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터뷰] 이소영·염혜선·박은진이 들려주는 도쿄올림픽 비하인드 '한 여름밤 꿈같았던 나날들'

이정원 기자 / 기사승인 : 2021-09-18 00: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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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4강 신화의 쾌거를 이뤘다. KGC인삼공사 3총사 염혜선, 이소영, 박은진도 대표팀이 순항하는데 한몫했다. 이번 <팬터뷰>는 최초로 1대3 인터뷰로 진행됐다. 아홉 번째를 맞이한 팬터뷰. 역대급으로 팬들의 질문이 쏟아진 가운데, 질문을 추리는데 정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세 선수는 팬들의 질문에 정성껏 답해줬다. 기획상 모든 팬들의 질문을 담지 못한 아쉬움을 전하며, 세 선수와 함께한 이야기를 두 편으로 나눠 소개한다.
  


4강에 오른 기분?
“뭐야, 뭐야, 진짜야?”

thespike official_올림픽 끝나고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염혜선(혜선) 올림픽 끝나고 휴식을 취하다가 팀에서 훈련하고 있어요.
이소영(소영) 몸을 끌어올린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요.
박은진(은진) 국제대회와 V-리그는 다르잖아요. 웨이트 훈련부터 시작해 다시 모든 걸 적응하고 있습니다.

going_._dream_대표팀에 뽑혔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소영 ‘꼭 보여주리라’라는 마음가짐으로 대표팀에 들어갔어요.
혜선 부담감 반, 설렘 반이었어요. 부상을 안고 대표팀에 합류하다 보니 부담감이 조금 있었어요.
은진 처음이라 많이 설레었어요. 뭘 해야 될지 걱정도 있었지만 설렘이 더 컸던 것 같아요.

sosoyoung_no.1_염혜선 선수는 두 번째 올림픽, 박은진, 이소영 선수는 첫 번째 올림픽이었어요. 개막식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은진 기다리는 과정이 조금 길어서 힘들었어요(웃음). 그래도 들어가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더라고요. ‘이게 올림픽이구나’ 싶었죠.
혜선 저도 대기 시간이 조금 길어서 힘들었는데(웃음), 입장하자마자 ‘세계인의 축제가 이런 것’이라는 걸 실감했어요.
소영 이 순간을 다시 못 느낄 수도 있잖아요. 새로웠던 경험이었어요.

Rajin_염혜선 선수, 부상을 안고 경기에 임했는데 통증 같은 건 없었나요. 공에 닿을 때마다 아프셨을 텐데요.

혜선 초반에 복귀했을 때는 많이 아팠어요. 많이 울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우리 소영이, 은진이가 저의 지주가 되어줬어요(웃음). VNL 초반에는 정말 안 될 것 같았어요. 통증도 있고 무서웠어요. 혼자 방에서 울기도 했고요. 그런데 두 선수가 극복하는 데 힘을 줬어요. ‘복귀한지 얼마 안 됐는데 많은 거 바라는 거 아니냐’, ‘염이 울어’, ‘하던 대로 해라’라고 계속 말해줬어요.

eunjin_fan_1215__박은진 선수, 터키전에서 서브 잘 들어갔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은진 많이 긴장되었죠. 감독님이나 언니들이 항상 자신 있게 하라고 말해줬어요. 그래서 자신 있게 때렸어요.

so_0_legend__이소영 선수, 윙스파이커로서 라바리니 감독님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주문은 무엇이었나요.
소영 터치아웃, 터치아웃, 터치아웃(웃음). 또 세터 블로킹이 약하다고 말해줬어요. 그쪽을 공략하라고요. 다들 신장이 크다 보니 밀어치고 빠르게 하라고 주문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잘 못 했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 잘 안되더라고요.

ㅇㄴㅇ_터키전 5세트까지 가서 승리했는데, 경기 전에 터키를 이길 것이라 예상하셨나요. 경기 전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은진 라커룸에서부터 ‘이기고 싶다’라는 마음이 강했는데 서로 하나가 되었어요. 그 마음이 모여 터키라는 강국을 이겼죠. 다들 이기고 나서도 얼떨떨했어요. 정말 다 좋아했고, 그때 기억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혜선 처음엔 진짜 “이게 뭐야, 뭐야, 뭐야.” 진짜 표현을 할 수가 없어요. 이게 무슨 국내 시즌도 아니고, 그냥 세계 대회도 아니고 올림픽이잖아요. 올림픽 4강을 갔다는 게,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어요.

thespike official_터키전 에피소드도 있었나요.
소영 한 게임에 온 힘을 다 쏟아붓자. 그리고 운세.
혜선 용띠가 운이 좋다.
은진 운세인데 용띠가 터키전 운수대통이다고 하더라고요. 이거 안 맞으면 쳐다도 보지 말자고 했는데 딱 맞았어요. 정말 운수대통. 난리 났어요.

qazqld_VNL까지 포함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경기는요.
은진 저는 터키전이요. 4강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도 터키를 이겨서잖아요. 절대 못 잊을 것 같아요.
혜선 저는 VNL 일본전, 올림픽 일본전이요. 최근 일본을 못 이겼어요. VNL 때도 이기고 싶었는데 뭘 해보지도 못하고 완패했죠. 플레이도 마음 먹은대로 잘 안되고, 패닉이었어요. 올림픽에서 다시 만났을 땐 꼭 이기리라 마음 먹었죠.
소영 저도 일본전이요. 그날따라 개인적인 느낌이 좋았고, 지고 있어도 지고 있다는 느낌이 없었어요. 다들 자신감이 있었어요. 5세트 12-14로 밀릴 때도, 질 것 같다는 느낌을 안 받았어요. 지금도 가슴 한편에 기억에 남아요.


 

da_so_0__‘진짜 힘들었다’ 싶은 경기를 꼽으라면요.
혜선 VNL은 다 힘들었어요. 한 3주차까지 진짜 힘들었어요.
소영 저는 올림픽 브라질전. 예선 첫 경기도 그렇고요. VNL에서 했을 때는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올림픽에서 다시 맞붙어 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힘들었어요.
은진 웬만한 VNL 경기는 다 힘들었어요. 적응도 안 됐고요.
소영 회복 안 됐는데 두드려 맞는 느낌? 경기도 빡셌고요.
혜선 이 말이 맞는 말이네. VNL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다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 생각 안 했을 거예요.

moonhj_moong_박은진 선수, 세계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본받고 싶은 선수가 생겼나요. 에다 에르뎀 같은 이동공격이 파워풀한 공격형 미들블로커, 양효진 같은 블로킹에 강한 미들블로커. 어느 방향을 더 추구하는지 궁금합니다.
소영 이건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인데. 공격형이냐, 방어형이냐.
은진 지금 우리 팀엔 공격형 선수가 많아요. 지금은 효진 언니 같은 블로킹 잘하는 미들블로커가 되고 싶어요.

minwooror_세 선수 모두 올림픽을 경험하고 느꼈을 텐데요. 앞으로 한국 여자배구가 보완해야 할 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소영 라바리니 감독님이 공격과 블로킹을 이야기하셨는데, 저도 마찬가지로 공격과 블로킹. 플러스 수비.
혜선 거기에 세터까지.
소영 그냥 다 중요합니다(웃음).

rion1931_도쿄올림픽 마치고 한국에 들어왔을 때, 여자 대표팀의 인기가 압도적이었는데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은진 저는 소영 언니랑 마지막에 나갔는데, 앞에서부터 난리가 난 거예요. ‘얼마나 왔나’ 하고 봤는데 연신 플래시가 터지고 많은 팬들의 함성이 이어지더라고요. 입이 안 다물어졌어요. ‘여자배구 인기가 정말 올라왔구나’라는 걸 또 느꼈어요.
혜선 순간 연예인 온 줄 알았어요. (김)연경 언니, (김)희진이까지. 언니들을 보러 온 것 같았어요. 신기했어요.
소영 ‘배구 인기가 뜨거워졌구나. 관심이 더 많아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심도가 높아져 국내 배구도 많이 봐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coloredsong_만약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면 제일 먼저 누구에게 걸어주고 싶으신가요.
소영 은진 당연히 부모님.
혜선 저는 제 목에. 아무도 안 줄 건데요(웃음).

vb_g_02__2020 VNL부터 2020 도쿄올림픽까지 오랜 시간 함께 했는데 새롭게 알게 된 비밀이 있나요.
혜선 그전부터 알고 지내서.
소영 이제 그만 보고 싶다(웃음).
혜선 내 마음이 들렸니.
소영 정말 오랜 기간 봤어요.

wayxm1n_도쿄올림픽에서의 에피소드 있나요. <더스파이크>에서만 공개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소영 아까 그거, 운세?
은진 더 강한 걸 원하는데(웃음), 아 혜선 언니 음식 맛집이에요.
소영 맞아요. 제가 이탈리아 가서 음식을 잘 못 먹어요. 고기가 너무 짜서 입도 못 댔거든요. 풀만 먹고 있는데 혜선 언니가 요리를 해줬어요. 정말 거짓말 안 하고 코박고 먹었어요. 너무 맛있어요. 진짜요.
은진 김치찌개, 김치볶음밥뿐만 아니라 다 맛있어요. 먹고 싶은 거 말하면 다 해줘요.
소영 그런데 정작 본인은 안 먹어요.
혜선 저는 누가 제 요리를 먹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소영 진짜 맛있어요. 뿌듯해요.


넉 달 동안 함께한 세 선수
더욱 돈독해졌다

thespike official_올림픽 기간 룸메이트는 누구였나요.
혜선 저는 (김)희진이.
소영 저는 (정)지윤이랑 (오)지영 언니.
은진 전 (양)효진 언니랑 (박)정아 언니.

  


jin_04291_제일 기억에 남는 팬 있나요.

소영 저는 자존감이 낮았거든요. 항상 팬들이 ‘지금까지 잘 해왔다’라고 해주시더라고요. 거기서 자신감 얻어 즐기다 왔어요. 고마웠어요.
혜선 올림픽 4강 진출하고 세계에서 4위 안에 드는 세터라는 말을 들었을 때요. 너무 좋았어요.
은진 어떤 팬이 대표팀 플레이 영상을 만들어주셨어요. 그거 보고 마음에 와닿았어요.

zzzplzzz_도쿄올림픽에서 경기를 열심히 뛴 만큼이나, 다른 경기도 열심히 봤을 것 같아요. 혹시 도쿄올림픽을 보고 팬이 된 선수가 있나요.
은진 배구로 한정하면 터키의 에다 에르뎀이고요. 개인적으로는 테니스 노박 조코비치. 테니스를 좋아해요. 실제로 보고 싶었는데, 못 봤어요. 그 선수 빼고는 다 봤어요. 그게 조금 아쉬워요.
혜선 이란 세터 (사에드) 마루프요. VNL 때부터 사진 찍고 싶었는데 마주칠 기회가 없었어요. 이번에도 못 마주쳤어요.
소영 저는 브라질 가비요. 사진도 찍었어요. 유니폼도 받고 싶었는데…
혜선 브라질 말로 말해.
소영 유니폼 주세요(웃음).

so0_archive_박은진 선수, 대표팀 막내라인이었는데 어땠나요. 모든 언니들이 다 잘 챙겨줬겠지만 특별히 ‘이 언니 너무 고마웠다’, ‘스윗했다’ 하는 언니가 있다면요.
은진 다른 곳에서도 말한 적 있는데요. 원래 막내가 챙겨야 할 게 많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언니들이 다 도와줬어요. 한 번도 빠짐없이 다 같이 했어요. 그래서 고마워요.

so0_archive_도쿄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밤, 코치진들이랑 선수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들었는데 기억에 남는 말 있나요. 왜 오열 파티였는지 궁금해요.
혜선 다시는 못 볼 분들이잖아요.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다 해줬어요. 예를 들어 은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요. 5분, 10분 이야기하면 은진이는 그거 들으며 또 울어요. 그다음 소영이 이런 식으로 한 명, 한 명 다 이야기해 줬어요. 감독님이랑 코치님은 정이 많으신 분들이에요.

곽민경_눈물이 많기로 소문난 소영 선배, 이번 올림픽에서는 몇 번 우셨나요.
소영 눈물을 흘러야 눈물이잖아요. 이번엔 많이 안 울었어요. 혼자서 한 번 울었나. 경기장에서는 울컥했는데 참았어요. 그런데 참았더니 코만 빨개지더라고요(웃음). 그 모습을 보고 이런 질문을 하신 것 같은데 정말 안 울었습니다.

oongt3_이소영 선수, SNS에 올라온 오륜기 꼭대기 사진. 거기에 어떻게 올라가셨는지 궁금합니다.
소영 그거 그냥 올라갔는데.
은진 다들 잘 올라갔어요.
소영 살짝 무서워서 얼른 찍고 내려왔어요.

이승은_도쿄올림픽 통해 여자배구에 입덕한 팬입니다. 많은 선수들의 올림픽 관련 인터뷰를 보면 팀의 단합력이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많이 언급하셨는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친해진 선수가 있나요.
혜선 전 (정)지윤이랑 (안)혜진이. 대표팀에서 처음 생활해봤어요.
소영 저도 (정)지윤이
은진 (박)정아 언니. 이전에 대표팀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이번에 방을 같이 쓰면서 더욱 친해졌어요.
혜선 모든 선수들이 거의 가족이었어요.

이정현_이번 도쿄올림픽을 통해서 각자 성장한 한 가지를 뽑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소영 저는 서브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다가오는 시즌에도 스파이크, 플로터 등을 섞어서 할 생각입니다. 서브에 자신감이 없었는데, 올림픽을 통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혜선 전 자신감.
은진 저도 지난 시즌 힘들 때는 많이 흔들렸는데, 이제는 흔들려도 잡는 방법을 알 거 같기도 해요. 또 안 되면 언니들이 도와주겠죠. 두 언니의 존재감이 커요.
소영 우리가 없으면 안 되지.

글. 이정원 기자
사진. 홍기웅 기자

영상 촬영 및 편집. 최이레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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