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승부사’ 황택의, KB손해보험 미래 향해 뛴다

최원영 / 기사승인 : 2016-12-30 0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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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안산/최원영 기자] 늘 한결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더벅머리 선수. 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웃을 땐 순박하기 그지없다. 올 시즌 전체 1순위로 KB손해보험에 입단한 신인 세터 황택의다.


황택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 친척 형이 살을 뺀다고 하기에 아무 생각 없이 같이 시작했단다. 학창시절에는 키가 큰 편이 아니라 공격수 대신 세터를 맡게 됐다. 송산고 시절부터 이름을 떨치던 그는 여러 대학의 러브콜을 받은 끝에 성균관대에 입학했고,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햇병아리 같은 1학년생이었다. 부담감이 컸을 법 했다. 그러나 당시 그는 “내가 조금 어리긴 하지만 세터라면 당연히 중심을 잡고 경기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당찬 성격은 아무래도 타고난 듯 했다.


오죽하면 스스로도 “초등학교 4학년 때 이후로는 경기 전에 긴장을 해본 적이 없다. 큰 대회, 큰 경기일수록 더욱 설레고 기대됐다. 경기를 뛰는 것이 마냥 재미있다”라고 말하며 허허 웃었다.


그랬던 그가 올해 대학 2학년생이 되어 남들보다 조금 일찍 프로의 문턱을 넘어섰다. 모두의 예상대로 신인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불렸다. KB손해보험 합류 후 잠깐의 적응기간을 거쳤다. 그리곤 곧바로 권영민, 양준식 대신 주전 세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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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기를 진두지휘하는 황택의. 장신(190cm) 세터라 타점이 높고 빠른 세트에 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강한 스파이크 서브도 가지고 있다. 앳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내공이 만만치 않았다.


그런 황택의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팀 내 외국인 선수인 우드리스와 호흡 때문이었다. 황택의는 낮고 빠른 플레이를 선호했으나 우드리스(212cm)는 높은 볼을 요구했다. 황택의는 “이렇게 키가 큰 선수에게 공을 올려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얼마나 높이 줘야 할지 몰라서 헤맸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라며 회상했다.


팀 합류 후 약 2달이 지났다. 우드리스에게도 어느 정도 적응을 마쳤다. 29일 OK저축은행과 경기 후 황택의는 “며칠 전 훈련할 때부터 계속 잘 맞았다. 사실 외국인 선수에게 공을 줄 때 많이 부담됐다. 이제는 좀 편하게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우드리스가 먼저 마음을 열어줬다. 내게 와서 ‘너무 높게 안 줘도 된다. 낮게 해보자’라고 했다. 연습할 때는 실전보다 더 낮고 빠르게 한다. 물론 경기 들어가면 우드리스가 내게 ‘하이(High)’라고 하더라. 그래도 우드리스가 맞춰줘서 훨씬 편하다. 내가 영어가 안 돼서 자세한 대화는 못 한다”라고 웃으며 설명했다.


KB손해보험 강성형 감독도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 택의가 들어와서 잘 이끌어 가는 중이다. 경기 내용도 괜찮다. 현재도 잘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줄 것이라 믿는다”라며 황택의를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강 감독은 “중간중간 패턴 플레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더 연구해야 한다. 상대 블로킹 위치에 따른 볼 분배 같은 것이 아직 미흡하다. 경험을 쌓으며 보완해나갈 것이다”라며 조언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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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황택의다. 처음 프로선수로 데뷔했을 때와 비교하면 한층 여유가 생긴 모습이다. 이에 관해 묻자 그는 “예전에는 경기가 끝나고도 내가 뭘 했는지 생각이 안 났다. 이제는 경기 도중에도 조금씩 여유가 생긴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원래 하던 것보다 실력이 안 나오는 듯 하다”라고 답했다.


일찌감치 기회를 잡은 황택의는 유력한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나도 이렇게 일찍 투입될 거라 예상 못 했다. 최대한 빨리 경기를 뛰려고 열심히 했다. 평소 훈련할 때도 팀에서 나를 많이 생각해주는 것 같다”라며 “신인상은 지금처럼만 하면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자신감이 넘친다고 칭찬하자 금세 “아니에요”라며 쑥스럽게 웃어넘겼다.


황택의는 어떤 질문을 던져도 막힘 없이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과감한 플레이만큼이나 시원시원한 그가 KB손해보험의 미래를 향해 뛴다.



사진/ 안산=신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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