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현지 기자] 배구계에서 처음으로 특별귀화를 신청한 경희대 알렉스(25,198cm, MB‧OPP)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경희대 에이스 알렉스는 대한민국배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추천서를 받지 못하면서 2018~2019 KOVO 남자 신인선수 신인드래프트(이하 드래프트) 참가가 힘들어졌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드래프트 참가 자격으로 ‘한국 국적’을 명시했기 때문이다.
알렉스는 이미 대한민국배구협회, 홍콩배구협회, 한국대학배구연맹, 김호철 남자배구국가대표감독 등의 특별귀화 추천서를 받아 법무부에 제출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의 추천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특별귀화 심사가 진행되지 않는 건 아니다. 현재 그 시기가 11월로 예정되어 있어 그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 한들 이미 신인 드래프트가 끝난 다음이라 소용없다. 이 때문에 심사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배구협회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알렉스 측은 대한체육회 및 배구협회의 협조를 요청했으나 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공문을 통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2018년 남자국가대표팀 사업 종료 ▲알렉스가 바로 대표팀으로 선발되어 중요한 전력으로 경기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음 ▲이중국적 취득으로 한국대표가 되지 않을 경우 홍콩대표로의 참가를 배제할 수 없음 등을 이유로 알렉스의 특별귀화를 추천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의 답변을 받은 알렉스측은 난색을 표했다. 알렉스측은 “아직 한국 국적을 얻지 못한 선수를 당해 연도인 2018년 국가대표팀 일정을 고려해 판단한다는 점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라며 “다른 어떤 종목의 선수도 국가대표 선발을 100% 보장하면서 귀화하지는 않는다. 특별귀화의 목적은 국가대표가 아닌 국익에 있다. 프로 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귀화 조건이 충족되는 아마추어 선수라면 해당 종목의 저변 확대 차원에서 추천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알렉스의 특별귀화를 위해 추천서를 써준 김호철 남자국가대표팀 감독도 “조건이 된다면 안 해줄 이유가 없다”라며 특별귀화를 찬성했다. 김 감독은 “지금 당장 국가대표로 뽑는다는 건 아직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에서 4년간 뛰었고,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계속 배구를 하면서 한국배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라면 특별귀화가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김호철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뿐만 아니라 한사람의 배구인으로서도 알렉스의 특별귀화를 지지했다. 김 감독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선수가 귀화를 원하고, 조건이 된다면 추천을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특별귀화다 보니까 여러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반면 경기력향상위원회는 “지금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라며 선을 그었다. 경기력향상위원회 이사를 맡고 있는 최천식 인하대 감독은 “외국에서 온 대학 선수가 드래프트 참가를 앞두고 특별귀화를 신청한다고 해서 모두 추천해줄 수는 없다”라며 “지금 알렉스의 특별귀화를 추천해준다면 앞으로 다른 대학 선수들이 무분별하게 특별귀화를 신청했을 때 막을 근거가 없다. 선례를 남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최천식 이사는 최근 농구계에서 특별귀화로 태극마크를 단 리카르도 라틀리프(라건아)의 예를 들었다. 최 이사는 “라틀리프처럼 확실하게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선수가 아닌 이상 섣불리 특별귀화를 추진할 수 없다”라며 “국가대표팀 감독이 차기 국가대표를 꾸릴 때 알렉스의 국적이 문제가 된다면 그 때 다시 논의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천식 이사는 공문에 적힌 ‘알렉스가 바로 대표팀으로 선발되어 중요한 전력으로 경기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음’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최 이사는 “알렉스측에서는 대학리그 블로킹 1위를 근거로 실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뽑힌 선수도 프로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다. 지금의 기록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배구연맹은 지난 7일부터 드래프트 참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마감은 오는 19일까지다. 알렉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사진/더스파이크_DB(유용우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