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이 끝났다, 한국도로공사의 고민이 시작됐다

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4-22 21: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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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FA 시장은 끝났지만, 한국도로공사는 또 한 번 선택의 시간을 맞이해야 한다.

V-리그 여자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22일 18시 자로 폐장했다. FA 자격을 취득한 20명의 여자부 선수들은 신중한 협상을 거쳐 이적 혹은 잔류를 선택했다. 타 팀으로의 이적을 선택한 선수는 총 5명이었다. 박정아(한국도로공사 ⟶ 페퍼저축은행), 채선아(KGC인삼공사 ⟶ 페퍼저축은행), 김수지(IBK기업은행 ⟶ 흥국생명), 황민경(현대건설 ⟶ IBK기업은행), 정대영(한국도로공사 ⟶ GS칼텍스)이 새로운 팀에서 다음 시즌을 맞이한다.

이들 중 채선아와 정대영은 B등급(전 시즌 연봉 5천만 원~1억 원 미만) 선수였기 때문에, 영입한 팀에서 원 소속팀에 보상 선수를 내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나머지 세 명의 선수는 A등급(전 시즌 연봉 1억 원 이상) 선수였으므로 이 선수들을 영입한 팀은 원 소속팀에 6명의 보호 선수 명단을 제출해야 하고, 원 소속팀은 보호 선수 명단에 들어가지 않은 선수 1명 + 이적한 선수의 전 시즌 연봉의 200%를 받을 수 있다. 혹은 선수를 지명하지 않고 이적한 선수의 전 시즌 연봉의 300%를 받을 수도 있다.

A등급 선수를 내준 팀들 중 보상 선수 지명에 가장 관심이 가는 팀은 한국도로공사다. 한국도로공사가 내준 선수가 다름 아닌 팀의 상징이자 에이스였던 박정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도로공사는 정대영까지 GS칼텍스로 떠나보내며 전력 손실이 상당한 상태다. 21일 진행된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서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을 겸할 수 있는 타나차 쑥솟(태국)을 지명하며 박정아의 자리를 어느 정도 메운 한국도로공사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페퍼저축은행에서의 보상 선수 지명에도 신중하게 임해야 한다.

과연 한국도로공사에는 어떤 선택지들이 있을까. 페퍼저축은행의 보호 명단과 이에 따른 한국도로공사의 선택지들을 분석해봤다.
 

① 페퍼저축은행의 예상 보호 선수 명단
▲명단 포함 확실: 박정아, 이한비, 오지영, 이고은
이한비와 오지영은 이번 FA 시장에서 재계약을 맺은 선수들이자, 페퍼저축은행의 핵심 전력이다. 당연히 보호 선수 명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오지영의 경우 임명옥을 보유한 한국도로공사가 지명할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과거 남자부의 노재욱이 보상 선수로 이적한 사례처럼 의외의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에 보호 명단에 묶어두는 쪽이 안전하다. 이번 FA 시장에서 새로 영입된 박정아 역시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않을 시 보상 선수로 유출될 수 있기에, 명단에 포함될 것이 확실하다. 이고은 역시 보상 선수로 떠날 시 팀에 확실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명단 포함이 확실시된다.

▲명단 포함 유력: 최가은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페퍼저축은행의 핵심 미들블로커로 성장한 선수다. 2001년생의 어린 나이와 빠른 발전 속도로 봤을 때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유출될 시 대안이 사실상 없는 이한비, 오지영, 이고은과 달리 페퍼저축은행의 중앙에는 지난 시즌 함께 경험을 쌓은 서채원과 부상에서 돌아올 염어르헝, 하혜진이 있다. 또한 페퍼저축은행은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서도 미들블로커 MJ 필립스(필리핀/미국)를 지명했다. 선수층의 차이로 인해 의외의 상황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게나마 있다.

▲최종 후보군: 박사랑, 염어르헝, 서채원, 박은서, 박경현, 채선아
위의 다섯 명이 보호 명단에 포함되면 남은 자리는 한 자리다. 이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할 선수는 박사랑, 염어르헝, 서채원, 박은서, 박경현, 채선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선수들이 포함될 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박사랑과 염어르헝은 모두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뽑힌 유망주들이고, 서채원은 소중한 풀 시즌 경험을 쌓은 2003년생의 미들블로커 자원이다. 박은서는 리그 최고 수준의 서브와 준수한 공격력을 갖췄고, 박경현 역시 날선 공격력으로 페퍼저축은행의 시즌 후반을 견인한 선수다.  

 

채선아는 FA로 새롭게 합류한 선수인 만큼 애초부터 다음 시즌 구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혹자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자유계약선수관리규정 제12조(FA 선수의 양도 제한)를 들어 채선아의 보상 선수 이적이 불가능하다고 보기도 하지만, <더스파이크>가 KOVO에 문의한 결과 트레이드나 임대가 아닌 보상 선수로의 이적은 제한되지 않는다. 따라서 채선아 역시 명단에 포함되지 않으면 한국도로공사에 지명 받을 시 이적이 가능하다.

② 한국도로공사의 선택지
따라서 한국도로공사의 선택지는 최종 후보군에 있는 선수들 중 보호 명단에 포함된 한 명을 제외한 다섯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일장일단이 있는 상황이라 결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사랑의 경우 젊은 장신 세터라는 확실한 장점이 있지만, 장점을 어느 정도 공유하는 안예림의 존재로 인해 선뜻 선택하기가 망설여진다. 염어르헝과 서채원은 정대영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는 미들블로커 자원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지만 염어르헝은 무릎 부상 이력이 우려스럽고, 서채원은 정대영에 비해 신장에서 아쉬움이 있다.

박은서와 박경현의 경우도 비슷하다. 박정아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는 선수들이지만, 박은서는 발목 수술을 받은 점이, 박경현은 박정아에 비해 신장과 서브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채선아는 풍부한 경험과 안정적인 수비력이 돋보이지만, 리그 최고의 리시버 중 한 명인 문정원을 필두로 이예은, 김세인 등 후위 세 자리를 커버할 수 있는 선수들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에 당장 필요한 카드인지는 의문이다.

만약 마음에 드는 선수를 찾지 못한다면 아예 돈을 선택하는 방법도 있다. 박정아의 전 시즌 연봉은 4억 3천만 원, 옵션은 1억 5천만 원이었다. 다음 시즌을 유망주들 위주의 리빌딩 시기로 보내고 강소휘, 이주아 등의 FA가 예상되는 2024년 비시즌에 승부를 띄울 생각이라면 고려해볼만한 선택지다.

과연 페퍼저축은행은 어떤 선수들을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시킬까. 또 한국도로공사는 그 명단을 받은 뒤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뜨거웠던 FA 시장의 2차전이 시작되려고 한다.

사진_더스파이크DB(문복주, 박상혁,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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