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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터뷰]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별, GS칼텍스 나현정
송소은(eun_3793@naver.com)
기사작성일 : 2017-03-06 15:01

인터뷰 주인공은 여자 리베로다.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이냐고? 아니, GS칼텍스 나현정이다. 본인도 “인터뷰 한다고 들었을 때 첫 마디가 ‘(김)해란 언니는 했어?’였어요”라고 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여자 리베로=김해란’을 떠올릴 것이다. 김해란이 뛰어난 선수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나현정도 잘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너~무 많다. 인터뷰 경험조차 거의 없다는 나현정. 그녀가 얼마나 잘 하는지 소문 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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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별 탄생

나현정은 처음 배구를 시작할 때부터 키가 큰 편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컸다고 생각했는데 배구부 다른 아이들이 저보다 머리가 두 개씩 더 있더라고요”라며 호탕하게 웃던 나현정. 배구를 하기에 비교적 작은 키였지만 남다른 운동신경을 믿고 배구를 시작했다.

 

“너는 3년동안 경기를 못 뛸 거야.” 중학생이던 나현정이 코치에게 들은 말이다. 리베로 제도가 고등학교부터 있기 때문에 키가 작은 중학생 나현정이 경기를 뛰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나현정은 리베로 제도가 없는 중학생 때도 전위에서 블로킹에 가담하지 않고 코트 뒤편에서 수비만 하며 리베로 아닌 리베로로 경기를 뛰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크게 주목 받지 않았다. 동기인 목포여상 염혜선(현 현대건설)과 세화여고 황민경(현 GS칼텍스)에게만 관심이 집중됐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3라운드, 잘 해야 2라운드쯤에 이름이 불릴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나현정은 예상을 깨고 1라운드 5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하게 되었다. “(이름표를) 잘못 붙인 줄 알았어요. 설마 저게 내 이름인가 싶었어요. 진짜 제 이름이 붙어 있더라고요.”

 

나현정은 입단 첫 시즌부터 코트에 얼굴을 비추며 경험을 쌓았다. 당시 같은 팀에는 베테랑 리베로 남지연(현 IBK기업은행)이 있었기 때문에 그를 따라 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경기 때 항상 가지고 나오는 수건(나현정은 이것을 ‘꼬리수건’이라고 표현했다. 수건을 허리 뒤 춤에 꼬리처럼 껴놓고 손을 닦는 데 이용한다)도 남지연을 따라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이제는 연습 게임에조차 없으면 안 되는 필수품이 돼버린 꼬리수건. 나현정은 개구쟁이 표정으로 “가끔 지연 언니가 바닥도 닦는데 그것도 따라 했어요”라고 말했다.

 

2012년 여름 GS칼텍스가 남지연, 김언혜(은퇴)를 내주고 IBK기업은행 이나연, 김지수(은퇴)를 받는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하루 아침에 나현정이 주전 리베로를 맡게 된 것이다. 나현정은 그때를 회상하며 “주전을 하게 돼서 좋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나 어떡하지?’, ‘큰일났다’ 이런 생각이 더 컸어요. 지연 언니 빈자리를 제가 채워야 하니까 눈앞이 깜깜하더라고요”라고 얘기했다. 

 

신출내기 나현정이 베테랑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욕을 너무 많이 들어서 배구가 무서워 질 정도였다. 그렇게 몇 시즌을 보내던 중 충격적 사건이 생겼다. 2013~2014시즌이 끝날 때쯤 경기를 마친 나현정에게 어느 사람이 찾아와 “네가 그렇게 하는데 리베로냐?”라며 욕을 했다. 눈앞에서 비난을 들은 나현정이 받은 충격은 너무나 컸다.

 

“아마 그때 제가 지금 하는 것처럼 배구를 했다면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 거예요. 아, 지금 제가 잘한다는 게 아니고, 그때는 지금 반의 반도 못했거든요. 몇 달 동안 운동을 아예 못했어요. 우울증 같은 게 와서 매일 울었어요.”

 

병원까지 다니며 시간을 보냈던 나현정.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데는 절친 황민경이 큰 힘이 되어주었다. 어렵게 병원에 향하는 나현정과 함께 해준 황민경은 2~3시간 걸리는 상담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나현정은 “하루는 상담을 받고 나왔는데 민경이가 아무렇지 않게 ‘밥 먹으러 가자’라고 하는 거예요. 그게 정말 고마웠어요”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약 6개월간 이어진 슬럼프. 나현정은 이를 통해 ‘내려 놓는 법’을 배우게 됐다. “언니들이 항상 다 내려놔야 잘된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게 쉽지 않은데 슬럼프 이후로 내려놓게 되었죠. 그러니까 배구도 잘 되더라고요. 그때 너무 힘들었기에 이제는 어떤 시련이 와도 그때보다 힘든 건 없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요”라는 나현정은 직전 시즌 평균 43.27%였던 리시브 성공률이 2014~2015시즌 52.18%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세트당 5.08개였던 디그도 5.33개로 늘었다. 그 해 시상식에서는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베스트7 리베로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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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나의 친구

낯을 많이 가린다는 나현정은 인터뷰 초반 짧은 답변으로 기자를 당황에 빠트렸다. 좀처럼 속내를 풀지 않았다. 하지만 황민경 얘기가 나오자 입이 풀리기 시작했다. 나현정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긴 이야기도 술술 이어갔다.

 

‘소문난 절친’ 나현정과 황민경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청소년대표팀에서 만났다. 마음이 잘 맞아서 자연스럽게 친해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팀 소속일 때도 자주 연락하고 지냈다. 나현정은 잠을 잘 못 자는 자신을 위해 잘 때까지 통화해주기도 했다는 황민경을 가리켜 ‘멍청할 정도로 착한 친구’라고 설명했다.

 

두 친구 꿈은 같은 팀에서 함께 뛰는 것이었다. 프로팀 소속으로 그 꿈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은퇴 후에 같은 실업 팀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꿈이 일찍 이루어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배유나가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하면서 보상선수로 황민경이 GS칼텍스에 오게 됐다. “(배)유나언니가 도로공사에 간다는 기사가 뜨자마자 장난으로 그걸 캡쳐해서 민경이한테 ‘야, 짐 싸’라고 했는데 진짜로 저희 팀으로 온 거예요. 꿈 같았어요”라고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회상했다. 

 

황민경이 팀에 합류하면서부터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민경이는 잘 모를 거예요.  그 친구 앞에선 항상 활발했으니까요. 우리 팀 선수들도 제가 이렇게까지 밝은 사람인지 몰랐을 걸요? 시즌 전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 사진사분도 그랬어요. ‘나현정 선수 엄청 밝아졌네요?’라고 했거든요. 민경이가 와서 정말 좋았어요.”

 

황민경 말고 다른 친한 선수는 또 없을까? 나현정은 학창시절 얘기를 꺼내며 김희진(IBK기업은행)과의 친분을 얘기했다. 처음엔 중앙여고 시절 선배인 나현정을 무서워했다는 김희진. 두 사람이 친해진 건 베개싸움 덕분이었다. 숙소에서 다 같이 시작한 단체 베개싸움에서 김희진이 나현정을 사정없이 때렸다고.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 계기로 친해졌다고 한다.

 

“아무도 안 믿는데, 제가 희진이 수비를 가르쳤어요. 당시 감독께서 점심시간에 나와서 희진이를 가르치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희진이 수비 폼이 저와 똑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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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시렸던 2016년 겨울

GS칼텍스는 나현정보다 나이 많은 선수가 정지윤과 한송이뿐인, 어린 선수가 많은 팀이다. 이제는 나현정이 팀을 이끄는 역할이 되어야 한다. “언니들이 코트 밖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제 조금 책임감이나 무게감을 느끼고 있어요. 민경이랑 어떻게 이끌어갈지 고민을 많이 해요. (표)승주와 (이)나연이에게도 후배들을 잘 이끌어보자고 함께 얘기했어요.”

 

올 시즌 GS칼텍스는 유난히 고비가 많았다. 이나연과 강소휘가 나란히 부상으로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랜 시간 지휘봉을 맡았던 이선구 감독이 자진 사퇴를 했다. 팀이 흔들릴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주전 세터와 백업 윙스파이커 빈 자리는 컸다. 하지만 있는 사람들이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었다. 팀원들과 똘똘 뭉치기 위해 평소보다 대화를 더 많이 했다. 서로를 믿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특히 신인인 안혜진이 경기를 뛰어야 할 땐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편하게 하라고 주변에서 아무리 말해줘도 신인인데 어떻게 긴장을 안 해요. 그래도 혜진이가 신입생치고는 잘 했어요. 연습 때보다 경기 때 더 잘하던걸요?”

 

인터뷰를 하던 중 차상현 감독이 얼굴을 비쳤다. 나현정은 장난스레 웃으며 “제가 감독님 험담 진짜 많이 했어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침 감독도 보았으니 감독에 대해 좋은 얘기를 해달라고 요청하자 나현정은 “앞에서는 칭찬을 하기 힘들어요. 저 얼굴을 보세요. 어떻게 칭찬 하겠어요”라고 장난을 쳤다. 이에 차 감독도 기자에게 “힘드시면 잠깐 어디 나갔다 오실래요?”라며 나현정의 장난을 받아 쳤다. 나현정은 “안 돼요. 피 터져요!”라며 손을 저었다. 이윽고 차 감독이 다시 자리를 비웠다. 나현정은 그제야 차 감독에 대해 감사함을 아끼지 않았다. 

 

차 감독은 2011~2014년 GS칼텍스에서 수석코치로 있다가 팀을 떠났다. 나현정은 팀을 떠난 차 감독과도 자주 연락하고 지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전화해서 하소연 하기도 하고, 가끔씩 시간을 내어 만나기도 했다. 팀을 떠나있던 동안 너무 가까워져서 일까? 이제는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씩 짓궂은 장난을 걸게 된다고. 그럴 때면 옆에서 지켜보던 코치가 “누가 감독께 그렇게 하냐”라며 한 소리를 듣곤 한다.

 

부상과 연패, 감독 사퇴 등으로 어려웠던 시기에 지휘봉을 잡은 차 감독. 그가 팀에 와서 가장 처음 한 일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었다. 그 방법으로 차 감독은 어떤 선수보다 크게 소리 내어 함성을 지른다. 운동 할 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무섭게 하다가도 운동이 끝나면 아빠 같고 친구 같은 편안함을 보이며 분위기 전환을 이뤘다.

 

“팀에 오셔서 고생을 많이 하시니까 너무 죄송하죠. 항상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운동하고 있어요. 감독님이랑 운동하는 게 꿈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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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배구선수

나현정은 주전으로 경기를 뛰게 된 2012~ 2013시즌 이후 매년 디그 기록이 좋아졌다. 특히 올 시즌에는 세트당 6.66개를 기록하며 해당부분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2월 18일 기준) 그런 나현정의 롤 모델은 남지연과 김해란(KGC인삼공사) 두 사람이라며 장점들을 골고루 다 배우고 싶다고 얘기했다.

 

나현정은 경기에 들어가기 전 김해란 영상을 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IBK기업은행과 경기를 앞두고 있으면 IBK기업은행이 KGC인삼공사와 했던 경기를 보면서 김해란이 수비 위치를 어떻게 잡았고, 어떻게 반응했는지 유심히 본다. 후배들을 잡아주는 것도, 어떤 상황에서 어떤 리액션을 했는지까지 자세히 본 것이 본인 수비 향상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밝혔다.

 

나현정이 보이는 배구 사랑은 대단하다. 은퇴 후에도 할 수 있는 재능을 다 살려 아마추어 실업팀에서 더 뛰고 싶다고 했다. 결혼하고 애 낳고도 배구를 계속 하고 싶다는 나현정은 다시 태어나도 배구선수를 할 거냐는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배구를 안 했다면 무엇을 했을까? 나현정은 배구는 아니더라도 운동선수였을 거 같다며 자식을 낳아도 운동을 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미 우승 경험도 있고, 베스트7에 오르는 명예도 얻은 나현정에게 은퇴 전에 이루고 싶은 특별한 목표는 무엇일까? 나현정은 사람들에게 욕 먹는 게 무섭다며 “크게 통합우승이나 대표팀 같은 욕심은 없어요. 그냥 무난하게,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이어 “사람들 기억 속에 ‘정말 열심히 하고 부지런했던 선수’라고 기억 되고 싶어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현정에게 팬이란 어떤 존재인지 묻자 나현정은 자신은 팬이 많지 않다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누가 말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팬들이 보내주는 편지가 무척 힘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저는 안 받아봐서 무슨 말인지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요즘 몇몇 팬들이 편지를 써주시는데 진짜 힘이 되는 거예요. 손으로 직접 쓴 글자에 진심이 담겨서 힘이 되는 거 같아요.”

 

끝으로 나현정은 후배들에게 “키 작다고 꿈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도 키가 작아 ‘경기를 뛴다 못 뛴다’ 이런 얘기까지 들으면서 힘들었는데… 키가 작은 대신 남보다 순발력이 더 좋을 거예요. 네트가 높고 제가 낮기 때문에 보는 눈도 더 좋아요. 그러니까 자기 꿈을 믿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요. 키 작은 선수도 할 수 있다!”라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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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Story

차상현 감독이 말하는 나현정

제가 처음 GS칼텍스에 왔을 때 현정이가 제2 리베로였어요. 제가 현정이를 거의 1년동안 맡아서 가르쳤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인정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나름대로 현정이를 키웠다고 생각해요(웃음). 현정이 칭찬을 하나 하자면 프로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지도자가 아무리 좋은걸 가르쳐줘도 제자가 안 받아먹으면 끝이거든요. 언젠가 현정이한테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림을 전체적으로 그려준 적이 있었는데 그 그림을 잘 따라와줬어요. 지도자로서 잘 따라와줘서 고맙죠. 제자들이 잘 커주는 거 보면 그거만큼 좋은 게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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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구라 유래

장난을 하도 많이 쳐서 별명은 ‘나구라’이다. 이 역시도 황민경과 연관된 에피소드가 있었다. 황민경이 도로공사 소속 시절, 나현정은 KOVO컵 경기를 하루 앞두고 황민경에게 “나 발목 다쳐서 내일 경기 못 뛸 거 같아”라고 연락을 했다. 놀란 황민경이 바로 전화를 하며 엄청 걱정을 했다고. 그리고 다음날 GS칼텍스가 지고 있는 경기를 TV로 보던 도로공사 선수들이 “GS칼텍스가 지고 있어”라는 대화를 나누자 황민경이 “현정이가 안 뛰어서 그럴 거예요”라고 얘기했다. 나현정은 한참을 웃으며 “다른 언니들이 ‘현정이 뛰는데?’라고 했대요. 민경이만 엄청 민망해진 거죠. 민경이는 10년째 그렇게 당해요. 그런데 저는 민경이한테는 절대 안 속아요. ‘너 거짓말이면 죽는다!’라고 협박해요. 당시 언니들한테 장난하지 말라고 더 혼났어요. 요즘엔 그러면 안되지만 그땐 장난으로 했어요”라고 깔깔거린다.

 

글/ 송소은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 배구 전문 매거진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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