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한 다섯 개 대회 모두 결승전 진출. 그 중 세 차례 우승. 2018년 대구일중은 최상의 성적을 남기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그 중심에는 3학년 3인방, 박사랑·서채원·정윤주가 있다. 셋은 함께 대구여고로 진학하게 돼 앞으로 3년 동안 또 한 번 팀을 이룬다. 부푼 미래를 그리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0월 22일, <더스파이크>가 대구로 향했다.
사진: 왼쪽부터 박사랑-정윤주-서채원
Chapter 1. 3관왕도 모자란 욕심쟁이 삼총사
대구일중은 1991년 배구부를 창단한 이래로 27년 만에 3관왕 타이틀을 손에 쥐었다. 지난 4월, 태백산배 우승을 시작으로 5월 종별선수권, 8월 CBS배에서 우승했다. 3월 춘계연맹전과 5월 소년체전에서도 결승에 진출했지만 이 때는 준우승에 그쳤다.
2018년 성적 이야기를 안 꺼낼 수가 없네요. 3관왕에 오른 기분이 어때요?
서채원(이하 서) - 사실 만족보단 아쉬움이 더 커요.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 때문에요. 이왕 하는 거 5관왕 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큰 욕심 아닌가요?
서 - (웃으며) 물론 만족하지만 한 편으로 아쉬움이 남아요. 다들 그렇게 생각할걸요?
정윤주(이하 정) - 맞아요. 저도 그래요. 다 이길 수 있었는데 아쉬워요.
3관왕은 학교 사상 처음이라고 들었어요.
박사랑(이하 박) -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자랑스러워요. 여기저기서 축하도 많이 받았어요. 선생님, 부모님들도 그렇고 졸업한 언니들도 잘 했다고 연락해 줬어요. 그럴 때는 아쉬움보단 뿌듯함이 컸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무언지 궁금해요.
서 - CBS배요. 정~말 어렵게 올라갔어요. 우리 사랑이가 정말 잘 했는데! 강한 상대들이 많았어요. 제천여중이 정말 잘 하더라고요(대구일중은 제천여중과 결승에서 만났다). 팀워크가 엄청났어요.
정 - 저도 CBS배요. 전 좀 다른 의미인데요. 중학교 마지막 대회였거든요. 마무리 잘 해보자고 다짐했는데 생각대로 됐어요.
서 - 아, 무실세트 우승 할 수 있었는데! 그걸 놓쳐서 아쉬워요.
박 - 채원이가 욕심이 많아요(웃음). 저는 태백산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 배구인생 사상 첫 우승이었거든요. 작년에는 경해여중에 늘 졌는데 그 대회서는 결승서 경해여중 꺾고 우승을 차지해서 훨씬 좋았어요.
선수 생활하면서 3관왕은 드문 경험인데 다들 덤덤하네요.
서 - 아니에요. 고등학교에 가서도 또 할 수 있어요!
정 - 실감이 잘 안 나서 그런 것 같아요. 우승했다는 사실에 기분은 좋았는데 우승하고 나서도 얼떨떨했죠.
우승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박 - 연습량이죠. 쉬는 시간도 쪼개면서 연습에 매진했거든요.
서 - 감독님께서 연습 많이 해야 실력이 는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소년체전 전에는 주말에도 운동하고 그랬어요.
연습하자고 할 때 기분이 어땠어요?
박 - 처음에는 때려 치고 싶었죠(웃음).
정 -그래도 막상 성적이 나오니까 ‘역시 연습만이 살 길이다’라고 생각했어요.
서 - 체력 운동도 많이 하고 스타팅 멤버 여섯 명이서 볼 운동 위주로 훈련 참 많이 했어요. 감독님 말처럼 연습 덕분에 우승한 거죠.
이런 성적을 어느 정도 예상했나요?
박 - 주변에서 그렇게 많이들 얘기하긴 했어요. 그런데 진짜 될 줄은 몰랐죠.
정 - 선생님, 친구들이 주변에서 ‘너희들이 올해는 많이 이길거야’라고 많이들 얘기해줬어요.
서 - 그래서 사실 부담이 컸어요. 기대를 받는 만큼 성적이 안 나오면 실망도 크니까요. 태백산배 때 첫 우승하고 나서 그런 부담을 조금은 털어낼 수 있어서 기뻤어요.
정 - (활짝 웃으며) 그래도 울거나 하진 않았어요.
작년에는 그런 말 안 해주던가요?
정 - 그 때도 저희가 주전으로 뛰었는데요, 작년에는 그런 말 전혀 없었어요.
박, 서 - 맞아 맞아.
2학년 때는 밀린 이유가 뭘까요?
서 - 음….
박 - 어려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요?
올해는 누가 잘 해서 우승한 것 같아요?
정 - 모두가 다 잘했어요!
박 - 사실 가장 고생한 건 코치 선생님이세요. 정말 팔이 빠져라 저희한테 공 쳐주셨거든요. 저희 운동할 때 같이 하면서 쉬지도 못 하시고요. 고맙습니다 코치님♡
Chapter 2. 시작은 달랐지만…이제는 하나로
3인방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구를 시작했다. 학교와 시작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후 중학교에서 만났고, 앞으로 고등학교 3년도 함께 보내게 된다.
배구는 다들 언제 시작했어요?
박 - 제가 가장 일찍 시작한 것 같아요.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어요. 아버지가 일찍부터 운동 해보라고 해서 시작한 게 배구였어요.
처음 배구하라고 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박 - 배구가 뭔지도 모르고 갔어요. 아버지는 예전에 유도 선수셨는데요, 유도는 힘드니까 단체 운동을 시키실 거라고 한 게 배구였어요. 처음에는 공놀이 수준으로 해서 재밌었는데요, 얼마 지나서 본격적으로 운동 시작하니 정말 힘들었어요.
정 - 저는 초등학교 때 육상부였어요. 하다가 갑자기 키가 크더라고요. 그래서 배구부 해 볼 거냐고 추천해주셔서 시작했어요. 어머니께서 적극적으로 해 보라고 추천해주셨어요. 제가 운동을 정말 좋아했는데 금세 재미를 붙였어요.
박 - 지금은 운동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정 - 아니거든.
서 - 전 예전에 뚱땡이(본인이 직접 이렇게 표현)였어요. 그런데 먹을 것 많이 주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게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요. 처음 할 때부터 재밌었어요. 먹을 것도 많이 주더라고요(웃음).
셋은 중학교 와서 알게 된 건가요?
정 - 그 전에도 대회 나가고 하면서 알고는 있었어요. 본격적으로 친해진 건 중학교 와서부터고요.
박 - 입학할 때 1학년이 우리 셋뿐이어서 똘똘 뭉쳤어요. 서로 집에도 자주 놀러가고요.
서 - 입학 전에 같은 학교라는 말 듣고 서로 문자로 “우리 앞으로 잘 해보자!”했는데…. 친하게 지내면서 둘 다 저보다 정상이 아니란 걸 알았어요. 둘 다요.
박 - 참내.
정 - 얘들 진짜 정상 아니에요.
에피소드 같은 게 있나요?
서 - 특별한 사건은 딱히 없는데요, 윤주는 말을 잘 못 하고 사랑이는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요. 그런데 신기한 건 서로 엄청 말이 잘 통해요.
정 - 우리가 얼마나 잘 통하는데. 채원이도 좀 이상해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애에요.
박 - 우주에서 온 것 같아요. 생각이 진짜 특이해요. 여기서 전부 다 말할 순 없지만…. 저희가 밥을 숟가락 말고 포크로 먹는 수준이면 채원이는 손으로 먹는 정도예요(일동 웃음).
싸울 것 같으니까 다른 얘기 할까요? 배구로 서로를 평가해 봐요.
정 - 사랑이는 팀을 잘 이끌어요. 그래서 주장도 맡았고요. 리더십이 있다기보다는 말을 많이 해요. 본인은 잘 못 알아듣지만요.
박 - 채원이는 믿음직스러워요. 힘들 때 올려주면 잘 처리하거든요.
서 - 윤주는 선생님들한테 잘 덤벼서 좋아요. 그리고…. 힘이 센 친구예요.
정 - 엄청 고민하다가 얘기하네.
서 - 아니야.
그럼 친구로서는 어때요? 이번엔 반대로 얘기해 봐요.
정 - 채원이는 세상에 딱 한 명 있을 것 같은 친구랄까요.
서 - 나 별로 안 특이한데. 사랑이는 어딜 가나 다들 좋아하는 친구예요. 주변을 잘 배려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아직 그 배려 안 받아봐서요. 친구들은 다 받아봤다는데. 언제쯤 배려해주나 기다리고 있어요.
박 - 윤주는…. 너무 질척대요. 어리광도 부려요. 자기가 멋쩍을 때 주로 그래요.
그래도 셋이 있으니 분위기는 좋겠어요. 포지션도 안 겹치니 코트에 같이 올라가고요.
서 - 맞아요!
박 - 그래서 재밌어요. 사실 세터가 언니거나 동생이면 공격수가 공을 이렇게 저렇게 달라고 요구하기 힘든데 그런 게 적으니까요.
정 - 가끔 편해서 신경전을 펼칠 때도 있지만요. 자주는 아니에요. 그래도 친구들이랑 함께 해서 정말 편해요.
서 -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편한 동료인 셈이죠.
말 나온 김에 서로 고마운 점도 얘기해볼까요?
박 - 경기할 때 제대로 못 올려줘도 괜찮다고 얘기해줄 때 진짜 고마워요.
서 - 안 될 때 뭐라고 하면 더 안 되니까요.
정 - 친구들이 경기 도중 멘붕(멘탈 붕괴)상태에 빠지면 잘 도와줘요. 범실 많아지면 가끔 멘붕이 오거든요. 둘이서 가장 먼저 달려와서 괜찮다고 해요. 괜찮으니까 다시 하라고.
서 - 사랑이는 우리가 범실내도 잘 했다고 격려해 줘요. 그럴 때 참 고마워요. 윤주는 포지션이 같으니까 서로 어떤 부분이 잘 안되는지 알아요. 그런 부분 얘기할 때 힘이 되죠. 아, 옆에 두고 이런 말 하려니 어렵네요.
본격적으로 포지션을 정해야 할 때네요.
박 - 저는 가끔 공격수도 하곤 했는데요. 세터가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세터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했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해서 그런지 부담이 적어요.
서 - 쟤가 웬만한 공격수보다 훨씬 잘 때려요. 공격수로 전향해도 될 정도예요.
정 - 저는 미들블로커도, 윙스파이커도 자신 있어요. 아직 리시브는 조금 약하지만 공격은 어디서도 안 뒤져요.
서 - 전 아직 잘 모르겠어요. 고등학교서 주전으로만 뛰게 해 주시면 ‘감사합니다!’하고 뛸래요. 그래도 리시브, 수비, 공격 다 어느 정도 되니까 주어진 것에 열심히 할래요.
Chapter 3.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16세
늘 경기장에서 유니폼 차림으로만 보다가 교복 차림의 선수들을 보니 중학생 느낌이 물씬 들었다.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을 말하던 그들의 대화에선 풋풋한 ‘중학생다움’이 느껴졌다.
다들 키는 크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서 - 네 계속 크고 있어요. 신발 벗고 재서 182~3까지는 클 것 같아요.
정 - 세 명 다 더 클 것 같아요. 언제까지 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키가 커서 불편한 점 있나요?
박 - 바지가 너무 짧아요.
정 - 맞아요. 혼용 사야 돼요. 남자 거. 돈도 좀 더 비싸요.
서 - 옷을 엄청 자주 사요. 교복도 자주 산 것 같아요.
박 - 사실 지금 입고있는 교복도 껴요.
셋이 몰려다니면 주변에서 신기하게 보겠네요.
서 - 동물 보듯이 봐요. 막 신기하게.
정 - 부담스러운 건 있는데 신경 크게 안 쓰려고 해요.
서 그래서 한 번 작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한 163cm 정도요. 그래서 예쁜 옷도 입어보고 싶어요. 키가 크니까 여성스러운 옷이 잘 안 어울려요.
박 - 맞아요. 그런 옷 한 번쯤은 입어보고 싶은데.
그런 말은 친구들 앞에선 못 하겠네요.
박 - 다른 친구들이 들으면 아마 욕먹을지도 몰라요.
셋이서 모이면 주로 무슨 얘기 하나요.
정 - 배구 말고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서 - 얼마 전까지는 언니들 드래프트 이야기 했고요. 아닌 날에는…. 우리가 무슨 얘기 하더라.
정 - ‘오늘 무슨 운동하지?’ 이런 거.
박 - 의식의 흐름대로 사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연예인은 있을 것 같은데.
서 - 저 박서준 좋아해요. 나중에 유명해지면 좋아한다고 말할 거예요.
박 - 맨날 자기 미래 남편이라고 그래요.
정 - 저는 연예인 별로 안 좋아해요.
박 - 저는 요즘 축구선수 이승우가 좋더라고요. 저보다 키는 작지만요.
이렇게 같이 있으면 많이 싸우기도 하겠네요.
서, 박, 정 - 엄청 많이 싸우죠.
박 - 사소한 걸로 놀리면서 많이 싸웠어요. 장난치다가.
별명은 뭐예요?
서 - 전 곱등이에요. 운동할 때 뛰어다니는 모습이 웃기다고 애들이 붙여줬어요.
정 - 저는 라푼젤에 나오는 당나귀랑 닮았다고 당나귀래요. 닮았나요? 사랑이는 대답할 때 염소처럼 ‘네에에~’해서 별명이 염소예요.
박 - (웃음).
Chapter 4. 함께 달려 앞날이 무섭지 않다
3인방은 이제 지난 3년을 뒤로 한 채 새로운 3년을 함께 걷는다. 오랜 시간 함께 합을 맞춰 성인국가대표로도 같이 뛰는 것이 꿈이라는 이들의 이야기는 어딘지 모르게 비장함도 느껴졌다.
같은 학교에서 또 3년을 보내게 됐어요.
박 - 편한 친구들과 함께 하게 돼서 정말 좋아요. 이참에 연령별 국가대표도 함께 갔으면 해요.
정 - 평소 이야기는 안 했지만 같이 가는 꿈을 꾸곤 해요.
서 - 혼자 가면 미안하기도 하고. 다 같이 가면 편하고 호흡도 잘 맞을 것 같아요.
박 - 맞아. 서로 의견 맞추기도 편할 거예요. 생체 리듬이 맞으니까요.
김연경, 김수지 언니들 처럼요?
서 -네! 친한 사이끼리 국가대표에서 함께 뛰는 모습 너무 보기 좋은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해서 저희도 그렇게 됐으면 해요.
박 - 그렇게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아까는 운동하기 싫다면서요.
박 - 또 막상 하면 열심히 해요.
정 - 맞아요. 힘들어도 하다 보면 재밌어요.
새 학교 3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요.
서 - 전국체전 금메달이요. 올해 대구여고가 동메달을 땄는데요, 내년 대회에서 금메달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박 - 팀에 잘 하는 언니들이 정말 많아요. 그 언니들에게 잘 배워서 나중에 3학년 되면 팀 주축이 되자고 많이 이야기했어요.
정 - 중3때 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고등학교에서도 잘 할 거라 믿어요.
서로 투닥대긴 했지만 소중한 친구들에게도 한 마디 할까요?
서 - 이번 3년은 우리 예전과는 다르게 싸우지 말자. 고등학생이니까 언니들이랑 같이 금메달 꼭 따보자! 사랑아, 왜 고개를 돌리니?
박 - 장난이야. 우리 같이 할 수 있는 시간 이제 3년 남았어. 조금밖에 안 남았으니까 좋은 추억 만들고 똑바로 살자.
정 - 지금까지 나랑 같이 있어줘서 힘들었겠지만 버텨줘서 고마워. 앞으로 3년도 수고해줘!
마지막으로 각오 한 마디 부탁합니다.
서 - 고등학교 때는 선생님들께 안 덤비고 열심히 해서 국가대표에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꼭 대구여고를 명문 고등학교 반열에 올리겠습니다. 프로 가서는 내 발로 나오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서채원 되겠습니다!
정 - 지금 하고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자신 있는 것이 배구에요. 그러니 이왕 도전한 것 배구 계 최고가 되겠습니다.
박 - 3년 동안 할 수 있는 최고의 성적을 내고 싶어요. 안 좋은 일보다는 좋은 일로만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프로 가서도 열심히 해서 주전 세터가 되는 게 꿈입니다!
글/ 이광준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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