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우리 팀에 베테랑 선수는 없습니다.”
KGC인삼공사는 최근 14연패로 암흑 속에 있다. 외인 알레나가 부상으로 빠진 이후부터 쭉 연패가 이어졌다. 알레나가 부상에서 돌아온 후 연패탈출을 노렸지만 결국 무산됐다.
연패 기간 동안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은 종종 인터뷰실에서 “우리 팀에는 베테랑 선수가 없습니다”라는 농담을 하곤 했다. 분위기를 풀기 위한 말이었지만 그저 웃을 수만은 없는, 뼈가 숨은 농담이었다.
베테랑. 사전적으로는 ‘어떤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기술이 뛰어나거나 노련한 사람’을 의미하는 외래어다. 경험이라는 무기로 어떤 상황에서도 훌륭하게 대처하는 기술자들을 베테랑이라 부를 수 있다.
단순히 연차로 볼 때, KGC인삼공사에는 베테랑이라 부를 수 있는 선수들이 꽤 있다. 프로 출범과 함께 등록된 한송이, 2005년도에 프로 데뷔한 세터 이재은, 2006년에 데뷔한 미들블로커 한수지 등이다. 그러나 이들을 두고도 서 감독은 ‘베테랑이 없다’라고 말했다.
팀이 위기에 빠졌을 경우, 지도자 입장에서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베테랑들의 ‘경험’이다. 이미 숱한 시즌을 치러본 선수들의 경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몸으로 알고 있다. 연차가 낮은, 어린 선수들보다는 부담감을 이겨내는 법도 더 잘 안다. 지도자들은 그런 경험 많은 선수들에게 책임감을 요구한다.
그러나 현재 KGC인삼공사 코트 에는 그 역할을 해야 할 베테랑 선수들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리베로 오지영 외에 다른 선수들의 활약은 지지부진하다. 오히려 신인 선수들 경기력에 눈길이 더 가는 게 현실이다.
베테랑이라면 본인의 기량을 바탕으로 다른 선수들에게 신뢰를 주고, 팀을 하나로 끌어모을 줄 알아야 한다. 베테랑이 없다는 서남원 감독의 말은 현재 팀에 믿음을 줄 만한 선수가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주장 한수지, 세터 이재은은 선발로 출전하는 선수들의 기록이 지난 몇 시즌과 비교했을 때 현저하게 떨어진다. 연패 기간 동안 활약도 아쉬웠다. 이 둘은 주축 역할을 해야 할 선수들이다. 한수지는 지난 비시즌 FA계약으로 여자부 연봉 퀸 자리에 오른 선수다. 이를 따져볼 때 한수지 활약은 아쉬움이 크다. 주전 세터 이재은은 늘 문제로 지적됐던 볼 컨트롤이 올해도 발목을 잡는다. 경기 막판, 중요한 상황으로 갈수록 범실 빈도가 늘어나는 점도 베테랑 세터답지 못한 모습이다.
서 감독은 연패 기간 중 인터뷰를 통해 이 둘을 직접 언급하며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서 감독은 지난 1월 17일, 흥국생명에게 졌을 당시 “둘은 팀에서 주축 역할을 해야 하는 선수들이다. 그러나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정도 연차가 되는 선수들이 뭐가 무서워서 겁을 먹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한 이후에도, 이 둘의 플레이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앞으로 KGC인삼공사에겐 여섯 경기가 남았다. 길어진 연패로 뒤숭숭한 팀 분위기는 ‘승리’만이 달랠 수 있다. 그러나 연패를 끊을 수 있는 기회도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팀이 하나로 뭉치는 게 먼저다. 주축 노릇을 해야 할 선수들이 앞에 나서서 팀을 달래고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 이제는, 진짜 ‘베테랑’이 나와야 할 때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홍기웅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