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이 어려운 과제 앞에 놓였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어려운 상황이 오기 전에 막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2일 페퍼저축은행과 한국도로공사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박정아의 보상선수로 한국도로공사로 넘어갔던 이고은이 다시 페퍼저축은행으로 돌아오고, 대신 미들블로커 최가은이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한다. 이 과정에서 페퍼저축은행의 2023-2024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과 한국도로공사의 2023-2024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도 맞교환됐다.
지난 시즌 팀의 핵심 자원으로 성장한 최가은을 한국도로공사로 떠나보내야 하는 것도 안타깝지만, 1라운드 지명권을 잃은 것도 그에 못지않게 타격이 크다. 최대어로 평가받는 김세빈(한봄고)을 포함해 전수민(근영여고), 곽선옥(일신여상) 등 촉망받는 유망주들이 즐비한 이번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페퍼저축은행은 내년에도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권이 없다. 지난 시즌 중 GS칼텍스에서 오지영을 영입할 때 2024-2025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대가로 내줬기 때문이다.
당시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은 “페퍼저축은행의 팀 사정 상 다음 시즌(2023-2024시즌) 지명권을 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먼저 그 다음 시즌 지명권은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페퍼저축은행은 결국 팀 사정 상 내주고 싶지 않았던 그 지명권을 한국도로공사에 내주게 됐다. 만약 페퍼저축은행이 한국도로공사에 보호선수 명단을 제출할 때 이고은을 포함시켰다면 이 지명권은 지금도 페퍼저축은행의 소유였을 거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어쨌든 이미 상황은 벌어졌다. 울며 겨자 먹기의 느낌도 있지만, 페퍼저축은행은 프로 스포츠에서 종종 나오는 판단인 미래를 팔아 현재를 사는 선택을 했다. 팬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 이제는 어떻게든 좋은 결과를 만들어서 이 선택을 옳은 선택으로 만들어야 한다.
페퍼저축은행이 이 쉽지 않은 도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조건 역시 까다롭다. 우선 최가은의 빈자리를 부상에서 돌아오는 하혜진과 아시아쿼터로 합류한 MJ 필립스가 든든히 메꿔야 한다. 또 1라운드 지명권이 없는 2년 동안 박사랑, 염어르헝 등 팀 내 유망주들이 무럭무럭 성장해서 유망주 수급 중단의 아쉬움을 지워야 한다. 따라서 대학배구 출신으로 젊은 선수들을 육성하는 데 익숙하고, 필립스와는 영어로 바로 소통할 수 있는 아헨 킴 감독의 역량이 무척 중요해졌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팬들의 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이 비판을 불식시키는 방법은 프로 팀답게 결과로 증명하는 것뿐이다. 과연 페퍼저축은행은 2023-2024시즌이 끝난 뒤 자신들이 옳았음을 증명하게 될까, 혹은 틀렸음을 인정하게 될까.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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