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을 더해가는 V-리그에서 매 경기를 뛰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전선수들은 극히 제한적이다. 20명 가까운 선수단 가운데 배구코트에는 6명만 나설 수 있을 뿐, 그 뒤에는 웜업존을 지키며 제 역할을 수행하는 수많은 후보선수들이 있다. 올 시즌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한 신인선수 중 선명여고에서 함께 온 이원정, 백채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후보선수들의 하루에도 귀를 기울여보자.
체육관 출발 준비 완료!
경기 전날에는 주전과 비주전 구분 없이 모두 똑같은 일정을 소화한다. 경기 당일 아침이 밝으면 비주전 선수 중에서도 1~2년차 신인급 선수들 움직임이 분주해진다. 체육관으로 갈 준비를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스박스와 물, 비타민, 간식 가방 등을 챙기고 배구공과 몸을 풀 때 필요한 도구들도 꼼꼼히 넣는다. 짐을 모두 챙겨 구단 버스에 싣고 체육관으로 향한다. 몇 몇 팀에서는 아이스박스, 단체 가방, 배구공 등 당번을 매주 정해 돌아가며 이를 담당한다.
경기 직전, 바쁘다 바빠!
경기장에 도착하면 주전급 선배들부터 시작해 비주전 후배들 순으로 몸에 테이핑을 한다. 선배들이 먼저 테이핑을 받는 동안 후배들은 경기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세팅해놓는다. 공식 연습 시간에 쓰기 위해 숙소에서 가져온 배구공 기압을 체크하고, 경기 중에 마실 비타민 음료도 제조한다. 뜨거워진 몸을 식히거나 아픈 부위에 아이싱 할 때 사용하는 얼음 주머니에 얼음도 담아둔다.
틈틈이 상대 팀에 속한 친구와 다정한 눈인사나 짓궂은 장난도 나눈다. 반가운 마음에 한 걸음에 달려가 껴안기도 한다.
테이핑을 다 받고 나면 주변 정리 후 코트에서 다 함께 스트레칭을 한다. 볼 운동이 시작되면 뒤에서 열심히 공을 챙겨 선배들에게 나눠준다.
우리 팀~ 힘내라 힘
게임이 시작되면 선수 2~3명이 배구공 주머니에 담긴 공을 확인한다. 팀 숙소에서 가져온 개수와 일치하는지 보고, 상대 팀 공과 섞이지 않게 공을 교환하러 상대 웜업존에 다녀온다. 선수들이 벗어놓은 옷도 가지런히 정리한다.
이후에는 경기에 몰입한다. 플레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인다. 팀 사기를 높이는 데 동료들 응원만큼 좋은 게 없기 때문이다. 간혹 웜업존에서 다같이 동작을 맞춰 율동을 선보이는 경우도 있다. 상의해서 하는 것도 있고, 즉흥적으로 나오는 것도 있다고 한다. 경기에서 이기고 있으면 흥이 올라 노래에 맞춰 저절로 춤이 나오는 것이다. 체육관마다 노래가 달라 응원하는 재미도 배가된다는 설명이다.
원 포인트 서버나 블로커로 혹은 교체선수로 들어갈 확률이 높은 선수들은 웜업존에서 몸이 식지 않도록 계속해 몸을 푼다. 제자리 점프나 팔다리 스트레칭, 스파이크 동작으로 어깨 풀기 등이 있다.
경기 후 우리는
경기가 끝나면 테이핑 했던 것을 떼어내고 스트레칭으로 마무리 운동을 한다. 신인선수들은 빨래 주머니나 바구니를 들고 와 빨래를 전부 모아 담는다. 배구공, 아이스박스 등 가져온 짐을 챙겨 숙소로 돌아간다.
숙소 도착 후에는 가장 먼저 빨래를 돌려 널어 놓는다. 다 마른 빨래는 숙소 생활을 도와주는 이모들이 라커룸에 넣어주면 각자 가져가거나, 선수들이 세탁실로 직접 와 찾아간다. 방마다 소위 ‘방졸(방+卒)’이라 불리는 후배들이 선배 것까지 챙겨가는 경우도 있다. 일과 후 샤워까지 마친 뒤에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곧장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감독님,휴식 주세요!
경기 다음날 오전, 주전선수들은 대부분 휴식을 취한다. 비주전선수들은 오전에도 훈련을 할 때가 많다. 신인선수 중에서 경기에 잠깐씩 투입되는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여자부는 다음 경기까지 휴식일이 4일 이상으로 여유로울 때가 있다. 그럴 땐 오전 운동을 쉬거나 외출이나 외박을 받아 자유시간을 누리기도 한다.
평소 신인들은
이제 갓 프로선수가 된 신인들은 항상 바쁘다. 식사할 때 상 닦기, 수건 및 빨래 바구니 챙기기 등 업무가 많다. 훈련시간 30분~1시간 전에 체육관에 나와 보일러를 틀어놓고, 냉장고에 물을 채우고, 코트를 닦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배구공 기압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신인선수여서 행복한 점도 있다. 이원정과 백채림은 “언니들이 예뻐 해줘요. 저희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모르는 것도 많고, 운동도 고등학교 때와 달라서 헤맸거든요. 근데 언니들이 차근차근 잘 가르쳐줬어요. 뭘 해도 언니들이 항상 괜찮다고 해요. 아직 막내라서 더 많이 예뻐 해주는 것 같아요. 저희 밑으로 후배요? 천천히 들어왔으면 좋겠어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글/ 최원영 기자
사진/ 유용우, 신승규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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