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지난 14일을 끝으로 정규리그 모든 일정이 마무리됐다. 장장 5개월여 동안 이어진 대장정 속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봄 배구에 나설 팀들이 가려졌다. 6라운드를 거치며 울고 웃었던 여자부 6개 팀들의 정규리그를 뒤돌아봤다.
1위 흥국생명 (20승 10패 승점 59)
#박미희_감독_일냈다 #9년_만에_되찾아온_우승컵 #통합우승_놓치지_않을_거예요
2016~2017시즌을 앞두고 가진 미디어데이. 목표를 묻는 질문에 박미희 감독은 당당히 우승이라 답했다. 그리고 그 말은 현실이 됐다. 지난 3월 7일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2007~2008시즌 이후 딱 9년만이다.
2라운드까지 IBK기업은행에 이어 2위에 이름을 올렸던 흥국생명은 3라운드 4승 1패라는 성적 속에 순위표 맨 윗자리로 올라섰다. 고비도 있었다. 선수들의 부상 행렬이 이어진 것. 주전 세터 조송화가 무릎 부상으로 결장했다. 이재영과 한지현도 각각 발목부상과 손가락 골절로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숱한 위기 속에서도 꿋꿋이 선두 자리를 지켜냈고 그 끝에 결국 우승이라는 선물을 품에 안았다.
흥국생명의 중심은 단연 러브와 이재영. 둘은 각각 득점 3위와 6위에 이름을 올리며 팀을 이끌었다. 여기에 조송화도 주전세터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평균 12.106개의 세트를 올리며 이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이들만은 아니다. 흥국생명은 각 포지션에서 선수들 활약이 빛을 발했다. 김수지는 팀의 맏언니로서 중심을 잡아줬을 뿐 아니라 속공(1위), 이동(3위), 블로킹(4위)등 공격에서도 힘을 보탰다. 리베로 한지현은 리시브 6위, 디그 5위, 수비 1위에 오르며 팀에 안정감을 더했다. 신연경도 강서브로 상대를 흔들었다. 지난 시즌 10득점이었던 서브 득점이 올 시즌 24득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챔프전 직행 티켓을 거머쥐며 다소 시간을 번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휴식과 체력이 시급했는데 다행히 정규리그 우승으로 시간을 벌었다. 플레이오프동안 우리 나름대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되 상대가 정해지면 상대에 맞춰 전략을 세우겠다”라고 전했다.
2위 IBK기업은행 (18승 12패 승점 56)
#날아간_통합우승_꿈 #마지막에_웃자 #어게인_2014~2015
미디어데이 당시 모든 팀들의 견제 대상이었던 IBK기업은행. 그 발언들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즌 초반 순위표 첫 째 자리를 사수했다. 그러나 3라운드 들어서면서부터 흥국생명의 거센 도전에 흔들렸고 결국 1위 자리를 내줬다. 그렇게 두 팀은 치열한 선두 경쟁을 이어갔다.
그리고 기회를 포착했다. 5라운드 전승을 기록하며 흥국생명 뒤를 바짝 뒤쫓았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이고은의 활약이 빛났다. 김사니 공백을 잘 메웠다. 라운드별로 살펴봐도 1라운드 세트 당 4.667개에서 5라운드에는 13.375개의 세트를 성공시켰다. 그 덕분에 팀도 상승세를 탔다. 이정철 감독도 “이고은이 경기를 치르면서 안정감을 찾고 있다”라고 흐뭇해했다.
하지만 한 끗 차이를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 2월 21일 GS칼텍스에게 패하며 선두 탈환의 기회를 날렸다. 그리고 결국 흥국생명에게 정규리그 우승을 내줬다.
지난 시즌과 입장이 뒤바뀌었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챔프전 직행에 성공했던 것과 달리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좋은 기억이 있다. 2014~2015시즌에도 정규리그를 준우승으로 마무리했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서 도로공사를 꺾으며 정상에 오른 것. 여기에 김사니가 복귀할 예정이다. 과연 IBK기업은행이 정규리그의 아쉬움을 털어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위 KGC인삼공사 (15승 15패 승점 44)
#우리_인삼공사가_달라졌어요 #꼴찌의 반란 #이것이_서남원_매직
시즌 개막 전만해도 KGC인삼공사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럴 것이 두 시즌 연속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7승 23패 승점 22점, 2014~2015시즌에는 8승 22패 승점 26점으로 꼴찌를 기록했다.
야심차게 서남원 감독을 영입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의문 부호는 있었다. 전력에 있어 변화가 없었다. 심지어 공격을 분담했던 백목화, 이연주가 팀을 떠났다. 설상가상 1순위로 선발한 외국인 선수 사만다 미들본이 개인 사정으로 함께 할 수 없게 되며 대체 선수로 알레나를 데려왔지만 그는 냉정히 말해 7순위 선수였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들의 예상을 보란 듯이 뒤엎었다. 특히 알레나는 그야말로 복덩이였다. 득점 1위, 공격 종합 2위는 그녀 차지였다. 여기에 베테랑 김해란과 이재은이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레프트에서는 최수빈, 장영은, 지민경, 김진희가 돌아가며 자리를 지켰다. 비록 시즌 도중 장영은이 시즌 아웃되고 최수빈도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버텼다. 여기에 센터로 포지션을 변경했던 한수지의 도전도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봄 배구행 막차에 탑승했다. 쉽지는 않았다. 마지막까지 아슬아슬했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3위를 탈환했지만 현대건설과 GS칼텍스 경기 결과에 운명이 달렸다. 그저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KGC인삼공사. 다행히(?) 현대건설이 승점 3점 확보에 실패하며 극적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서남원 감독의 당초 목표는 탈꼴찌였다고 한다. 하지만 KGC인삼공사는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갔고 자신들의 한계를 극복해냈다.
4위 현대건설 (14승 16패 승점 41)
#1년_만에_바뀐_눈물의_의미 #디펜딩_챔피언의_추락 #그저_아쉽고_아쉽다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을 물리치고 챔피언자리를 차지했던 현대건설. 하지만 1년 만에 기쁨의 눈물이 아쉬움의 눈물이 되어 돌아왔다.
지난 12일 GS칼텍스전. 이날은 현대건설에게 있어 중요했다. 이 한경기로 봄 배구 향방이 가려졌다. 앞전 경기에서 KGC인삼공사가 승점 3점을 따내며 3위로 올라섰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3점이었다.
부담감 때문일까. 경기는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1세트는 GS칼텍스가 가져갔다. 2세트를 잡으며 간신히 승부의 균형을 맞췄지만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한 세트라도 더 빼앗긴다면 플레이오프도 없다.
하지만 끝내 승리의 여신은 그들을 외면했다. 3세트를 상대에게 내준 것. 선수들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뒷심이 부족했다. 3라운드를 3위로 마쳤지만 4라운드 2승 3패, 5라운드 1승 4패에 그쳤다. 그 사이 KGC인삼공사에게 추격을 허용했고 결국 마지막까지 치열한 순위경쟁을 펼쳐야했다.
현대건설로서는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아쉬웠다. 양효진은 블로킹에서는 1위를 고수했지만 어깨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염혜선 역시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보여줬던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궂은일을 해줬던 정미선의 갑작스런 공백도 영향을 미쳤다. 이다영과 한유미를 투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그들의 시즌은 정규리그까지였다.
5위 GS칼텍스 (12승 18패 승점 37)
#갑작스런_이선구_감독_사퇴 #돌아온_차미네이터 #다음_시즌을_기약하며
지난 해 11월 30일. 현대건설과의 경기를 마친 이선구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느껴 사의를 표명한 것. 갑작스레 사령탑을 잃은 GS칼텍스. 게다가 아직 시즌은 한창 중이었다.
그리고 12월 8일 차상현 감독이 신임 감독으로 선임됐다. 3라운드 중반부터 지휘봉을 잡게 된 그는 선수단을 이끌며 8승 10패라는 성적을 남겼다.
시즌 종료 후 5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그들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5라운드 한 때 흥국생명과 KGC인삼공사를 잡으며 순위경쟁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건설과 도로공사를 상대로 승점 1점씩을 따내는데 그쳤다. IBK기업은행전에서는 이마저도 실패하며 차츰 봄 배구와 멀어져갔다.
차상현 감독은 “처음에 팀 분위기나 성적이 전체적으로 떨어져있었다. 결국 5위를 했지만 과정으로 본다면 선수들이 굉장히 잘 따라와줬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경기도 있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준 것은 분명히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라며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블로킹이 최하위라 비시즌에 연습을 통해 많이 강화해야 할 것 같다. 그게 된다면 지금보다 좀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올 것이다. 블로킹, 서브를 연습하며 범실을 줄이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라고 다음 시즌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6위 한국도로공사 (11승 19패 승점 33)
#다사다난 #왕따_논란까지 #진정한_유종의_미
올 시즌 도로공사는 한마디로 다사다난했다. 발단은 시크라의 부상 이탈이었다. 급한 대로 브라이언을 팀으로 불러들였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 방을 해 줄 해결사가 부재하자 팀도 침체에 빠졌다. 연패는 쌓이고 쌓여 어느새 9연패에 이르렀다. 그 사이 왕따설도 제기됐다. 선수들이 해명했지만 도로공사를 향한 눈초리는 싸늘하기만 했다. 늘어나는 패배와 함께 마음고생도 심해졌다.
지난 해 12월 19일 브라이언을 대신해 헐리를 영입했다. 당장의 효과는 없었다. 그러나 5라운드 약진했다. 4라운드까지 단 4승에 그쳤지만 무려 시즌 승수에 버금가는 3승을 거뒀다. 그리고 리그 막판에는 IBK기업은행, 현대건설 등 상위권 팀들을 격파하며 5연승을 질주하기도 했다.
비록 리그 최하위로 시즌을 마무리하기는 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유종의 미를 거둔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이번 시즌은 처음부터 외국인 선수 문제 때문에 꼬였다. 선수들은 열심히 해줬다.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수들이 알아야 할 것은 누구한테 의지하기 보다는 스스로 해결한다는 마음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라며 "다음 시즌에는 외국인선수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토탈 배구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사진_더스파이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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