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수원/최원영 인터넷 기자] “민웅아 80%만 만들어라. 나는 15%를 만들겠다.” 신영철 감독이 세터 강민웅에게 한 가지 약속을 제안했다.
지난 12월 23일 한국전력은 센터 최석기와 2016~2017시즌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대한항공에 내주고 세터 강민웅과 센터 전진용을 영입했다. 당시 양 팀의 손익을 따지며 한국전력이 손해를 본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신영철 감독은 “내년을 위한 트레이드를 한 것이다. 센터 최석기도 팀에 무척 중요한 선수였다. 하지만 세터가 더 시급하다고 봤다. 주전 세터 권준형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라며 트레이드 배경을 설명했다.
세터 출신인 신 감독에게 강민웅은 조금 더 특별한 제자다. 그는 “강민웅이 처음 팀에 왔을 때보다는 좋아지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배구의 80%까지만 따라와달라고 했다. 경기 운영 능력이나 공격수와의 타이밍, 토스 리듬 같은 것이다. 공격수의 성질을 한 명씩 파악해 맞춰야 좋은 세터가 될 수 있다고 했다”라며 강민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신 감독은 “강민웅은 항상 3번째 세터였다. 주전, 백업, 그 다음이 강민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여기서는 언제나 ‘첫 번째 세터’가 될 수 있게 가르칠 것이다”라고 확언했다. “대신 나도 5월까지 체지방률을 15%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시즌 초 미디어 데이에서 말했듯 PT와 웨이트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나도 몸이 좋은 편이다”라며 미소 지었다.
후반기 한국전력은 상위권 팀들을 차례차례 격파하며 ‘고춧가루 부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중심에도 세터 강민웅이 있었다. 강민웅은 “감독님과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 내기를 했다. 감독님께서 여러 방법으로 많이 가르쳐주시려고 한다. 내가 잘 못 따라가서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결국 내 역량에 달렸다. 내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해서 감독님이 원하는 배구를 하고 싶다”라며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신영철 감독은 “이기든 지든 재미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구단에 얘기했다. 당연히 이기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후반기에 재미있게 경기를 하니 결과가 자연스레 따라왔다. 아직 즐기는 동시에 이기는 게 안 된다. 그 2%를 채워 내년에 선보이겠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강민웅은 “이제 대한항공과 마지막 경기가 남았다. 우리는 무조건 전력 투구할 것이다. 최선을 다해 반드시 승리하겠다”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스승과 배움을 얻고자 하는 제자. 꽃피는 5월엔 이들 모두 유쾌한 내기의 승자가 되어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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