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뒤를 이을게요! 신영석×배하준이 꿈꾸는 바통터치

박혜성 / 기사승인 : 2022-09-13 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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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가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오랜 기간 대표팀을 이끌었던 신영석, 최민호의 뒤를 이을 미들블로커는 누가 될지 배구인과 팬 모두 궁금해 한다. 현재 V-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우선 눈길이 가지만 대학부에도 주목할 만한 기대주가 나타났다. 성균관대 3학년 배하준이다. 10년 이상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대 선배와 신영석 다음 자리를 노리는 배하준이 만났다. 두 선후배 만남의 현장인 한국전력 체육관으로 <더스파이크>가 찾아갔다.
 


경북사대부고 시절 3년 동안 6번의 우승을 이끈 배하준(198cm)은 실력을 인정받아 청소년대표팀에도 선발됐다. 2018년 제12회 아시아유스남자U18배구선수권대회, 2019년 제16회 세계유스남자U19배구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고교졸업 이후 성균관대에 입학한 배하준은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주전 자리를 꿰찼다. 입학 이후 첫 대회인 2020 bbq배 전국대학배구 고성대회에서는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블로킹상까지 받으며 실력을 증명했다. 그 이후 성균관대는 우승에서 멀어졌지만 꾸준히 대학배구 4강 안에 들고 있다. 배하준도 열심히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배하준의 멘토는 한국전력 신영석이다. V-리그에서 12시즌을 보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들블로커다. 그는 2016-2017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6시즌 연속 미들블로커 부분 베스트 7에 뽑혔다. 특히 2017-2018시즌에는 미들블로커로는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도 차지했다.


멘토링을 시작하기에 앞서 ‘2022 대한항공배 전국대학배구 무안대회’에서 활약했던 배하준의 영상을 신영석에게 보여줬다. 3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었지만 배하준의 플레이를 본 신영석은 “잘하는데?”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선배는 공격 동작에서 바로바로 피드백을 해줬다. 말로만 설명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나란히 네트 앞에 서서 동작을 해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신영석이 영상을 보고 느낀 점을 알려주고 배하준은 평소 고민하던 것들을 털어놓으며 조언을 구했다.

 


멘토가 멘티에게 전하는 말
“나를 발판 삼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길”


Q. 귀한 멘토링 시간이었습니다.

하준 대한민국 최고의 미들블로커 선배님과 함께 해서 너무 좋고 영광입니다.
영석 대학배구 최고의 미들블로커라는 배하준 선수와 이런 시간을 가져서 나 역시 좋은 추억이었습니다. 나도 하준 선수와 같은 대학 시절을 보냈기에 많이 공감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Q. 신영석 선수와 함께하는 사진 촬영 어땠나요.
하준 처음에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선배님이 말을 많이 걸어주셔서 긴장이 풀렸습니다.


Q. 배하준 선수는 신영석 선수의 경기를 많이 봤을 텐데 평소 어떻게 생각했나요.
하준 미들블로커로 뛰는 선수들은 모두 신영석 선배님을 롤모델이라고 생각할 거예요. 저도 그랬고 선배님의 영상을 보면서 저렇게 하고 싶다고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Q. 신영석 선수는 이런 말을 들으면 어떤가요.
영석 항상 드래프트 전에 지원 선수들의 프로필을 보면 ‘닮고 싶은 선수’와 같은 질문에 제 이름이 나올 때가 있어요. 처음에는 ‘내가 그 자리에 있는 선수가 맞나?’ 같은 생각이 들어 부담스러웠어요. 이제는 많은 꿈나무들이 나를 목표로 해서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 역시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두 선수 모두 미들블로커가 된 계기가 있나요.
하준 초등학생 때는 축구를 좋아했어요. 근데 키가 크다는 이유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어요. 배구부에 들어갔는데 가장 컸어요. 그래서 바로 미들블로커를 하게 됐습니다.
영석 원래 아웃사이더 히터였다가 아포짓스파이커를 거쳐서 미들블로커를 하게 됐어요. 학창 시절에 선수들이 한명씩 그만두면서 빈자리에 제가 들어갔거든요. 그러다 대학 진학할 때는 미들블로커를 하고 있었고 그 이후로는 계속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Q. 미들블로커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하준 경기할 때 가장 중요한 자리죠. 팀의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하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해요.
영석 미들블로커는 메인 공격수가 아닌 보조 공격수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보조 공격수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내가 상대 블로커들을 잘 속여줘야 우리 팀 메인 공격수들이 잘할 수 있고, 내가 블로킹을 해줌으로써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포지션이에요. 이런 매력은 하준 선수가 배구를 더 하다 보면 느끼는 날이 분명 올 거라고 생각해요.


Q. 두 선수는 앞으로 배구 선수로서의 목표가 있을까요.
영석 많은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미들블로커가 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은퇴를 하고 몇 십 년이 지나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신영석은 괜찮은 선수였다’라는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하준 만약 프로에 입단하게 되면 ‘제2의 신영석’이라는 별명을 얻고 싶습니다.


Q. 멘토링을 해준 신영석 선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자면요.
하준 많은 고민들이 있었는데 신영석 선배님 덕분에 해결이 됐습니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배하준 선수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의 얘기는.
영석 오늘 배하준 선수와 시간을 보내면서 제 대학시절이 많이 생각났어요. 프로 무대에 도전하는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일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높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도 대학교 3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에 들어가면서 유명한 선배님들과 함께 운동을 했어요. 그때 나는 그 선배님들처럼 되는 게 목표가 아니라 그걸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갖고 운동했어요. 그래서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배하준 선수도 ‘제2의 신영석’보다는 저를 발판 삼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글. 박혜성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영상 촬영 및 편집. 나수현 에디터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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