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코트에서 새로 뛸 외국인 선수는 누구? - 남자부②

서영욱 기자 / 기사승인 : 2020-06-13 21: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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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가 끝나고 각 팀 선택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구슬운이 따르지 않은 한국전력의 선택부터 드래프트 전 예상과 달리 이름값이 높던 선수들이 뽑히지 않은 것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다. 이에 얽힌 이야기도 함께 풀어본다.


알렉스 놓친 한국전력, ‘제2의 루니, 앤더슨 기대’

V-리그에서 뛴 외국인선수 중 미국 출신으로 가장 인상을 남긴 주인공은 두 명이다. 2005~ 2006, 2006~2007시즌 현대캐피탈이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할 때 주역 중 한 명으로 뛴 숀 루니, 2008~2009시즌부터 두 시즌을 뛴 매튜 앤더슨이 좋은 예다.

그런데 루니와 앤더슨을 제외하면 미국 선수 중 V-리그 코트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이는 많지 않다. V-리그 남자부 외국인선수 도입 원년이던 2005~2006시즌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던 윌리엄 프리디를 시작으로 브룩 빌링스, 레이 오웬스, 조셉 노먼 등 실패 사례가 더 많다.

한국전력이 그런 ‘불운’을 끊을 수 있을까. 한국전력은 당초 이번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 획득이 유력했다. 2019~2020시즌 남자부 최하위(7위)에 머물러 드래프트 지명권 추첨을 위한 구슬 개수는 가장 많았다. 하지만 추첨 운이 따르지 않았다. 한국전력은 1, 2, 3순위에 모두 뽑히지 않았다. 심지어 4순위도 대한항공이 차지했다(대한항공은 비예나와 재계약했다). 한국전력은 이번 드래프트에서 원하는 포지션이 분명했다.


사진_한국전력에 선택된 카일 러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베테랑 아포짓 스파이커 박철우를 영입했기 때문에 윙스파이커가 필요했다. 팀의 1순위 후보는 알렉스였다. 그러나 알렉스는 3순위 지명권을 얻은 우리카드 품에 안겼다. 5순위 한국전력은 차선책으로 러셀을 선택했다.

러셀은 UC어바인대를 나와 2016년 졸업 후 바로 해외리그로 건너갔다. 폴란드리그 MKS 벵진에서 프로선수로 첫발을 뗐다. 2017~2018시즌 독일 분데스리가로 자리를 옮겨 베를린 볼리스에 입단했다. 베를린은 프리드히스하펜과 함께 분데스리가 2강에 꼽히는 명문 클럽이기도 하다. 베를린에서 두 시즌을 보낸 뒤 지난 시즌에는 프랑스리그로 옮겨 AS 칸에서 뛰었다. 분데스리가와 프랑스리그에서 뛰는 동안 미국 남자배구대표팀 상비군에도 선발돼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도 뛰며 이름을 알렸다.

러셀 영입으로 한국전력은 박철우와 함께 사이드 블로킹 높이 보강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공격력이다. 러셀이 박철우와 기대대로 쌍포 노릇을 잘 해준다면 한국전력 입장에서는 금상첨화다. 러셀도 KOVO가 제공한 프로필과 FIVB에서 소개한 포지션이 다르다. KOVO에서는 러셀을 아포짓 스파이커로 표기했으나 FIVB는 윙스파이커로 뒀다. 그도 케이타와 마찬가지로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선수로 분류된다. 장 감독은 “포지션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박)철우와 동시에 코트로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러셀이 아포짓 스파이커를 볼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OK저축은행 지명선수…비예나 효과 영향

이번 드래프트에서 예상 밖 선택을 한 팀으로는 OK저축은행이 꼽힌다. OK저축은행은 지난 시즌 함께한 레오 안드리치(크로아티아, 등록명 레오)와 재계약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은 안정 대신 변화를 선택했다. 외국인선수가 뛰는 자리를 바꾼 것은 아니지만 레오 대신 새로운 얼굴을 선택했다.

OK저축은행은 6순위로 미하우 필립(폴란드)을 지명했다. 필립은 신장이 2m가 안 된다. 석 감독은 “사실 드래프트 전날까지 레오와 재계약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격만 놓고 보면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다른 부분까지 따져봐야 했다”면서 “(레오가)신장에 비해 블로킹 능력이 아쉬웠다. 그러다 보니 지난 시즌 경기를 치르는 동안 전반적인 운영이 잘 안 된 점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석 감독은 “영상을 통해 살펴봤을 때 필립이 레오와 견줘 키는 작지만 블로킹에서 우리 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거라고 판단했다”면서 “공격력도 레오와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봤다”라고 덧붙였다. 신장은 작은 편이지만 V-리그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비예나(대한항공) 사례도 있다. 석 감독도 “이번 지명에 있어 비예나의 경우도 참고를 했다”고 얘기했다.


사진_OK저축은행에 지명된 미하우 필립

필립은 이번 지명으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폴란드리그가 아닌 해외리그에서 뛰게 됐다. 그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AKS 제슈프 21세이하 팀에서 뛰었다. 2013~2014시즌 제슈프 1군으로 승격됐고 이후 바르샤바 오렌, 크자르니 라돔을 거쳤고 지난 시즌도중 BKS 비드고슈치로 이적했다.

필립의 경우 V-리그가 첫 해외리그이기 때문에 바뀐 환경 등에 대한 적응이 관건이다. 한편 V-리그 남자부는 2020~2021시즌 필립과 크라이첵(삼성화재) 등 폴란드 출신 선수 두 명이 뛰게 된다. V-리그 남자부에 폴란드 출신 선수가 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여자부까지 범위를 넓히면 2018~2019시즌 흥국생명에서 뛴 베로니카 톰시아가 V-리그에서 뛴 최초의 폴란드 출신 선수다).


가푸르‧코날스키 등 미지명 이유

KOVO는 이번 드래프트를 앞두고 트라이아웃 참가 신청 선수 숫자를 늘렸다. 그리고 접수 기간도 예년과 달리 좀 더 여유를 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당초 체코 프라하에서 열릴 행사 취소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 가지 기대는 걸었다.

코로나19로 유럽 각국리그 상황이 불투명해지자 좀 더 ‘이름값’이 있는 선수들이 V-리그 트라이아웃에 지원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A급’ 선수는 지원하지 않았다. 트라이아웃에 이은 드래프트라는 선발 과정이 V-리그에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선수 풀은 그만큼 좁을 수밖에 없다. 일부 구단에서 이제는 외국인선수 선발 방식을 바꿀 때가 됐다는 주장을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시즌 뛴 선수 7명까지 포함해 드래프트에 참가한 최종 47명이 공개됐을 때 다수 배구 팬들로부터 관심을 받은 선수는 있었다. 이란 대표팀에서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뛴 아미르 가푸르, 독일남자배구대표팀 주전 윙스파이커로 활약한 크리스티안 프롬, 폴란드 대표팀에서도 한 자리를 차지했던 다비드 코날스키, 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로날도 히메네스(콜롬비아) 등이다. 그런데 드래프트 결과 가푸르, 프롬, 코날스키, 히메네스 모두 지명받지 못했다. 이유는 있다.

가푸르의 경우 부상 경력이 문제가 됐다. 그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리그에서 뛰는 동안 부상이 있었다. 앞서 이란리그에서 뛸 때도 그랬다. 30세 이상의 나이는 아니지만 V-리그 남자부 7개 구단은 부상 경력이 있는 가푸르에 후한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란대표팀에서 보여준 경기력보다는 클럽팀에서 가푸르의 플레이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한 구단 관계자는 “가푸르의 경우 이란 대표팀에서도 세계적인 세터로 꼽히는 마루프가 보낸 패스를 받았다. 그리고 이란 대표팀의 경우 미들블로커 높이가 상당했다. 그러나 국내 팀은 이란 대표팀이 아니다. 이런 부분을 따져봤을 때 가푸르가 기대만큼 플레이를 해줄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또 한 가지 각 팀이 살핀 부분이 있다. 이번 드래프트는 예년과 달랐다. 한정된 시간이지만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수를 직접 만날 수 없게 됐다. 그렇다보니 에이전트를 통해 선수에 대한 평판 조회를 좀 더 꼼꼼하게 따져볼 수밖에 없었다. V-리그도 외국인선수 도입 15년째를 맞다보니 기량도 기량이지만 선수 인성에 대한 부분도 따지게 됐다. 가푸르는 이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또한 최근 각 팀의 외국인선수 선발에 하나의 트렌드가 생겼다. 비교적 나이가 어린 선수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히메네스를 비롯해 코날스키, 페데리코 페레이라(아르헨티나) 등이 영입 후보 순위에서 뒤로 밀린 이유다. 높이(신장)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코트 안에서 풋워크나 스피드가 떨어지는 선수도 후순위로 밀렸다. 프롬을 비롯해 드래프트 참가 선수 중 최장신(217cm)을 자랑하는 헤난 부이아티가 지명을 받지 못한 이유다.

또한 이번 드래프트에 참가 신청을 했지만 이미 다른 팀과 계약을 한 선수도 있었다. 페르난도 에르난데스와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이상 쿠바)가 그랬다. 두 선수 모두 2020~2021시즌 터키리그에서 뛴다. 페르난도는 할크방크, 요스바니는 할리리에 벨레디에시와 각각 사인했다. 요스바니의 경우 2018~2019, 2019~2020시즌에 각각 OK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에서 뛴 경력이 있기 때문에 터키리그행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드래프트에서 다시 지명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리고 팀들은 시즌 도중 교체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방역 당국 지침에 따르면 해외 입국자는 무조건 2주 동안 자가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 지침이 2020~2021시즌 개막 후에도 그대로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외국인선수 교체에 따르는 위험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선수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외국인선수에 대한 부상 관리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질 2020~2021시즌이다.


글/ 류한준 조이뉴스24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폴란드리그 홈페이지, CEV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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