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이끄는 '작은 거인' 김정호 "반드시 봄배구 향하겠다"

대전/송현일 기자 / 기사승인 : 2024-12-25 10: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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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경쟁력을 잃지 않고 반드시 봄배구로 향하겠다."

남자프로배구 삼성화재가 OK저축은행을 꺾고 3위로 올라섰다. 전반기 종료까지 한 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기분 좋은 순위표에 자리하게 됐다. 다른 팀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지만 후반기를 맞이하기 전 중위권 싸움의 동력을 다시 한번 확보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삼성화재는 24일 안방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OK저축은행을 3-0으로 꺾고 4연패를 끊어냈다.

경기 전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은 "늘 준비해왔던 컨셉이 점점 틀어지고 있었다. 비시즌부터 빠르고 컴팩트한 플레이를 하려고 준비를 많이 했는데 시즌을 치르면서 갈수록 공이 느려지고 높아졌다. 원래 하려던 걸 하려고 다시 준비했다"며 필승 의지를 드러냈다.

경기는 김상우 감독의 구상대로 흘러갔다. 이날 삼성화재의 리시브효율은 42.59%(시즌 평균 27.62%)로 평소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바꿔 말하면 선발 세터 이호건이 자신의 기량을 100% 끌어낼 수 있었다는 의미. 뿐만 아니었다. 이호건의 빠른 토스를 놓치지 않고 해결하는 삼각편대 결정력도 시선을 모았다. 파즐리(16점·공격성공률 60.00%), 김정호(14점·61.11%), 그로즈다노프(14점·50.00%)가 44점을 합작하며 OK저축은행 코트를 폭격했다.

이 가운데서도 단연 빛난 선수는 김정호. 공격도 공격이지만 양 팀 최다 28개 리시브를 42.86%라는 높은 효율로 견뎠다. 경기 내내 공수 겸장 면모를 뽐내며 김상우 감독이 말한 "빠르고 컴팩트한 플레이"를 코트에서 완벽하게 구현했다. 김상우 감독도 "(김)정호가 이전 경기들에서 리듬이 잠시 좋지 않았는데, 오늘은 해줘야 할 부분을 잘 챙겨줬다. 칭찬해주고 싶다"며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수훈선수 자격으로 인터뷰실을 찾은 김정호 또한 팀의 변화를 먼저 언급했다. "비시즌 때부터 준비했던 플레이가 있다. 상대 블로킹이 들어오기 전 빠르게 해결하는 연습을 많이 했다. 또 전반적으로 경기 리듬을 빠르게 가져가면서 연결이 안 좋은 공은 리바운드가 가능하게 미리 어택 커버를 준비하는 훈련도 했다. 그런데 시즌 들어와서는 준비한 걸 못하고 외국인 공격수 쪽으로 공이 쏠리는 게 있었다. 연패를 하는 동안 준비한 대로 다시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각이 많았다. 스트레스도 있었고, 불안한 생각과 힘든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경기 리듬을 못 잡고 불안해하는 게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오늘 경기도 엄청 잘했다는 생각은 안 든다. 옆에서 많이 도와줘서 돋보일 수 있었다"며 "내가 잘 안 돼도 (이)시몬이 형이나 (김)우진이 같은 다른 선수들이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려고만 했다. 덕분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밝혔다.

김정호는 2017년 V-리그 남자부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 어느덧 프로 생활 8년 차를 맞이한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다. 데뷔 초 같은 포지션 대비 비교적 작은 신장(187cm)으로 한동안 의심의 눈길이 따라붙기도 했지만, 이를 실력으로 뿌리치며 점차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김정호는 이번 시즌 생애 처음으로 올스타전 무대도 밟는다. 전문위원회 추천으로 참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올스타전을 보기만 했지 갈 거란 생각은 못했다. 경험 많은 선수들을 보면서 공부할 계획"이라면서 "올스타전 자체가 실력 좋고 인기 많은 선수가 뽑히는 거다 보니 다들 수준이 높다. 하루일 뿐이지만 팀으로서 함께 연습하고 볼 수 있다는 게 기대된다"며 밝게 미소 지었다.

'김정호 선수도 실력 좋고 인기 많으니까 올스타전에 뽑힌 게 아니겠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나는 전문위원회 추천으로 뽑힌 것"이라면서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첫 올스타전인 만큼 세레머니도 고민이다. 김정호는 "남들도 할 만한 걸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이 먼저 할 거 같다. 그렇다고 남들이 안 할 만한 걸 하자니 내가 힘들 거 같다. 고민이 된다. 당일에 내가 어떤 세레머니를 하는지 지켜봐달라"고 했다.

한편 이날 경기로 삼성화재는 6승11패, 승점 23을 적어내며 단 번에 5위에서 3위까지 도약했다. 후반기를 맞이하기 전 조금은 숨통이 트인 모습.

 

김정호는 "선수들끼리 안 되고 힘들 때마다 하나가 돼 '이겨내보자, 나가보자' 얘기하면서 똘똘 뭉치고 있다. 다들 누가 교체로 들어가거나 나가든 오직 팀을 위해서만 뛰겠다는 생각이다. 요 근래 중요할 때 무너져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후반기부터는 처지지 않게 잘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이번 시즌 남자부 중위권 싸움이 정말 치열하다. 끝까지 경쟁력을 잃지 않고 반드시 봄배구로 향하겠다"고 크게 외쳤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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