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지금까지 V-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는 1차전 승리 팀이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역대 100% 확률은 이번에도 적중될까.
15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는 2018~2019 도드람 V-리그 여자부 2위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와 3위 GS칼텍스간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다.
정규시즌 후반기 들어 무서운 연승 행진을 달려 2위까지 오른 ‘디펜딩 챔피언’ 도로공사. 그리고 지난 3일 일찌감치 정규리그 경기를 마친 GS칼텍스가 맞붙는다.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GS칼텍스는 모두 20대 선수로 구성된 젊은 팀이다. 반면 도로공사는 이효희, 정대영 등 베테랑 선수들로 무장한 팀. 당장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경험을 갖고 있다.
팀 컬러도 확실하다. GS칼텍스는 날개 공격수 3인방이 모두 적극 공격에 가담하는 화끈한 공격 배구를 펼친다. 도로공사는 확실한 역할분담으로 선수 별 장점을 잘 살린 배구를 한다.
지난 12일,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는 절친인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과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이 재미있는 입담 대결을 펼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도로공사 시즌 맞대결 우위, 중앙 활용서 차이
올 정규시즌 상대전적은 한국도로공사가 4승 2패로 우위에 있다. 3라운드 이후 네 경기를 모두 잡아냈다. GS칼텍스는 1, 2라운드 맞대결을 모두 3-0으로 이겼던 바 있다.
두 팀 차이가 극명하게 나는 건 중앙 활용이다. 정대영-배유나 공수에서 완벽한 도로공사 중앙에 비해 GS칼텍스 중앙은 전반적으로 밀린다. 특히 두 미들블로커 공격이 매우 활발한 도로공사에 비해 GS칼텍스는 미들블로커 공격력이 다소 떨어진다.
올 시즌 도로공사는 팀 속공이 2위(성공률 47.55%)다. 1위 현대건설(47.60%)과 차이가 크지 않다. 반면 GS칼텍스는 이 부분 최하위(34.08%)다. 속공으로 155점을 낸 도로공사와 달리 GS칼텍스는 107점에 그쳤다. 전체 시도는 도로공사 326회, GS칼텍스 314회로 비슷한 걸 고려할 때, 결정력에서 매우 큰 차이가 남을 알 수 있다.
이동공격에서도 차이가 난다. 도로공사는 팀 이동공격 전체 1위(성공률 47.85%), 반면 GS칼텍스는 5위(29.63%)다. 시도 횟수 자체가 크게 차이난다. 도로공사는 186회, GS칼텍스는 27회에 불과하다. 사실상 이동공격을 거의 하지 않는 GS칼텍스에 비해 도로공사는 확실한 공격옵션중 하나가 이동공격이다.
이 수치는 상대전에서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GS칼텍스는 올 시즌 도로공사와 여섯 번 맞대결에서 속공 성공률 단 17.65%에 그친다. 반면 도로공사는 50.70%로 절반 이상 득점에 성공했다. 상대전에서 이동공격을 한 번도 쓰지 않은 GS칼텍스, 그러나 도로공사는 27회 시도해 성공률 48.15%를 기록했다.
4라운드 맞대결이었던 1월 12일 두 팀 경기에서는 도로공사의 중앙 활용이 극에 달했던 날이다. 결과는 3-2 도로공사 승리였다. 이날 도로공사는 배유나 21점, 정대영 19점으로 중앙 두 명이 무려 40점을 합작했다. 공격성공률 역시 배유나 53.13%, 정대영 44.44%로 매우 높았다. 반면 GS칼텍스 김유리와 김현정은 5점씩 얻는 데에 머물렀다.
GS칼텍스는 최근 돌아온 문명화가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문명화는 189cm로 높이가 뛰어나 상대 중앙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을 따라잡는 움직임이다. 다소 발이 느린 문명화는 분석을 통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전-비주전 경계 없는 세터 활용
도로공사의 올 시즌 가장 큰 수확이라면 단연 세터 이원정이다. 백전노장 이효희 뒤를 이을 신예가 등장해 한 층 수월한 경기운영이 가능해졌다. 좌우와 중앙 예측할 수 없는 세트플레이가 장점인 이효희, 그리고 사이드 날개 공격수에게 힘 있게 공을 쏴주는 이원정이 있기에 도로공사는 세터 변화만으로도 다양한 배구 실행이 가능해졌다.
도로공사 선발 세터는 누가 먼저 나서도 이상하지 않다. 경험을 우선해 이효희가 먼저 나올 확률이 높지만 이원정 선발도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어느 한 명이 흔들리면 주저 없이 다른 선수를 기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두 팀 최근 맞대결이었던 지난 3일 경기에서는 선발로 들어간 이효희가 1세트 흔들리자 곧바로 이원정이 나섰다. 이원정은 세트 별 다소 기복은 있었지만 경기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날 경기는 3-2 도로공사 승리로 마무리됐다.
이날 박정아는 24점, 성공률 48.84%로 매우 높은 적중률을 보였는데, 이원정과 좋은 호흡을 발휘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이 둘 조합이 기대되는 이유다.
GS칼텍스 역시 두 명의 세터, 이고은과 안혜진을 보유하고 있다. 시즌 초 이고은이 부상으로 나서지 못하면서 주로 안혜진이 경기에 나섰다. 이고은이 복귀한 이후에는 대부분 경기를 두 선수가 함께 맡았다. 후반 들어서는 이고은 쪽에 더 무게를 두고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안혜진이 낮고 빠르게 공격수에게 전달하는 스타일이라면 이고은은 타점을 살려 공격수가 치기 좋게 잘 전달한다. 안혜진이 국내 선수들을 살리는 데에 장점이 있다면 이고은은 외인 알리와 합을 맞추는 데에 더 뛰어나다.
차상현 감독은 줄곧 “이고은과 안혜진 두 선수 실력 차이는 크지 않다. 팀이 되어 함께 경기를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라고 자주 이야기했다. 시즌 전체, 그리고 중요한 플레이오프에 가서는 두 선수가 함께 뛰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차 감독은 이고은이 부상 이후 주춤할 때에도 믿음을 갖고 투입해 감각을 살리는 데에 주력했다. 이제는 그 노력이 빛을 발할 때다.
강서브는 GS의 창, 도로공사 방패인 리시브 흔들까
GS칼텍스는 올 시즌 강력한 서브로 타 팀 리시브 라인을 긴장하게 했다. GS칼텍스는 팀 서브 전체 1위(세트 당 1.079개)에 올랐다. 안혜진이 서브 4위(세트 당 0.248개), 알리가 9위(0.190개)로 리그 TOP10에 이름을 올렸다. 그 외에도 이소영, 강소휘, 표승주 등이 강한 서브를 구사한다.
강한 서브는 최근 도로공사를 상대하는 팀에게 필수 조건이다. 도로공사가 편안하게 세트플레이를 할 경우, 막을 수 있는 팀은 몇 없다. 좌우와 중앙까지 모두 공격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 방패를 뚫는 게 결코 쉽진 않다. 도로공사 핵심인 문정원-임명옥 두 명이 현재 리그에서 가장 안정감 있는 리시브 라인이기 때문이다.
문정원과 임명옥은 나란히 리시브 순위 3, 4위에 랭크했다. 문정원은 리시브효율 52.85%, 임명옥은 51.52%다. 특히 문정원의 경우 리시브 시도가 1,264회로 리시브 1위 오지영과 2위 김해란 시도를 합친 수준이다(오지영 683회, 김해란 589회). 무수히 쏟아지는 서브를 받아내면서도 효율이 50%를 넘는 건 이 선수가 가진 능력을 알게 한다.
도로공사의 올 시즌 약점 중 하나는 오픈 공격이다. 도로공사 팀 오픈 성공률은 34%로 여자부 전체 4위다. 외인 파튜, 박정아 두 명이 있긴 하지만 오픈 공격이 압도적으로 좋은 선수들은 아니다. 김종민 감독은 “우리 팀 약점은 하이볼 처리”라고 자주 말했다.
GS칼텍스 입장에서는 최대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 하이볼 공격을 하게끔 유도해야 한다. 높이가 좋은 문명화가 있기에 하이볼 방어는 충분히 강점을 갖고 있다.
1차전 이긴 팀이 간다, 100% 확률을 잡아라
지금까지 여자부 플레이오프는 1차전 승리 팀이 모두 챔피언결정전으로 올라갔다. 100% 확률을 잡기 위해서는 1차전 승부가 매우 중요하다. 1차전 승리 팀이 기세 싸움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특히 젊은 팀 GS칼텍스는 한 번 기세를 타면 맹렬하게 몰아치는 그림을 올 시즌 자주 보여줬다. 1차전 1세트부터 몰아치기 시작한다면 좋은 결과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도로공사는 초반부터 상대 기세를 누르면서 갈 필요가 있다.
드디어 시작되는 플레이오프는 총 3전 2선승제로 진행되며 경기 사이에는 하루 휴식이 주어진다. 1차전은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2차전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다. 3차전까지 갈 경우 다시 김천 실내체육관으로 향한다. 1차전은 15일 오후 7시, KBSN스포츠와 SBS스포츠가 동시 중계를 맡는다. 현장 중계는 SBS스포츠가 한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유용우, 홍기웅,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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