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안산/정고은 기자] 베테랑은 사라지지 않았다. 경기장에서 보여줄 뿐이었다. 김학민의 이야기다.
쉬운 승부가 예상됐다. 내리 두 세트를 따냈다. 유리한 고지에 섰다. 하지만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3세트를 내줬다.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 한 세트만 더 따내면 됐다. 하지만 4세트도 대한항공의 것이 아니었다.
다급해졌다. 이제 상대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벼랑 끝에 몰렸다. 5세트 접전이 이어졌다. 세트 후반까지도 결과를 가늠할 수 없었다. 다행히 상대 범실이 도왔다. 연이어 공격이 아웃된 것. 그 덕분에 2점차 리드를 잡았다.
그리고 마지막은 김학민이 책임졌다. 블로킹으로 팀에 매치포인트를 안긴 김학민은 한선수의 세트를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하며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김학민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자신이 흔들린 것이 못내 아쉬웠다. “3세트에 갑자기 리시브 라인이 흔들렸다. 내가 흔들리다보니 사이드 패턴도 흔들렸다. 이겨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경기가 어려워졌다. 선수들한테 미안하다.”
스스로는 아쉬움을 남겼다고 하지만 이날 김학민은 블로킹 2점, 서브 2점 포함 19득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양 팀 통틀어 그보다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한 건 외국인 선수뿐이었다.
이날 뿐만은 아니다. 앞서 가진 두 경기에서 김학민은 각 19득점, 14득점을 올리며 팀의 확실한 득점원으로서 공격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김학민은 “리그를 치르면서 어떻게 해야 몸상태가 좋아지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웨이트를 통해 몸을 꾸준히 만들었다. 현재 몸상태는 좋은 편이다. 조금 힘들다 싶으면 잘 먹고 쉬려고 한다. 그러면 경기 때 좋은 몸 상태로 임할 수 있다”라고 비결을 전했다.
박기원 감독은 비시즌 선수들에게 미션을 줬다. 김학민에게는 어떤 미션을 부여했을까. “스윙궤도를 지적해주셨다. 공격을 할 때 한 스윙으로만 하지 말고 몇 가지를 만들라고 하셨다. 똑같이 하다보면 상대에게 간파당하기 때문에 자기 것을 만들어 가라고 하셨다.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이날 승리로 3연승에 성공한 대한항공. 우승후보다운 면모를 보이며 초반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김학민은 의연했다. 우승후보라는 소리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그럴 것이 대한항공은 매시즌 우승 후보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그러나 결과는 늘 예상과 달랐다. 이에 김학민을 비롯한 선수들은 ‘우승 후보’에 집중하는 것 대신 ‘다음 경기’만 생각하자고 다짐했단다. 김학민은 “우승후보라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이제는 개의치 않는다. 우리 앞에 놓여진 경기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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