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올 한 해 V-리그를 빛낼 외국인선수는 누가 있을까.
지난 5월 열린 남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은 기대보다는 실망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등록한 선수들 기량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때문에 지난해 뛰었던 선수들과 재계약을 하는 구단들이 다수 있었다. 이에 따라 올 시즌 외국인선수들은 유독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9월 열렸던 천안 넵스컵에서는 새롭게 얼굴을 비춘 외국인선수들이 크게 활약하며 다가올 시즌 기대를 높였다.
그렇다면 다음 시즌 한국 무대에서 뛰게 될 13인 외국인선수 가운데 누가 가장 빛나는 선수가 될까. 개막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각 구단 외인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남자부, 신입생들의 만만찮은 반란
남자부 경우 대한항공 가스파리니, 우리카드 파다르, 삼성화재 타이스가 재계약을 통해 한국 무대에 다시 발을 디딘다.
세 선수 모두 지난해 득점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그 공격력을 인정받았다. 삼성화재 타이스는 지난해 정규시즌 득점 1위로 활약한 공을 인정받아 재계약에 성공했다. 네덜란드 국가대표에서도 준수한 활약을 선보이며 올 시즌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대한항공 가스파리니는 지난 6월 월드리그에서 슬로베니아를 2그룹 우승으로 이끈 선수다. 특유의 강력한 서브를 바탕으로 슬로베니아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지난해 V-리그에서도 서브왕에 오르며 그 능력을 자랑했다.
우리카드 파다르는 지난 시즌 단연 최고 외국인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창단 이후 줄곧 하위권에 머물던 우리카드를 시즌 중반 잠시나마 1위에 오르게 하는 돌풍을 이끌었다. 파다르는 지난해 득점 2위, 서브 3위에 오르는 강력함을 보여줬다.
위 세 선수들은 올 시즌 처음 한국 무대를 밟는 외국인선수들과 달리 한 번 겪어본 바 있다. 이는 결코 쉽게 가질 수 없는 장점이 된다.
그러나 신입생들 기세가 만만치 않다. 지난 9월, 컵 대회를 통해 한국 무대 데뷔전을 치른 신입 외국인선수들은 각자 개성 있는 모습으로 팀에 녹아들고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한국전력 펠리페. 펠리페는 지난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당시 전체 스물 세 명 가운데 구단 선호 순위 19위였다. 대부분 구단에서 관심을 갖지 않았던 선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난 컵 대회에서 만점 활약을 선보이며 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대회 MVP에도 선정된 그는 다가올 시즌에서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KB손해보험 알렉스, OK저축은행 브람 역시 기대 이상 기량을 통해 돌풍을 예고했다. 지난해 나란히 하위권에 머물렀던 KB손해보험과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반드시 반등이 필요한 상황. 컵 대회에서 두 선수가 나란히 좋은 모습을 선보여 호성적에 청신호가 켜졌다. 알렉스는 강력한 서브를 바탕으로 빠른 공격을 자랑했다. 브람은 높은 타점을 통해 팀 공격을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한편 지난해 우승팀 현대캐피탈은 시작부터 불안한 출발을 알렸다. 지난해 한국전력에서 활약했던 외국인선수 바로티를 영입했지만 그가 연습경기 도중 발목 부상으로 5주 진단을 받은 것. 이에 현대캐피탈은 개막을 단 열흘 가까이 남겨둔 상황에서 외국인선수 교체라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 주인공은 그리스 출신 프라코스. 프라코스가 얼마나 빨리 팀에 적응을 마치고 제 기량을 보여줄 지가 현대캐피탈 초반 성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익숙한 얼굴 많은 여자부
여자부에서는 단 두 팀만이 재계약 의사를 알렸다. 지난해 챔피언 IBK기업은행은 우승을 이끌었던 메디(이전 등록명 리쉘)와 한 시즌 더 함께한다. 메디는 단신(184cm)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는 공격으로 팀이 우승하는데 앞장섰다.
지난 시즌 여자부 최고 외인이었던 KGC인삼공사 알레나 역시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올해도 한국 무대를 밟는다. 알레나는 2년 연속(14~15시즌, 15~16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KGC인삼공사를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검증된 선수다.
재계약은 적지만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한국도로공사 이바나는 지난 2011~2012 시즌 후반 한국도로공사에 합류해 뛰었던 바 있다. 그는 무려 5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지난 여자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에 다시 합류한 그는 여전히 힘 있는 공격과 날카로운 서브로 팀을 컵 대회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흥국생명에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심슨(이전 등록명 테일러) 역시 컵 대회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심슨은 주포 이재영이 빠진 상황에서 예선 두 경기 무려 48.34%라는 높은 공격점유율로 팀을 이끌었다. 이재영과 조송화가 돌아와 활약해준다면 심슨 역시 더 안정적인 경기력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자부에 새 외국인선수는 두 명, 현대건설 엘리자베스와 GS칼텍스 듀크다. 엘리자베스는 지난 컵 대회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렸다. 팀은 비록 4강에서 좌절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공격력으로 진가를 발휘했다. 현대건설에서 지난 두 시즌 뛰었던 외국인선수 에밀리 공백을 잊게끔 만드는 활약이었다.
GS칼텍스 듀크는 지난 컵 대회를 통해 단연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그는 작은 신장(180cm)과 적지 않은 나이(32세)로 활약할 수 있을까란 의문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컵 대회를 통해 그는 모든 의문을 지우고 단번에 리그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특유의 탄력과 넘치는 파이팅으로 팀 젊은 선수들을 이끈 듀크는 GS칼텍스가 컵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국 무대가 익숙한 외국인선수들이 많은 이번 V-리그. 그러나 새로 한국 무대를 밟은 선수들이 무서운 기세를 선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시즌에 들어섰을 때, 어떤 선수가 최고 외국인선수라는 평가를 받을 것인지가 이번 시즌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사진/ 문복주,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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