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윤봉우와 한국전력의 만남은 제법 잘 어울렸다.
KB손해보험과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신영철 감독, 누군가를 얘기하는 그의 입에서 칭찬이 끊이질 않았다. “선배로서 훈련, 멘탈, 생활면에서 모두 모범이 된다. 팀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크다.” 윤봉우를 이야기하는 신영철 감독의 표정은 흐뭇했다.
은퇴의 기로에 서있던 윤봉우. 하지만 이대로 그만두기에는 아쉬움이 짙었다. 모두의 만류를 뿌리쳤다. 자신이 서 있어야 할 곳은 여전히 코트 위라고 믿었다. 14년간 몸 담았던 팀을 떠나 한국전력에 온 이유다.
그리고 윤봉우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지난 18일 한국전력은 KB손해보험을 상대로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바로티와 서재덕, 전광인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활약 속에 윤봉우도 가운데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특히 블로킹에서 여전이 위력적인 모습이었다. 이날 한국전력이 기록한 블로킹 숫자는 12개. 그리고 그 중 5개는 윤봉우의 손끝에서 나왔다.
신영철 감독도 “봉우가 블로킹에서 잘 해줬다”라며 만족해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윤봉우는 더 잘해야 한다고 했다. “5개를 잡아본 게 오랜만이다. 하지만 더 잘해야 한다. 내 자리에서 잘해주는 게 좋은 말을 많이 해주는 것보다 낫다. 경기적인 부분에서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
한국전력 선수로서 이제는 수원 홈팬들의 박수와 함성소리를 듣게 될 윤봉우. 아직은 어색함이 없지 않다. 윤봉우는 “코트에 들어가는 입구부터 달라서 어색한 감이 있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내 “앞으로는 빨간색을 좋아하겠다”라고 웃어보였다. 여기에 홈팬들에게 한마디 전했다. “만원 관중이 오면 더 잘할 것 같다(웃음).”
뛸 곳이 필요했던 윤봉우, 가운데를 지켜줄 선수가 필요했던 한국전력, 결과적으로 이들의 만남은 잘 어울렸다.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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