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그 열기를 더해가고 있는 2017~2018 도드람 V-리그, 팀 에이스 역할을 맡은 외국인선수들 활약이 눈부시다. 과연 이번 시즌, 남녀부에서 최고 외인 선수라는 찬사를 받을 선수는 누가 될까. 초반부터 두드러진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외인 2인을 선정해 비교 분석해본다. (10월 28일 기준)
KGC인삼공사 알레나 vs 흥국생명 심슨
시즌 초반, 여자부는 잦은 5세트 경기로 뜨겁다. 팬들에겐 이보다 더 즐거운 상황은 없지만 감독과 선수로선 매 경기 끝장 승부가 그리 달갑진 않다.
긴 시즌 무리 없이 치르기 위해서는 선수들 체력 안배가 중요한데 초반부터 이어지는 풀세트 경기들은 자칫 선수들에게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살얼음판 위에 서있는 감독들도 초반부터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고 호소한다.
각 팀마다 일단 눈앞의 승리를 챙기기 위해서는 승부처에서 팀 주포를 주로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여자배구에서 가장 결정력 높은 선수들은 단연 외국인선수들이다.
그 때문에 풀세트 경기에서 혼자 40점 이상 몰아치는 외국인선수도 자주 나오고 있다. 단 세 경기 만에 100점 이상 득점한 선수들이 둘이나 나왔다. 바로 KGC인삼공사 알레나와 흥국생명 심슨이 그 주인공이다.
다만 심슨은 지난 11월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세트 막판 부상을 당했다. 당시 트레이너들의 부축을 받아 나올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고, 14일 정밀 검진 결과 고관절 비구순 파열 진단을 받았다. 이에 당분간 결장이 불가피하다.
거포 대 거포, 득점왕 향한 자존심 대결
알레나와 심슨은 시즌 초 여자부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공격수들이다. 양 선수 모두 50%대에 가까운 공격 점유율을 선보이면서도 성공률 역시 리그 상위권에 올라 있다.
시즌 초반이긴 해도 한 팀에서 특정선수가 50%대 점유율을 차지한 것은 비정상적인 ‘몰빵배구’란 비판을 받기 쉽다. 그러나 이렇게 공격이 한 쪽으로 몰리고 있음에도 알레나와 심슨 두 선수는 현재까지 팀내 대들보 역할을 다하고 있다. ‘몰빵’도 좋은 선수가 있어야 가능한 법. 점유율이 한 쪽으로 몰린 비정상적 수치는 역으로 두 선수가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를 말해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알레나는 지난해 KGC인삼공사를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슈퍼 에이스’다. 2014~2015, 2015~2016 두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KGC인삼공사가 단숨에 강팀이 될 수 있었던 건 알레나가 있어서 가능했다. 그가 한 시즌 더 KGC인삼공사에서 뛰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알레나는 그 기대에 걸맞은 화력으로 올해 역시 변함없는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심슨은 한 시즌을 건너 뛰어 다시 흥국생명에 돌아왔다. 지난 2015~2016시즌 흥국생명에서 뛰었던 심슨(당시 등록명 테일러)은 부상 등을 이유로 중도 하차했던 안 좋은 기억이 있는 선수다. 그러나 박미희 감독은 다시 한 번 심슨을 믿기로 했다. 이를 두고 주위에서는 의문을 던졌지만 심슨은 배구를 통해 의혹을 불식시켰다.
알레나와 심슨은 팀에서 맡은 역할은 비슷하지만 스타일은 다른 선수다. 알레나는 힘과 기교를 고루 갖췄다. 상대 블로커를 보는 눈도 좋다. 블로킹이 들어오는 모양을 보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190cm로 높은 신장을 가진 선수가 볼 다루는 기술도 좋으니 블로커들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반면 심슨은 조금 더 파워풀하다. 높은 타점에서 힘을 싣는 공격으로 상대를 찍어 누른다. 마치 어떤 방패라도 뚫는 창과 같은 모습이다. 다만 알레나에 비해 섬세함은 떨어진다. 특히 강한 힘을 줘 플레이하는 탓에 경기가 길어지면 타점이 떨어지고 범실이 많아진다. 알레나에 비해 범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슨이 가진 힘은 블로킹을 이겨내고 득점할 수 있게 한다. 지난 세 경기에서 심슨은 3인 블로커를 앞에 둔 상황에서도 공격 성공률 42.86%(14회 중 6회 성공)를 기록했다. 시즌 전체 공격 성공률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블로킹 수와 상관없이 제 몫을 해주고 있다. 반면 알레나는 세 경기 동안 단 한 번도 3인 블로커 상황에서 득점을 낸 적이 없다(5회 중 0회 성공). 스타일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렇게 두 선수가 나름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리그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들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두 선수가 부상 없이 시즌 끝까지 활약한다면 득점왕은 둘 중 하나가 받을 공산이 크다. 벌써부터 지켜보는 재미를 주고 있는 알레나와 심슨이다.
상대전적 1-0, 첫 경기는 심슨 판정 승
두 선수는 지난 10월 21일, 한국 무대서 첫 맞대결을 펼쳤다. 첫 대결에서는 심슨이 판정승을 거뒀다. 알레나가 32득점(블로킹 3개, 서브에이스 2개 포함)을 올렸지만 공격 성공률에서 37.5%로 본인 평균보다 저조했다. 반면 심슨은 43득점(블로킹 1개 포함)에 공격 성공률 46.15%를 기록하며 한 단계 앞선 활약을 보였다. 알레나 32득점 역시 수치상으로는 엄청난 수준이지만 심슨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 내용이었다.
총 6라운드까지 진행되는 V-리그, 아직 1라운드가 채 끝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두 선수 자존심 대결로 뜨겁다. 초반은 심슨이 결정력 면에서 앞서고 있지만 관건은 체력이다. 강한 힘을 활용해 공격하는 심슨이 장기 레이스에서 버텨줄 수 있을지가 변수다. 반면 알레나는 지난해 플레이오프까지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했던 바 있다. 올해도 그럴 수 있다면 다음 라운드 두 선수 간 맞대결은 다른 그림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팀내 50% 점유율’ 두 선수 모두 체력이 관건
많은 공격을 때리는 것이 에이스의 숙명이라고 해도 50% 가까운 점유율은 혼자 감당하기에 너무 많다. 1라운드 종료 시점까지 가봐야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두 외국인선수는 오버페이스다. 국내 선수들이 이를 도와줘야 한다. 흥국생명은 이재영, KGC인삼공사는 한송이가 나서 외인 주포 부담을 좀 더 덜어주는 역할이 요구된다. 또한 제 3공격수, 혹은 중앙 속공을 좀 더 써 줘야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봤을 때 알레나와 심슨이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이는 필수적이다.
알레나 vs 심슨
KGC인삼공사 | 소속팀 | 흥국생명 |
아포짓 스파이커 | 포지션 | 윙스파이커 |
190cm 77kg | 신장 & 체중 | 190.5cm 84kg |
245cm | 스탠딩 리치 | 248cm |
52cm | 서전트 높이 | 65cm |
우리카드 파다르 vs KB손해보험 알렉스
“믿고 뽑을 선수가 별로 없다.” 지난 5월, 남자부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여러 감독들이 한 목소리로 꺼낸 말이다. 자유계약에서 트라이아웃으로 제도가 변경된 뒤 등록된 선수들 대부분이 기대 이하라는 의미였다. 이에 여러 구단들은 재계약, 혹은 한국 무대 경험이 있는 선수들과 계약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우려를 딛고 에이스로 떠오른 선수가 있다. 바로 KB손해보험 알렉스다. 공격과 수비 모두 가능한 알렉스는 새로 바뀐 KB손해보험 색깔에 딱 맞는 플레이로 단번에 주목받고 있다. 알렉스는 기존 외국인선수들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단 몇 경기에 나섰을 뿐인데도 화려한 플레이를 통해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벌써 알렉스가 올 시즌 최고 외국인선수가 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리그 경험자들도 활약이 만만찮다. 특히 지난해 팀 돌풍을 이끈 ‘영 에이스(Young Ace)’, 우리카드 파다르는 올해 역시 작년과 못지않게 시즌 초부터 절대 존재감을 자랑한다. 특히 파다르는 올 시즌 새로 우리카드로 이적한 세터 유광우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며 독보적인 경기력을 선보인다.
수비되는 거포 알렉스 vs 파워 펀쳐 파다르
알렉스는 V-리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만능형 공격수다. 공격력, 수비, 거기에 강한 서브와 높이까지 모두 갖춘 그는 KB손해보험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알렉스가 가진 다양한 능력 그 바탕에는 놀라운 스피드가 있다.
그는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블로커보다 한 박자 빠른 공격을 날린다. 수비에도 가담하면서 순도 높은 공격을 할 수 있는 이유 역시 높은 스피드가 있어 가능하다. 수비 이후 재빨리 공격 준비를 해 성공시키는 것이다.
다재다능한 알렉스와는 달리 파다르는 공격형 스페셜리스트다. 시즌 초 우리카드 국내 공격수들이 부진한 사이에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점유율 44.5%로 남자부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한 쪽에 공격이 몰린 상황에도 파다르는 묵묵히 득점을 올리며 에이스 본능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두 선수는 에이스가 갖춰야 할 결정력 부분에서 높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남자부 전체 선수들 오픈 공격 성공률을 보면 유일하게 알렉스와 파다르, 두 선수만 50% 이상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파다르가 51.72%로 1위, 알렉스가 50.67%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팀 리시브가 흔들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높은 공격 성공률을 보여준다는 증거다.
올 시즌 남자부를 관통하는 키워드, ‘서브’에서도 양 선수는 두각을 보인다. 알렉스는 세트 당 서브 0.733개로 리그 3위에, 파다르는 세트 당 0.667개로 이 부분 4위에 올라 있다.
알렉스 서브는 상대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알렉스는 많은 회전을 주는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무너뜨린다. 특히 그는 고비마다 연속 서브에이스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승부가 결정되는 세트 후반, 중요한 상황마다 KB손해보험은 알렉스 서브로 분위기를 자주 가져왔다.
파다르 역시 공격적인 서브를 연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보다 한 층 더 날카로워진 서브는 상대 리시브 진에게 은근한 두려움을 안긴다.
친화력 좋은 파다르, 소통에 적극적인 알렉스
두 선수는 배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금까지 V-리그를 거친 몇몇 외국인선수들은 국내 선수들과 좀처럼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알렉스와 파다르는 적극적으로 선수들과 함께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올해로 21세인 파다르는 형들에게 예쁨을 받는 외국인선수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형’이라고 부르며 잘 따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파다르는) 성품이 워낙 착하다. 실수할 때 죄책감을 크게 느껴 문제가 될 때가 있지만 국내 선수들과 어울리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알렉스는 적극성이 눈에 띈다. 늘 먼저 다가가 선수들에게 소통하려 노력한다. KB손해보험 주전 세터 황택의는 “지난해 우드리스와 달리 알렉스는 늘 먼저 다가와 호흡을 맞추려 노력한다. 외국인선수가 적극적으로 다가와 줘 고맙다”라고 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프로다운 자세도 갖췄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알렉스는 늘 본인보다는 팀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선수다. 처음 이곳에 와서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이 ‘KB손해보험 구단 규율’이었다. 건강한 프로 의식을 가졌다”라고 칭찬했다.
새 얼굴의 반란 vs 구관이 명관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박한 평가를 받던 신입 외국인선수들. 알렉스가 그 중심에서 평가를 뒤집고 최고 외인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혹은 한 시즌을 치러본 유경험자 파다르가 선배 자존심을 지켜낼까.
스피드와 파워, 알렉스와 파다르가 내는 색깔은 다르지만 두 선수가 올 시즌 남자부 최고 외국인선수 자리를 다툴 것이란 전망은 하나로 좁혀지고 있다. 결국 변수는 체력과 꾸준함, 팀 성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가 시즌 후반까지 꾸준히 활약하며 팀 성적올 끌어올릴지 지켜보자.
파다르 vs 알렉스
우리카드 | 소속팀 | KB손해보험 |
아포짓 스파이커 | 포지션 | 윙스파이커 |
197cm 100kg | 신장 & 체중 | 200cm 93kg |
265cm | 스탠딩 리치 | 267cm |
78cm | 서전트 높이 | 85cm |
글/ 이광준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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