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이 보이십니까?” “가물가물합니다(웃음).”
경기 전 최태웅 감독은 반전의 시나리오로 ‘자신감’을 언급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만큼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같이 놀아보자, 즐겁게 하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담을 갖지 말라는 말도 부정적인 것 같아 부딪쳐보자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최태웅 감독도 내심 걱정을 했을 터. 더 이상 ‘뒤’는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마지막이라는 것이 선수들의 부담을 지운 듯 했다. 지난 경기들을 보면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얼굴은 누가 봐도 ‘나 부담감 있소’였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18연승 할 때의 느낌이 묻어났다. 그러자 경기력도 반전했다. 김세진 감독도 “상대가 잘했다”고 인정했다.
최태웅 감독도 “상대도 잘했지만 우리 선수들도 잘했다. 어렵게 1승을 거뒀다(웃음). 선수들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해줬던 것 같다. 뒷심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 한다. 선수들도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순간순간 흔들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18연승할 때의 힘이 나오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서브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강점이었던 블로킹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했던 현대캐피탈이다. 그러나 이날은 오레올 5개, 신영석 3개, 최민호가 3개를 가로막으며 총 11개를 기록, 3개에 그친 OK저축은행을 압도했다. 서브도 OK저축은행보다 2개 더 많은 9개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그리고 이 뒤에는 최태웅 감독의 전략이 숨어 있었다. 1,2 차전 오레올에게 집중된 목적타로 어려움을 겪었던 현대캐피탈. 박주형과 오레올의 자리를 반대로 바꿨다. 오레올이 좀 더 편하게 리시브를 받기 위함이었다. 김세진 감독도 “상대의 변경된 포메이션을 공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몬의 체력적 부담을 가중시켰다. 시몬의 공격점유율이 높아지면 후반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꿰뚫었다. 시몬에게 줄 것은 주되 송명근을 막는다는 계산이었다. 그리고 이는 적중했다.
최태웅 감독의 전략 아래 선수단의 분위기가 살아났다. 현대캐피탈로서는 이 흐름이 반갑다. 자신감을 되찾았다. 문성민도 “그동안 우리가 보여줘야 할 부분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도 3차전에서는 우리가 하려는 것들이 나왔다. 이날로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과연 분위기를 반전시킨 현대캐피탈이 저력을 보이며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역스윕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이 분위기대로라면 가물가물하지만 천안행도 염두 하지 않을 수 없다.
“천안까지는 안 가야죠.”
경기 전 김세진 감독은 “오늘 안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김세진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OK저축은행은 상대에게 일격을 당하며 우승을 다음 경기로 미뤘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져 온 포스트 시즌 연승 기록도 깨졌다. ‘9’에서 멈췄다. 지난 경기 김세진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기복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분위기를 뺏긴 것이 영향을 미칠까. 이에 김세진 감독은 “지장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1-2차전을 잡으며 기세를 한껏 끌어올렸던 OK저축은행. 대다수가 이날 OK저축은행의 우승을 점쳤을 터. 그러나 벼랑 끝에 내몰린 현대캐피탈이 OK저축은행을 잡았다. 김세진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본 모습이 나왔다”며 경계했다.
이어 “서브와 서브 리시브에서 차이가 났다. 리시브가 안 되면 어떤 좋은 세터가 오더라도 힘들다. 정성현이 부담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김세진 감독의 말처럼 이날 OK저축은행은 서브에이스는 2개에 그친 반면 상대에게는 9개를 허용했다. 기본적인 서브와 서브리시브 경쟁에서 밀렸다. “기본적인 싸움에서 밀렸다.” 김세진 감독의 말이다.
여기에 범실은 32개나 기록했다. 김세진 감독은 “우리는 원래 범실이 많은 팀이다. 범실을 줄이고 좋은 서브가 들어갔을 때 이길 수 있는데 아니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록 이날 현대캐피탈에 한 경기를 내줬지만 여전히 OK저축은행이 우승에 한 걸음 다가 서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확률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금까지 1, 2차전을 내 준 팀이 3, 4, 5차전을 잡으며 역스윕으로 우승을 거머쥔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한 김세진 감독. 과연 OK저축은행이 안산에서 시리즈를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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