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VS 한국도로공사, 두 시즌을 이어온 혈전의 피날레 [PO 프리뷰]

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3-23 06: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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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지난 시즌부터 이번 정규시즌까지 이어온 치열한 승부에 종지부를 찍을 순간이 다가왔다.

정규시즌 2위 현대건설과 3위 한국도로공사가 23일부터 3전 2선승제로 도드람 2022-2023 V-리그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두 팀은 지난 2021-2022 시즌부터 치열한 승부를 펼쳐왔다. 현대건설이 절대 1강의 위엄을 내뿜었던 2021-2022 시즌, 한국도로공사는 유일하게 현대건설을 상대로 2승을 챙긴 팀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리그가 조기 종료되면서 포스트시즌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만약 포스트시즌이 열렸다면 두 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을 확률이 높았다.

이번 시즌에도 두 팀은 쉽사리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6차례의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3승 3패로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두 팀의 최종 승부는 더 높은 곳에서 가려지게 됐다. 먼저 2승을 챙기는 팀이 1위 흥국생명과 챔피언결정전을 치를 수 있다. 경기에 앞서 두 팀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지, 6차례의 정규 시즌 맞대결은 어땠는지를 분석해본다.
 

현대건설 – ‘이기는 습관’을 다시 한 번 깨워야 할 때
최근 5경기 성적: 승-승-패-패-패

2021-2022 시즌의 절대 1강이었던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에도 개막 후 15연승을 내달리며 엄청난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주포 야스민 베다르트가 허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조금씩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김연견, 고예림, 황민경 등이 모두 부상에 시달리면서 현대건설은 대위기를 맞이했다. 그간 벌어놓은 승점이 있었기에 봄배구 진출은 무난했지만, 결국 1위 수성에는 실패하며 플레이오프 무대에 서게 됐다. 절대 1강 시절의 현대건설은 그야말로 ‘이기는 습관’을 가진 팀이었다. 이제는 그 습관을 다시 깨워야 할 때다.

강점과 약점
현대건설은 리그에서 가장 날카로운 속공을 구사하는 팀이다. 팀 속공 성공률 52.31%로 리그 1위다. 여자부에서 유일하게 50%가 넘는 속공 성공률을 기록했다. 두 속공수 양효진과 이다현의 유형이 전혀 다른 것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양효진은 속도를 죽이더라도 타점을 살리는 이른바 ‘세미속공’과 정석 A속공에 능하고, 이다현은 자신의 강점인 속도와 스윙을 살리는 속공이 장점이다. 요컨대 현대건설은 다양한 속공 옵션을 안정적으로 활용하는 팀이다.

현대건설은 수치상으로는 뚜렷한 약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모든 득점/비득점 지표 순위에서 중상위권에 안착해 있다. 그러나 선수 개개인의 불안요소는 존재한다. 먼저 부상 선수들의 경기력이 어떨지 예측이 어렵다. 6라운드 후반이 돼서야 코트로 돌아온 김연견을 비롯해 시즌 내내 무릎 부상에 시달린 고예림, 허리와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은 황민경 등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보장이 없다. 이 선수들이 동반 부진에 빠진다면 시리즈는 싱겁게 끝날 수도 있다. 야스민의 자리를 대체한 이보네 몬타뇨(등록명 몬타뇨)의 들쭉날쭉한 경기력도 걱정거리다.

한국도로공사 – 준플레이오프 스킵으로 아낀 체력, 아낌없이 퍼붓는다!
최근 5경기 성적: 패-승-승-승-승

주전으로 활약하던 켈시 페인과 이고은이 팀을 떠나면서, 한국도로공사의 시즌 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카타리나 요비치가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시즌 중 교체되는 악재까지 터졌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는 베테랑들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꾸준히 중위권 싸움을 이어갔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도 빠르게 팀에 녹아들며 힘을 보탰다. 그 결과 한국도로공사는 시즌 후반 연승을 내달리며 KGC인삼공사의 추격을 뿌리치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강점과 약점
한국도로공사의 강점은 단연 리시브다. 시즌 내내 리그 리시브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개인 성적으로 봐도 임명옥이 리시브 1위(59.85%), 문정원이 2위(56.94%)에 랭크돼 있다.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은 단기전에서 특히 더 중요하다. 한국도로공사의 철벽 리시브는 플레이오프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다. 블로킹 역시 한국도로공사의 잘 벼려진 무기다. 세트 당 2.819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면서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베테랑 미들블로커 듀오 정대영과 배유나는 시즌 내내 그래왔듯 플레이오프에서도 철통같이 중앙을 지킬 것이다.

그러나 베테랑들이 즐비한 한국도로공사의 라인업은 오히려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체력 문제를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의 시즌 막바지 일정은 상당히 빡빡했다. 14일 광주 원정 경기를 치른 뒤 이틀의 휴식만을 취하고 서울 원정 경기를 치렀다. 정대영은 14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다리가 내 다리 같지 않다”며 피로를 호소하기도 했다. 한국도로공사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준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게 되면서 어느 정도 체력 소모를 줄일 수는 있었지만, 하루걸러 연달아 경기를 치러야 하는 플레이오프 일정은 분명 부담스럽다.


현대건설 VS 한국도로공사 정규시즌 맞대결 전적 분석
두 팀의 정규시즌 맞대결 전적은 3승 3패로 팽팽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전-후반기의 차이가 극명했다는 점이다. 전반기(1~3라운드) 맞대결에서는 현대건설이, 후반기(4~6라운드) 맞대결에서는 한국도로공사가 승리를 거뒀다.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 가능하다. 현대건설의 시즌 초 연승을 이끌던 야스민 베다르트의 부재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한국도로공사의 경기력이 후반기에 더 좋아지기도 했다(한국도로공사 전반기 9승 9패, 후반기 11승 7패). 이유를 불문하고 뒤로 갈수록 맞대결에서 우위에 있었다는 점은 한국도로공사에 웃어주는 요소다.

그러나 현대건설에 웃어주는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원에서 치러진 세 번의 맞대결에서는 현대건설이 2승 1패로 우위였다. 기선제압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1차전과 최종 승자를 정하는 3차전이 수원에서 열린다는 점은 현대건설로서는 기분 좋은 부분이다. 

 

KEY PLAYER
현대건설 – 김연견(L)

마침내 ‘견리베’가 코트 위로 돌아왔다. 지난 5라운드 흥국생명전에서 오른쪽 발목에 부상을 입으며 한동안 자리를 비웠던 김연견은 6라운드 KGC인삼공사전에서 복귀전을 치르며 플레이오프를 위한 예열을 시작했다. 팀의 첫 번째 터치를 도맡는 김연견의 경기력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회복되느냐에 따라 현대건설이 보여줄 수 있는 배구의 수준도 달라질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 이윤정(S)
이윤정은 시즌 내내 기복이 심한 선수였다. 리그 최고의 리시버인 임명옥과 문정원이 버티고 있는 팀임에도 이윤정의 경기 운영에는 안정감이 부족했다. 그러나 흔들리는 와중에도 결국 이윤정은 무너지지 않고 시즌 끝까지 한국도로공사의 지휘자 역할을 수행했다. 이윤정은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봄배구 데뷔전을 치른다. 과연 커리어 첫 봄배구에서 이윤정의 ‘경기력 주사위’는 어떤 숫자를 띄울까.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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