길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왼쪽부터 강민주, 이소현, 신정원, 정상옥 감독)

 

“자유로운 분위기, 배구가 더 좋아졌어요”

4학년 트리오 강민주 X 신정원 X 이소현

Q__세 선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강민주(이하 민주) 안녕하세요, 저는 단국대학교 배구부에서 아포짓 포지션을 맡고 있는 4학년 강민주입니다.
신정원(이하 정원) 저는 단국대학교 배구부에서 윙스파이커와 리베로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는 신정원이라고 합니다.
이소현(이하 소현) 안녕하세요, 단국대학교 배구부 주장을 맡고 있는 세터 이소현입니다.

Q__세 선수 모두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셨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민주 그때는 사실 공부에 도전해 보고 싶어서 대학교에 왔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공부가 어렵더라고요
정원 저는 드래프트 신청 전에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정해서 왔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소현 저도 정원이처럼 드래프트 신청 전에 대학을 생각해서 신청을 안 했어요.

Q__고등학교까지 배구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하다가 대학에선 완전 다른 일상을 보내게 되었잖아요. 어떠셨나요.
민주 ‘이게 자유구나’ 싶었어요. 처음에는 너무 좋았는데 확실히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다들 스스로만의 공부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저는 처음 공부를 하는 거였잖아요. 그냥 무조건 외워서 공부를 했던 터라 힘들었어요.
정원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어요. 항상 운동만 했었는데 공부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는데 공부를 해야 하고. 그래서 ‘어떻게 이 삶에서 살아야 하지?’라고 생각하면서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어요. (언제쯤 적응되신 것 같나요) 지금도 완벽하진 않은데 3학년부터? 이제 어떤 걸 해야겠다는 걸 확실하게 알게 된 이후로 적응할 수 있었어요.
소현 저는 처음 딱 왔을 때 고등학교 때랑 운동 분위기가 달라진 거랑 운동보다는 공부에 더 집중해야 하는 점에서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유로운 분위기에 운동하는 게 더 좋아요.

Q__어떤 목표 의식으로 대학교에서도 배구를 계속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원 배구에 대한 뚜렷한 목표는 없었어요. 취업을 위해 공부를 하는 것처럼 배구 선수로 대학교에 들어왔으니 운동을 했어요.
민주 대학에 들어왔을 때는 배구를 하기가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제가 주전 선수도 안되고 하다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그러면서 ‘취미로 배구를 하자’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소현 처음에 다들 프로에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배구를 했었잖아요. 그런데 대학에 오게 되면서 그 꿈을 버리고 공부를 해야 하니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근데 공부에 재미가 생기면서는 공부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생활했던 것 같아요.

Q__대학 생활이 얼마 남지 않으셨어요. 졸업을 앞둔 소감은 어떠세요.
소현 예전에는 졸업을 앞둔 언니들을 보고 있으면 진짜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막상 제가 4학년이 되고 다른 걸 찾아야 하니까 그렇게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정원 막막해요. 학교 다닐 때는 보호받는 느낌이 들잖아요. 근데 졸업을 하게 되면 진짜 성인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무서운 것도 있어요.

Q__세 분 모두 대학에 졸업하고 나서도 배구와 관련된 일을 하실 생각이신가요.
민주 저는 취미로만 남겨두고 싶어요.
소현&정원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게 없어서 조심스럽지만 계속해서 배구와 관련된 일을 해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Q__지금까지 배구를 할 수 있었던 매력은 뭔가요.
정원 어릴 때는 ‘해야 한다. 가야 한다’라는 생각과 함께 억지로 했었는데 대학교 와선 달라졌어요. 즐기면서 배구를 하게 되니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라는 걸 느꼈어요. 쾌감도 느끼면서 대학 와서 배구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소현 대학에 와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하는 배구 덕분에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분위기가 재미있고 다 같이 즐기면서 하는 분위기라 배구를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민주 얘들이 다 말을 잘하네요(웃음). 저도 앞선 친구들이랑 같은 것 같아요.

Q__대학을 고민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경험자로 조언해 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소현 대학이라는 다른 길을 간다고 섭섭해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대학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도 있어요. 고등학교처럼 운동에만 얽매이지 않고 공부도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정원 그 상황에 맞게 즐기면서 보내고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겁내지 말고 용기 내서 즐겨봤으면 좋겠어요. 다른 진로를 선택한 선수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거잖아요. 와서 재미있게 즐기고 많이 안 힘들어했으면 좋겠어요.
민주 대학에 와서 놀 생각 안 했으면 좋겠어요(웃음). 제가 처음에 놀 생각으로 왔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처음부터 계획을 잘 짜서 알찬 대학생활했으면 좋겠어요.

글 . 김하림 기자
사진 . 박상혁 기자

(더 자세한 내용은 <더스파이크> 11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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