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전광인, 주장도 때로는 힘이 든다

최원영 / 기사승인 : 2017-12-10 22: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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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대전/최원영 기자] 어느 날이었다. 전광인에게 주장 역할이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만큼의 무게가 느껴졌다.


한국전력이 10일 삼성화재를 3-1로 꺾고 2연패에서 벗어났다. 사실 최근 한국전력은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연패에 빠진데다 서재덕(무릎), 윤봉우(허벅지)에 이어 김인혁(왼손)까지 선수들 줄 부상으로 팀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주장 전광인이 사기를 높이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전광인은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 했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고 얘기하기도 미안할 정도였다. 지쳐있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딱히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힘내라는 말뿐이었다. 근데 그것도 한 두 번이어야 하지 않나. 계속 힘내라고 하면 듣는 사람도 그 말이 질린다. 그래서 내가 좀 더 뛰려고 했다. 그러면 모두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전했다.


그가 특별히 신경 쓴 동료가 있었다. 김인혁 공백을 메우게 된 공재학이었다. 91년생 동갑내기인 둘은 각별한 우정을 과시했다. 이날 삼성화재를 상대로 개인 최다 득점(15점), 공격 성공률(68.42%) 등 기록을 경신하며 활약한 공재학은 “광인이가 힘을 준 덕분”이라고 거듭 설명했다.


전광인은 무슨 말을 해줬던 걸까. “재학이를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냈다. 한 번은 재학이에게 그런 말을 한 적 있다. 경기를 안 좋게 끝내고 나서 ‘오늘 네 모습보다는 대학 때 네 모습이 훨씬 나았던 것 같다’고 했다. 재학이가 위축되고 소심한 플레이를 하는 게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제는 과감하게 플레이 한다. 과거의 모습을 벗어낸 것 같다”라는 그는 친구의 활약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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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친구. 왼쪽부터 한국전력 전광인, 공재학)


늘 앞장서서 동료들을 다독이는 전광인이지만 주장으로서 그의 어깨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하루는 전광인에게 넌지시 주장의 책임감에 관해 물었다. 당시 한참 망설이던 그는 “생각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다. 경기할 때 나 하나 신경 쓰기도 벅찰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팀 전체를 생각해야 하다 보니 좀 어렵다”라며 조심스레 속마음을 들려줬다.


그러나 이내 “하지만 그만큼 형들이 힘을 많이 실어준다. 그래서 더 주장답게 행동하려 한다. 우리 팀 선수들은 코트 안에서 내가 먼저 한 발 뛰면 다같이 따라와줄 사람들이다. 그래서 괜찮다”라고 밝게 웃어 보이던 전광인이었다.


삼성화재전이 끝난 후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이번에도 그는 머뭇거렸다. “해야 할 건 많은데, 마음처럼 되는 게 없으니까. 좀 그렇네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리곤 “이겨내야 한다. 내가 그만큼 해줘야 팀에 좋은 플레이가 나온다. 내 역할이 크다는 걸 알고 있다. 어떻게든 버텨내야 한다”라고 답했다. 전광인다웠다.


그러자 전광인의 부담감을 눈치챈 팀 동료 공재학과 펠리페가 힘찬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먼저 공재학이 “지금도 주장으로서, 친구로서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 팀원들 모두 광인이를 전적으로 믿는다. 주장으로서 해야 할 일들을 잘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지금처럼만 해줬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펠리페가 큰 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전광인의 어깨를 쳤다. 그는 “부상 선수가 많기 때문에 광인 부담이 제일 크다. 각자 해야 할 역할들을 잘해주면 좀 나아질 것이다. 곧 윤봉우, 서재덕이 돌아온다. 그럼 더 나은 팀이 될 것이다. 나도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웃었다.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 비단 전광인뿐일까. 남녀부 13개 구단 주장들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늘도 저마다 숙소에서, 체육관에서 동료들과 힘을 모으고 있을 주장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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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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