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현지 기자] 챔피언결정전에서 통산 3번째 통합우승을 노리는 흥국생명의 상대는 12년 만에 여자부 2연패를 노리는 한국도로공사다.
흥국생명은 지난 9일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현대건설을 꺾고 통산 5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21일부터 시작하는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흥국생명이 마지막으로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건 김연경(엑자시바시)이 활약하던 2006~2007시즌이었다. 마지막 챔피언결정전 우승도 10년 전 김연경이 있던 2008~2009시즌이었다. 지난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선 IBK기업은행에 가로막혀 통합우승에 실패한 바 있다.
흥국생명에겐 11일간 이어진 긴 휴식시간이 있었다. 부상 치료와 체력 회복에 주력하며 통합우승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거쳤다.
디펜딩 챔피언 도로공사는 2006~2007시즌, 2007~2008시즌 흥국생명이 기록한 2연속 우승 이후 12시즌 만에 2연속 챔피언 등극에 도전한다. 관록을 앞세운 도로공사는 플레이오프 내내 이어진 체력 문제에도 불구하고 패기로 똘똘 뭉친 GS칼텍스에 2승 1패를 거두며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통합우승 위한 흥국생명의 첫 번째 미션, 톰시아 살리기
가장 큰 걱정은 역시 실전 감각. 흥국생명은 이를 위해 경기 시간에 맞춰 훈련을 진행했지만 연습과 실전은 다를 수 있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유독 도로공사만 만나면 약한 모습을 보였다. 흥국생명이 상대전적에서 밀린 것도 도로공사(2승 4패)가 유일하다. 지난 6일 6라운드 맞대결에서는 도로공사에 1-3으로 패배하며 홈에서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흥국생명이 품고 있는 최대 고민은 외국인 선수 톰시아의 부진이다. 톰시아는 6라운드 맞대결에서 공격성공률이 31.4%에 그쳤고, 자연스레 공격 부담은 이재영(공격점유율 39.2%)이 지게 됐다. 특히 톰시아는 오픈 공격 성공률이 25.8%(8/31)에 그치며 해결사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도로공사에 무릎을 꿇을 때마다 외국인 선수 톰시아의 부진에 아쉬움을 보였다. 특히 톰시아의 자신감 하락을 문제 삼았다. 톰시아는 4~6라운드 맞대결에서 평균 14.67득점으로 도로공사 외국인선수 파튜(31.67점)의 절반에 그쳤다. 이재영(21득점)보다도 낮은 점수였다.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기복이 심해진 톰시아는 6라운드 공격성공률 35.96%로 여섯 라운드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박미희 감독은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날에도 “외국인선수 역할이 조금 미비한 게 지금 문제다. 남은 시간 동안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추겠다. 톰시아가 떨어지면서 이재영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얼른 회복할 수 있게 하겠다”라며 톰시아의 반등을 바랐다.
흥국생명은 그동안 긴 타지 생활에 힘들어하는 톰시아를 위해 여러 차례 그의 가족을 한국에 초대했다. 그 때마다 톰시아는 한층 밝아진 모습으로 팀의 승리에 일조했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이번에는 톰시아의 남동생이 한국을 방문한다. 과연 톰시아는 구단의 응원을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을까.

상대전적은 도로공사가 우위, 관건은 역시 체력
흥국생명과 달리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9일까지 플레이오프를 치른 만큼 실전 감각에는 문제없다. 다만 5일 동안 치른 세 경기에서 총 15세트를 치렀고, 매일 김천과 서울을 오가는 장거리 이동에 선수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경기가 끝나면 부랴부랴 짐을 싸서 다음 경기가 열리는 곳으로 이동하느라 훈련은 차치하고 제대로 쉴 시간도 없었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도로공사에게 주어진 휴식시간은 단 하루,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1차전 선발 라인업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김 감독은 지난 18일 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1차전은 일부 백업 선수들을 기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1차전에서 무리했다가 2차전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챔피언결정전은 5전 3선승제로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에 비해 비교적 1패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김종민 감독은 1차전 승리 보다는 ‘3선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도로공사의 체력 문제는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부터 드러났다. 1차전에서 각각 공격성공률 47.06%, 37.04%로 나란히 14득점을 올렸던 배유나와 정대영은 2차전에서 공격성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배유나는 블로킹 7득점 포함 12득점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은 25%였고, 정대영은 6득점에 공격성공률 12.5%였다. 3차전에서 31.25 %(8득점), 29.41%(7득점)로 다소 상승했지만 시즌 평균(배유나 40.83%, 정대영 41.20%)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날개 공격수 파튜와 박정아도 플레이오프에서 경기별, 세트별 기복이 눈에 띌 정도로 심했다. 1, 3차전에서 44%가 넘는 공격성공률을 자랑했던 파튜는 2차전에서 27.78%로 뚝 떨어졌다. 박정아는 2차전 1세트 28.57%였던 공격성공률이 2세트 47.37%로 급등하는가 하면, 3차전 3세트 50%였던 성공률이 20%로 급락하기도 했다. 들쑥날쑥한 경기력에 도로공사는 하루에도 수차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연이은 풀세트 접전에 지친 건 20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박정아는 “경기 초반에 너무 힘들어서 점프, 스윙 다 안 됐다. 마음은 100점이지만 몸은 0점이다”라며 체력 고갈을 걱정했고, 문정원 역시 “2차전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3차전에서는 발이 안 움직였다”라고 털어놨다. 문정원은 플레이오프 세 경기에서 리시브효율이 점차 낮아지며(58.18%→56.14%→51.22%) 불안함을 다소 노출했다.
지금까지 열네 차례 진행된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 승리를 거둔 팀이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던 건 7번, 딱 50%다. 다만 2010~2011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여덟 시즌 중 2016~2017시즌을 제외한 일곱 시즌 모두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흥국생명과 도로공사가 치르는 V-리그 열다섯 번째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21일 오후 7시 KBSN 스포츠와 SBS 스포츠를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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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스파이크_DB(문복주 기자,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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