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권민현 기자] 10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대한항공 준플레이오프 경기. 삼성화재는 ‘그로저의 팀’이라고 할 만큼, 의존도가 높았다.
그만큼, 그로저에게 주는 쪽이 제일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전에도 그로저 의존도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했다. 임도헌 감독은 “이미 답은 나와 있지 않은가. 그로저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고 봤다.
주전세터 유광우는 “우리 팀에서 가장 확률높은 공격을 하는 선수는 그로저다”고 공을 집중시키는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미디어데이에서도 “그로저가 사이드에서 가운데로 들어오면서 공격할 때 알고도 못 막게끔 잘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그로저 몸 상태 때문. 1라운드 중반에 합류한데다, 1월 중순 2016 리우올림픽 예선전에 출전하며 체력이 소진됐다. 경기를 거듭하며 허리도 점점 안 좋아졌다. 한창 좋았던 지난해 12월보다 타점이 낮아진 탓에 블로킹에 자주 걸렸다.
유광우는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다른 공격루트를 찾을 필요가 있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센터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지난달 23일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그로저가 19득점, 공격성공률 31.8%에 그쳤음에도 이선규, 지태환에게 속공을 올려줘 승리를 거둔 적이 있다.
이때 봤던 효과를 놓칠 리 없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유광우는 이선규, 지태환을 적극 활용했다. 리시브가 정확하게 올라오면 어김없이 속공을 시도했다. 빠르게 때린 탓에 대한항공 블로커들이 쉽게 따라가지 못했다.
이선규, 지태환이 중앙에서 블로커들을 혼란에 빠뜨리자, 그로저 활동반경도 넓어졌다. 좌, 우를 가리지 않고 강타를 때렸다. 이날 그로저는 점유율 53.2%를 기록하면서 36득점, 공격성공률 62%를 해냈다.
이선규, 지태환도 23득점을 합작했다. 속공 23개를 시도, 19개를 성공시켰다. 블로킹도 6개를 기록했다. 3세트 마지막 공격에서 이선규에게 A속공을 올려주며 끝을 낸 것은 단연 일품이었다.
한 번의 대결로 명운이 갈린 이날 경기. 센터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유광우는 이를 잘 살렸고, 한선수는 센터진 활용에 애를 먹었다. 이 차이가 안산행 티켓을 확정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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