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현대건설의 기둥’ 양효진이 말하는 NOW&THEN

서영욱 / 기사승인 : 2019-03-01 0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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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이 돌아보는 11연패와 베테랑의 책임감


V-리그 여자부 통산 첫 1,000블로킹 주인공. 양효진은 대한민국 여자배구 역대 최고의 미들블로커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현대건설과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엘리트 배구인생을 걸어온 양효진에게 이번 2018~2019시즌은 생경하다. 팀이 개막 이후 11연패에 늪에 빠져 양효진도 짙은 아픔을 맛보아야 했다. 2019년 11경기에서 8승 3패 상승세를 겪기는 했지만, 시즌 초반은 정말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 나이로는 서른, 경력으로는 열두 번째 프로 시즌을 맞이한 양효진에게 ‘베테랑’이란 단어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법도 하다. 그 의미를 물어보기 위해 경기도 용인 마북동에 자리한 현대건설 연습체육관을 찾았다.

(본 인터뷰는 1월 8일 진행됐습니다.)








새해인 듯 새해 아닌 새해같은 2019년

늦가을에 개막하는 V-리그 특성상 새해가 됐다고 해서 새로운 풍경을 맞이하지는 않는다. 시즌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에 2019년은 조금 특별할지도 모른다. 인터뷰 시점 기준 새해 첫 두 경기를 모두 승리하며 시즌 첫 연승을 달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건설은 이어지는 IBK기업은행전도 승리하며 4라운드를 3연승으로 마쳤다. 양효진이 느끼는 새해 풍경은 어땠을까.

새해맞이는 어떻게 했나요.
새해라는 기분을 느낄 틈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지나서 보면 매년 똑같은 것 같아요. 11년째 똑같은 ‘새해’를 맞이하는 느낌이에요.



시즌이 진행 중이라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죠. 새해가 됐다고 새해맞이 행사도 따로 없거든요. 그런 걸 할 수 있을 만한 일정도 아니고요. 그래서인지 2019년이 됐는데 아직 새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에요.



선수끼리 소소하게 보내는 것도 없었나요.
경기가 계속 있어서 그럴 타이밍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도 새해 들어 연승을 달렸습니다. 분위기가 좋아졌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죠. 이기니까 경기 후 느끼는 피로감이나 기분이 많이 다르죠.



한국도로공사 상대로 2승째를 거둘 당시 박정아 선수 볼에 코를 맞았는데도 웃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코피난 거 아닌가요.
사실 경기 당시에는 코피가 안 났거든요. 그런데 다음 날 코피가 나더라고요.



역시 이기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었던 셈이네요.
그럼요. 프로의 세계에서는 결국 이기는 게 제일이죠.



다른 선수들도 연승으로 인해 분위기가 많이 올라왔을 것 같습니다.
그건 맞아요. 그런데 우리가 여전히 성적이 좋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특별하게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우선 연패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좋은 것 같아요.



때마침 새해에 맞춰 연승을 달려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연승은 좋지만, 의미부여를 하기는 또 좀 그래요. 그래도 새해에 좋은 일이 생기니 당연히 좋긴 하죠. 작년처럼 성적이 나쁜 해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연승에는 미들블로커 파트너인 정지윤 선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정)지윤이가 처음에는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이제는 연습도 계속하면서 좋아졌어요. 굉장히 연습을 열심히 하는 선수예요. 그래서 더 빨리 실력이 올라온 것 같아요. 지윤이가 뛰는 걸 뒤에서 보고 있으면 선배로서 잘했을 때 기분도 좋아지고 좋은 느낌도 들어요. 알려줄 수 있는 최대한 많은 걸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정지윤 선수가 인터뷰에서 조언을 많이 해준 선배로 양효진 선수를 콕 집어 말하기도 했는데요.
지윤이가 윙스파이커나 아포짓 스파이커로 출전했다면 제가 오목조목 이야기해줄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었겠지만 같은 미들블로커로 나오잖아요. 그래서 블로킹 위치나 흐름, 공격할 때 패턴 등 많은 부분에서 지윤이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조언해준 것 같아요.



정지윤 선수와 띠동갑입니다. 이제 리그에 그만큼 어린 후배가 많아졌는데, 그런 후배들을 보면 어떤가요.
지윤이를 비롯한 어린 선수들을 보면서, 제가 나중에 은퇴하더라도 지금의 배구 인기를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그런 바람이에요. 어린 선수들이 잘 성장해서 다음 세대를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선수들이 됐으면 해요.



어린 후배들을 보면 선수 생활을 오래 했다는 생각도 드나요.
그런 생각은 안 해봤어요. 지윤이랑 제가 띠동갑이긴 한데, 그런 나이 차이에 대해서도 크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언니들이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제 나이가 많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길었던 어둠, ‘11연패’를 보내는 주장의 자세

현대건설의 2018년은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많은 해였다. 2017~2018시즌 정규리그를 6연패로 마쳤다. 이어지는 2018~2019시즌은 개막 11연패라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2018년에 진행된 정규리그에서 거둔 승수는 딱 ‘1승’이었다. 길었던 어둠의 시간, 양효진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기분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올 시즌 현대건설과 양효진 선수를 이야기할 때 11연패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신인이었던 2007~2008시즌 이후 또 한 번 긴 연패였죠. 프로 선수는 이기는 게 목적이잖아요. 그래서 진다는 걸 감당하기 쉽지 않죠. 올 시즌 개막 이후 연패가 길어지면서 이런 모습에 적응해 버릴까봐 그게 가장 무서웠어요. 떨어진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연패가 그렇게까지 길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초반에 한두 경기 질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길어질 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요.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았어요. 좋지 않은 분위기가 경기에도 이어지면서 연패는 더 길어졌고요. 연패 자체보다도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가 더 신경이 쓰인 것 같아요.



양효진 선수 개인으로 본다면 국가대표 일정 때문에 준비 기간이 짧았습니다. 그것도 걱정이 됐을 듯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그런 것들에 대한 부담이나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국가대표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오는 지금의 일정을 많이 겪어봐서 예전만큼 부담은 덜한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는지를 많이 고민하고 헤쳐나간 것 같아요.



국가대표 일정 자체를 많이 걱정한 건 아니었군요.
물론 힘들죠. 그래도 (이)다영이와 지난 시즌에 맞춰봐서 다행이었어요. 솔직히 대표팀 일정은 많이 부담스럽기는 하죠.



앞서 연패 당시 분위기가 너무 처져서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황연주 선수와 함께 팀에서 가장 고참이니까 걱정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나요.
솔직히 그렇게 처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좋고 빠른 방법은 첫째가 이기는 거예요. 하지만 연패가 길어지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죠.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성적은 떨어지고, 또 성적이 떨어지니까 분위기는 더 나빠지고요. 늪과 같은 것 같아요. 빠져나오려 할수록 더 빠져들고 발버둥을 칠수록 더 깊게 빠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도 마야가 오면서 한번 분위기 반전이 된 것 같아요. 마야가 오기 전까지는 국내 선수끼리 잘해보려 해도 밸런스가 많이 안 맞는 느낌이었거든요. 지금은 후배들도 잘해주고 전반적인 밸런스가 조금 맞아떨어지면서 좋아진 것 같아요.



2라운드 KGC인삼공사전 패배 때 특히 분위기가 좋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사실 그때까지도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았어요. 단순하게 연패가 이어졌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팀이 전체적으로 너무 다운됐어요.



그래도 다행히 구단 연패 신기록을 세우기 전에 승리했습니다.(현대건설 구단 역대 최다 연패는 11연패다)
그러게요. 다행히 연패 신기록이라는 불명예는 세우지 않았어요. 이것도 다행인 점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하지만 첫 승 이후 감독님이나 양효진 선수도 그렇게 기뻐하진 않았습니다.
좋아할 수가 없었던 게, KGC인삼공사는 알레나가 빠졌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우승한 것도 아니고 11연패 이후 1승을 한 거라서 좀 그렇죠. 예를 들어서 우리가 계속 지다가 시즌 막판에 이기면서 우승을 했다던가라는 식의 좋은 결과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었으니까요. 이제 1승, 게다가 상대는 주축 선수도 빠졌으니 마냥 좋아할 수 없었죠.



만약 제가 좀 더 어렸다면 더 좋아했겠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잖아요. 이게 이렇게 좋아해도 될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첫 승 이후 휴식기에도 생각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연패를 끊은 이후에는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던 것 같아요. 11연패 당할 때와 비교하면 좋아졌지만, 또 마냥 좋아할 분위기도 아니었어요.



선수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그냥 한고비 넘겼다 정도의 느낌이었어요. 경기력이 크게 좋아졌다는 느낌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선수들끼리도 그냥 한고비 넘겼다는 이야기를 주로 한 것 같아요. 별다른 의미부여를 하지도 않고요.



그래도 첫 승 이후 많은 팬이 경기가 끝나고도 선수들을 기다리며 응원을 보내줬습니다. 보면서 어떤 기분이었나요.
요즘에 배구 인기도 올라가고 팬들도 경기장에 많이 오시잖아요. 저는 그런 걸 볼 때가 가장 뿌듯해요. 제가 신인 때만 하더라도 배구장을 찾아오는 팬이 그리 많지 않았고 인기도 지금처럼 높지 않았거든요. 지금 이렇게 많은 팬이 함께해주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요.






첫 승 이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언니들이 더 편하다고 했는데, 팀에서 유일한 언니인 황연주 선수와는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황)연주 언니와는 알고 지낸 시간도 많고 제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잘했을 때와 못했을 때를 잘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주로 배구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팀이 좋아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팀이 개선될 수 있을지를 많이 이야기했어요.



그런 대화로 나온 결론이 있었을까요.
사실 저나 연주 언니나 선수잖아요. 그래서 뭔가를 결론을 지을 수는 없죠. 결정권은 감독님한테 있으니까요. 우리는 동생들을 잘 다독여서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는 정도였죠.



은퇴 선수들로부터 받은 조언도 있었나요.
조언도 조언이지만 많이 안쓰러워했죠. 언니들도 다 겪어본 상황이니까 분위기를 잘 알잖아요. 일반인들보다는 상황을 더 잘 알고 있으니까 공감을 많이 해줬어요. 또 그런 상황에서는 조언해주기 부담스러워하거든요. 분위기도 안 좋은데 자칫 말을 잘못했다가 더 예민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들어주고 공감해주는데 더 신경 써준 것 같아요.


10년이라는 시간이 만든 차이, 신인과 베테랑의 시각

양효진에게 11연패는 올 시즌이 처음이 아니다. 양효진이 신인이었던 2007~2008시즌에도 현대건설은 11연패를 당하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신인 시절로부터 어느덧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양효진에게는 어떤 차이가 생겼을까.

신인 시절과 주장으로 보내는 올 시즌, 두 번의 11연패를 보냈습니다. 그때와 지금 연패를 받아들이는 데 차이가 있을까요.
전혀 다른 것 같아요. 그때는 제가 어떤 생각으로 배구를 했는지도 모를 나이였어요. 그냥 언니들이 시키는 대로 했었죠. 그때도 힘들긴 했어요. 당시에는 육체적으로 제가 습득해야 할 것들이 많았으니까요. 지금은 정신적으로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고요. 거기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주장이다 보니 다른 부분에도 신경 쓸 게 많았을 것 같아요.
신인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지금의 지윤이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되죠. 언니들, 코치님들이 가르쳐주는 걸 하기도 바쁘고 제 기량을 만들어가는 것도 힘든 시기니까요. 11연패처럼 긴 연패를 겪으면 팀 성적이 안 좋으니 당연히 분위기가 안 좋긴 했죠. 그래서 당시에는 내가 팀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많이 고민했어요. 지금은 고민의 범위가 더 커졌죠. 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어떻게 해야 하고 헤쳐나가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니까요.



마음가짐에서 오는 차이가 가장 큰 요소로군요.
그렇죠. 그런데 막상 생각해보면, 신인 때와 지금을 비교해서 언제가 더 낫다고는 말 못 할 것 같아요. 두 시기 모두 너무 힘들었거든요.



역시 프로 무대에서 그만큼 진다는 건 견디기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도 한데 제가 신인 시즌 때 정말 힘들었어요. 11연패도 11연패지만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어요. 신인 때나 지금이나 많이 힘들었네요.



연패를 받아들이는 마음 외에도 10년간 많은 게 바뀌었을 것 같은데, 어떤 면에서 달라졌나요.
저는 신인 시절에 지금처럼 나이를 먹으면 많이 달라질 거로 생각했어요. 서른이 빨리 오기를 바랐거든요. 어릴 때 그게 너무 싫었어요. 내 실력의 부족함이 너무 많이 느껴지고, 언제쯤 안정적으로 배구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많았어요. 그래서 ‘한 서른 정도 되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신인 시절에 느끼던 압박감 없이 편하게 운동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서른이 돼서 보니까 확실히 심리적으로는 안정된 것 같아요. 물론 그렇다고 시즌을 편하게 맞이한 적은 없지만요.



신인 시절 그리던 서른과 실제로 맞이한 서른은 어떻게 다른가요.
사실 제가 어릴 때 꿈꿨던 ‘서른 살’의 모습이 지금의 제 모습이에요. 이루고자 했던 걸 이루었고, 어떤 배구 선수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게 있는데 그게 지금의 모습이에요. 그런데 30대가 되면 편하겠다는 생각은 틀린 것 같아요. 여전히 제가 프로 선수라서 그런 게 아닌가 싶네요.



10년 이상 V-리그를 뛴 베테랑으로서, 이제 막 프로 무대를 밟는 어린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면에 대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운동을 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어요. 2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갈 즈음에요. 같은 일을 계속해서 반복하니까 너무 힘들고,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내가 있는 프로 무대가 아무나 오는 곳이 아니라는 걸 한 번 더 되새기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다른 많은 걸 포기하고 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이고,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대건설에서만 12시즌’ 양효진이 말하는 프랜차이즈 스타

양효진은 2007~2008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된 이후 줄곧 현대건설에서만 뛰었다. 그의 명성과 실력을 봤을 때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선택된 자에게만 자격이 주어지는 ‘프랜차이즈 스타’, 양효진은 이 수식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2007년 데뷔 이후 쭉 현대건설에서만 뛰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스타’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 수식어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저 감사하죠. 제가 지금처럼 한 팀에서 오래 뛸 수 있었다는 건 그만큼 팀에서 대우를 해줬기 때문이잖아요. 그런 것에 더해 제가 배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했던 것 같아요. (김)세영 언니를 비롯해 많은 언니가 항상 이야기했거든요. 배구를 오랫동안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라고요. 조금 힘들더라도 그렇게 생각하면 다시 힘내서 할 수 있다면서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항상 감사하자는 생각을 하면서도 살다 보면 잊어버리거든요. 한탄하고, 또 힘든 것에만 집중할 때도 있지만, 언니들 말을 떠올리며 ‘맞아, 감사하며 살아야지’라고 생각 중이에요.



한 팀에서 10년 이상 머물렀는데, ‘원 클럽 플레이어’가 된다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선 자유계약선수(FA) 때 구단 프런트에서 저를 좋게 봐주신 것에 감사하죠. 그런데 그런 걸 제외하면 매일 똑같아요. 배구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다시 배구하고. 그래서 뭔가 특별한 의미부여를 하기 힘든 것 같아요. 그리고 프로 선수는 팀을 옮기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잖아요. 선수마다 처한 상황도 다 다르고요. 구단과 제 의견이 안 맞을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는 잘 맞았다는 뜻이니까 그런 것에 감사하게 생각해요.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습니다. 30대에 맞이하는 첫 FA인데요. 나이에서 오는 차이가 있을까요.
있을 것 같아요. 사림이 뭔가 처음 할 때는 설렘도 있지만 두려움과 불안함이 공존하잖아요. 첫 번째 FA 때는 그런 감정이었어요. 두 번째 FA는 조금 괜찮았고요. 제가 한 번 더 FA를 맞을 수도 있지만 마지막 FA일 수도 있잖아요. 오히려 더 편안하게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직 먼 이야기지만, 시간의 흐름이 영향은 줄 수도 있다는 뜻이군요.
그럴 수 있죠. 배구를 해오면서 달라지는 게 있을 수 있으니까요.



팀 성적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팬들이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팬들에게 고마움을 더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저를 이렇게 좋아해 주시는 것 자체에 감사해요. 경기에서 지면 많이 힘들어요. 이겼을 때도 팬들의 응원이 힘이 되지만, 경기에서 졌을 때도 팬들이 ‘수고했어요’라고 말 한마디 해주시면 그게 위안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 덕분에 더 힘내서 하는 거죠.



2019년 목표나 버킷리스트가 있을까요.
해보고 싶은 건 엄청 많죠. 여행도 가보고 싶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며칠 푹 쉬고 싶기도 해요.



그렇다면 배구 내적으로는 어떤 목표가 있을까요.
건강한 게 항상 첫 번째 목표죠. 제가 배구를 그만두고 은퇴할 때까지 항상 열정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글/ 서영욱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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