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현지 기자] 흥국생명이 안방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을 기회를 놓쳤다.
흥국생명은 지난 6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정규리그 마지막 홈경기를 치렀다. 자력 우승까지 승점 단 1점만을 남겨놓은 상황, 지더라도 5세트까지만 간다면 축포를 쏠 수 있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경기 초반부터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범실들이 곳곳에서 새어나왔다. 서로 동선이 겹치고, 반대로 수비를 미루며 허무하게 도로공사에 점수를 내줬다. 결과는 1-3(30-32, 28-26, 25-23, 15-25) 패배. 한국도로공사(승점 56점, 20승 9패)가 승점 3점을 챙기며 흥국생명(승점 59점, 20승 9패)와 격차를 3점으로 좁혔다.
만약 흥국생명이 다음 경기에서도 승점을 얻지 못하고 도로공사가 승점 3점을 딴다면 승수에서 앞선 도로공사가 정규리그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줄곧 선두 자리를 지켰던 흥국생명은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코앞에 두고 놓칠 위기에 처했다.
탄탄한 리시브를 바탕으로 전개된 도로공사의 다양한 패턴플레이에 흥국생명의 블로커와 수비진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양 날개와 중앙에 고른 득점을 올린 도로공사와 달리 흥국생명은 이재영 홀로 고군분투했다. 신인 미들블로커 이주아가 상대하기에 베테랑 듀오 정대영-배유나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이날 이주아의 공격성공률은 15.79%(3/19)였다.

특히 외국인 선수 톰시아의 부진이 두고두고 아쉽다. 베테랑이 즐비한 도로공사를 상대하기엔 이재영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톰시아는 공격성공률 31.37%로 자신의 올 시즌 평균(40.04%) 기록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를 기록했다. 공격효율은 단 9.8%였다.
톰시아가 계속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하자,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4세트 초반 톰시아를 웜업존으로 불러들였다. 4세트 중반 다시 코트에 투입된 톰시아가 올린 점수는 2점이 전부였다. 결국 1~3세트 모두 두 점 차로 승부가 결정된 것과 달리 4세트는 15-25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경기가 끝난 후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선수들이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켰다”라면서도 “4세트에 상대(흥국생명)이 무너지면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라며 흥국생명의 부진을 승리 요인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박미희 감독은 “톰시아가 마음대로 잘 안 되다보니 의욕을 잃은 것 같다. 외국인 선수가 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라며 “다음 경기에 다시 잘할 수 있도록 톰시아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톰시아는 유독 기복이 많았다. 경기가 잘 풀리는 날에는 거침없는 공격으로 팀을 이끌지만, 잘 풀리지 않는 날에는 공격결정력이 떨어져 힘든 경기를 치렀다. 박미희 감독이 시즌 내내 “외국인 선수에게는 늘 기대가 크다. 조금 더 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한 이유다.
흥국생명은 이틀간 팀을 재정비한 뒤 오는 9일 현대건설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정규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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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스파이크_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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