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헤매는 현대건설, “그래도 정지윤 있음에”

서영욱 / 기사승인 : 2018-11-03 02: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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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1라운드를 전패로 마감한 현대건설이지만, 신인 정지윤의 가능성에 그래도 희망을 찾고 있다.

현대건설이 결국 1라운드를 전패로 마쳤다. 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치른 홈 개막전에서 KGC인삼공사에 1-3으로 패해 개막 후 5연패에 빠졌다.

1라운드만 놓고 보면 ‘총체적 난국’이라는 수식어가 딱 맞다. 빡빡한 1라운드 일정 속에 풀타임 2년차를 맞이하는 주전 세터 이다영은 국가대표 차출 여파로 공격수와 호흡 문제가 드러났다. 베키는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무릎 통증으로 1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KGC인삼공사전은 결장했다. 흔들리는 리시브 라인은 가뜩이나 불안한 이다영의 세트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이도희 감독이 황민경-김연견의 2인 리시브를 시도한 이후 리시브 효율이 나아졌다는 게 위안거리이다(vs GS칼텍스, IBK기업은행 각각 23.46, 14.93 / vs 흥국생명, 한국도로공사, KGC인삼공사 각각 34.85, 33.33, 34.88).

5연패 속에 현대건설이 찾은 희망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지명한 정지윤(17)이다. GS칼텍스와 시즌 첫 경기에서부터 미들블로커 백업으로 출전한 정지윤은 두 번째 경기였던 IBK기업은행전에는 3세트 교체 투입돼 연속 3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2일 KGC인삼공사전은 ‘윙스파이커 정지윤’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이전까지 미들블로커로 주로 출전한 정지윤은 이날 비로소 자신이 가진 공격 잠재력을 확실히 뽐낼 수 있는 윙스파이커로 출전했다.

2세트부터 김주향을 대신해 주전 윙스파이커로 나선 정지윤은 팀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하며 분전했다. 최종 성적은 10점에 공격 성공률 27%. 양효진(19점), 황연주(18점)와 함께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세 명 중 한 명이었다. 퀵오픈 상황에서는 황연주보다 좋은 마무리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황연주 3/11, 정지윤 4/7).

물론 절대적인 수치가 좋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정지윤은 전국체전을 치르고 합류하면서 팀과 훈련한 시간이 길지 않다. 당연히 이다영과 호흡도 아직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신인선수가 이 정도로 공격을 책임졌다는 것 자체가 높이 살만하다.

정지윤은 경남여고 시절부터 공격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공격 잠재력만큼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윙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를 겸하긴 했지만 윙스파이커로 나섰을 때 정지윤이 가진 장점이 극대화된다. 180cm의 신장에 타점이 괜찮으며 힘이 좋고 스윙도 간결하다. 올해 6월 열린 19세이하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도 뛰어난 득점력을 보여줬다. 자신의 프로 다섯 번째 경기에서야 강점을 발휘할 기회를 얻은 셈이다.

KGC인삼공사와 경기 후 이도희 감독 역시 정지윤을 향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은 “더 적극적으로 가진 걸 보여달라고 했다. 조금씩 적응하면서 나아지고 있다”라며 “1라운드 이후 천천히 맞춰나간다고 했을 때, 정지윤의 한 달 후가 매우 기대된다. 신인이지만 우리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다”라고 정지윤의 잠재력을 높이 샀다.

공격 잠재력은 확실하지만 윙스파이커를 소화한다고 했을 때 리시브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기록은 좋지 않지만(리시브 시도 8회, 성공 1회), 아직 표본이 너무 적다.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 중 가장 많은 출전 기회를 잡으며 경험을 쌓는 정지윤이지만, 걱정되는 점도 있다. 아직 미들블로커와 윙스파이커 중 한 포지션에 자리 잡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도희 감독은 두 포지션 모두 훈련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현대건설 팀 사정상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은 아니다. 현대건설은 김세영(흥국생명) 이적 이후 양효진 이외에 미들블로커 한 자리 높이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공격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윙스파이커 자리 역시 고민거리이다. 현재 베키와 함께 주전 윙스파이커로 나서는 황민경은 공격력이 뛰어나기보다는 살림꾼에 가깝다.

하지만 이제 막 프로 무대를 밟고 적응해야 할 선수에게 두 포지션 병행은 오히려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고교 무대와 프로 무대의 격차가 큰 만큼, 한 포지션에 집중하게 만드는 게 선수에게도 더 좋을 수 있다. 성장하는 과정의 선수인 만큼,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직 시즌 첫 승이 없는 현대건설의 현 상황은 분명 어둡다. 하지만 신인 정지윤은 조금씩이지만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건설이 새 얼굴과 함께 앞으로 어떤 반전을 만들어낼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더스파이크_DB(홍기웅,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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