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66)이 생애 첫 여자부 지도에 나선다. 배구선수 출신인 아내와 딸이 그의 든든한 조언자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8일 새 사령탑으로 김호철 감독을 선임했다. 구단은 “수평적 소통과 팀워크를 토대로 올바른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적합한 감독이라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김호철 감독은 8일 <더스파이크>와 전화 통화에서 “연락을 많이 받았다. 전화하고 있는 지금도 연락이 오고 있다”라며 웃었다.
김호철 감독은 선수 시절에는 명세터로, 지도자로는 현대캐피탈 감독을 시작으로 남자국가대표 감독 등 경험이 풍부하다. 다만 여자팀은 처음이다. 김호철 감독 역시 이 부분에서 제의를 받아들이기 망설였다고.
김호철 감독은 “고민을 상당히 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난 여자 쪽은 안 해봤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제의가 왔을 때 선뜻 답하지 못하고 하루 정도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러고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여자팀도 김 감독은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말들 덕에 용기를 얻었다”라고 했다.
특히 자녀 김미나 씨가 큰 도움이 됐다. 미나씨는 이탈리아에서 배구선수로 뛰었다. 아내 임경숙 씨 역시 배구선수 출신이다. 김호철 감독은 “딸이 ‘아빠는 불같은 성격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상함이 있으니까, 할 수 있을 거야’라고 하면서 ‘인기 있는 여자배구 감독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라고 하더라(웃음). 아내도 ‘도전해 봐’라고 용기를 줘서 결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가까운 곳에 조언자를 둔 셈이다. 딸 김미나 씨가 조심해야 할 부분, 대처해야 할 사항 등을 알려줬다고. 김호철 감독은 “여자는 질투가 많다더라. 남자들은 금방 잊어버리지만, 여자는 날짜까지 상세하게 기억한다고, 나보고 다 기록하고 기억하라고 하더라. 서로 약속했던 건 절대 어기면 안된다고 당부도 했다”라고 말했다.
‘지시’보다는 ‘경청’이 우선이다. 김호철 감독은 “내가 남자팀에 있을 때 선수들과 말을 많이 했다. 지시하는 게 방법 중 하나였다면, IBK기업은행에 가서는 지시하는 것보다 많이 보고, 들어야 한다. ‘이렇게 해’가 아니라 ‘이건 어떠니?’라고 말이다. 선수들이 하고 싶은 말을 끄집어내야 마음을 열 수 있다. 그런 지도자로 변신할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2023-2024시즌까지 지휘봉을 잡게 된 김호철 감독. 우선 내홍 겪은 팀 수습이 우선이라고 언급했다. 김 감독은 “현재는 선수들을 다독이고, 아픈 마음을 이끌어내서 상처를 치유해주는 시기라고 본다. 힘들게 훈련하고 하는 것보다는 선수들과 대화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지난 7일 도로공사와 현대건설 경기를 봤다. “한국에 도착해서 잠이 안 오더라. TV를 틀었는데 마침 경기가 있길래 보는데, 너무 멋진 경기라 깜짝 놀랐다. 유심히 본 건 처음이다”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더이상 실망감을 주지 않고, 멋지고 더 응원하고 싶은 팀, 함께 하게끔 만드는 게 내 임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_더스파이크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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